▲ <그리스도인의 구멍 난 거룩> / 케빈 드영 지음 / 이은이 옮김 / 생명의말씀사 펴냄 / 224쪽 / 1만 1500원

케빈 드영이라는 미국 개혁파 목사의 저서가 '부흥과 개혁사'를 통하여 우리나라에 이미 몇 권 번역되었기 때문에 독자들 사이에 그리 낯선 저자는 아닐 것이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중대한 결함이 있는' 거룩의 문제를 다룬다. 물론 저자는 '거룩'이라는 개념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실천되지 못하고 있거나 오해되고 있는 덕목으로서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거룩'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 시대에 가장 아쉬운 -가장 필요로 하는- '덕목' 혹은 도달하기 불가능한 목표, 혹은 기독교인들의 '가식적인 행동'을 떠올릴 것이다. 또는 거룩이란 몇 가지 금기 사항을 지키거나 영적인 훈련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와는 반대로 신자가 하나님 앞에서 의나 거룩을 실천한다고 하면, 복음과 성경의 가르침과는 대조되는 것인 양,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기 십상이다.

저자가 인용한(16페이지), 패커에 따르면, 신자들이 거룩에 대해서 무관심한 이유는 (1)교회가 거룩함을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2)지도자들에게 거룩을 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3)전도할 때 개인적인 거룩의 필요성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패커의 주장은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적절한 분석이라고 하겠다. 교회가 거룩을 말하지 않고 지도자들이 거룩을 실천하지 않고 전도가 믿고 구원받아서 복을 받거나 영혼이 천국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한, 신자의 거룩한 삶이란 불가능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거룩하신 하나님에 의해 거룩한 소명으로 부르심을 입은 모든 자들이 마땅히 따라야 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주장한다(30페이지).

저자는 제2장에서 하나님이 사람들을 구속하신 이유가 거룩하고 흠 없게 하시려는 것이라는 점을 밝힌다(엡 1:3~4). 이 거룩하고 흠 없는 존재로서의 부르심은 출애굽기, 레위기, 그리고 베드로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거룩은 구원의 목적일 뿐만 아니라, 구원의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히브리서에 따르면, 거룩은 하나님의 복음을 통한 선물이자, 실제적으로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거룩은 신자의 '표지'이기도 하다. 거룩은 수고를 통하여 얻어지는 것이며 완성해 가는 것이다. 믿음은 신자를 변화시켜 거룩에 이르도록 할 것이다.

3장에서 저자는 경건의 유형을 다룬다. 거룩이란 기본적으로 분리(구별)를 의미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신분적으로 이미 거룩하다. 그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성도로서의 부르심을 받았고 성도라고 불린다. 이것은 신분적 성화 혹은 확정적 성화라고 불린다. 이와 더불어 점진적 성화가 필요하다. 저자는 성화가 아닌 것의 예를 든다. 첫째는 천박한 모방과 참된 거룩의 예를 제시한다. 독자들에게 이 부분을 주의 깊게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4장에서 저자는 율법(여기서 율법-히브리어로는 토라-은 구약의 규례와 법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의 역할을 다룬다. 율법이 죄를 깨닫게 하고 율법이 죄인으로 하여금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지만, 또한 율법은 거룩한 삶의 원리를 제공한다. 믿음도 사랑과 소망도 율법의 명령이다. 율법은 하나님의 은혜와 성품을 드러낸다. 율법이 구원으로 이르는 길이 아니지만, 여전히 율법은 순종해야 할 '영적인' 가치가 있는 하나님의 말씀인 것이다.

5장에서 저자는 거룩해지는 것이 완벽의 의미가 아닐지라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성화에 대한 명령에 순종이 가능하며, 하나님은 우리의 선행을 기뻐하신다고 주장한다. 가능성과 완벽성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신자의 의로운 행동을 폄하하거나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저자는 구원받은 신자의 잘못과 관련하여 두 가지 중요한 오해를 지적한다. (1)모든 죄가 하나님 앞에서 동등한 것은 아니다. (2)하나님이 신자의 잘못을 간과하시지만, 그 행위 자체를 싫어하신다. 신자는 위와 같은 편견 속에서 거룩해지기를 두려워하거나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지나친 자기 성찰과 불필요한 양심의 가책을 버려야 한다.

6장에서 저자는 신자의 거룩한 생활의 동력(動力)으로서의 성령을 다룬다. 거룩의 필요성이 신자 스스로의 노력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칭의뿐만 아니라, 성화도 하나님의 일이다. 인간의 측면에서의 동기 부여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일이라는 점과 하나님의 인도와 역사에 맡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복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다면, 선행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한 우리는 믿음으로 거룩해지도록 노력하게 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외적인 신적인 영적인 동인(動因)을 강조하지만, 그럼에도 신자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다시금 강조한다.

7장에서 저자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강조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죄에 대하여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의에 대하여 산자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죄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의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신자는 거룩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8장에서 저자는 성적인 범죄가 신자의 거룩한 삶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를 역설한다. 저자는 신자들이 빛의 자녀답게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9장에서 저자는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교제 가운데서 거룩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기도와 말씀과 친교와 성만찬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성숙함을 드러내야 할 필요성과 회개를 통한 거룩한 삶의 회복에 대해서 언급한다.

평가

케빈 드영의 탁월함과 명성은 이 책을 통하여 확실히 드러나는 것 같다. 소위 개혁주의자들이나 개신교도들에게 있어서, 칭의와 성화, 성화에 대한 신자의 행위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혼란스러운 부분들을 명쾌하게 해설하고 설득시켜 준다는 점에서 성화와 관련하여 필독서의 반열에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가 지금까지의 칭의와 성화에 대한 지나친 구분보다는 좀 더 두 가지 영역이 유기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점과 성화에 대한 중대한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도 이 작은 책을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최근 바울의 새 관점이라고 불리는 여러 학자들이 제공하는 전통적인 '칭의와 성화' 구분법에 대한 다른 관점도 아울러 살펴보면 더 많은 유익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가 전통적인 입장에서 여전히 성화를 개인적인 윤리적 덕목의 수행에 국한시키거나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하지 않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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