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트를 정확히 규정하려면, 그는 구약과 신약을 하나의 책으로, 유대인과 이방인을 하나의 하나님 백성으로 보기 시작한 위대한 학자라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톰 라이트와 관련한 여러 책들과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을 읽고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톰 라이트의 세부적인 해석과 주장에 대해 아직 동의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톰 라이트가 오류가 없다거나 대화의 여지가 없는 닫힌 사람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는 여전히 진행형인 학자, 즉 항상 대화하고 있으며 자신의 사상을 점검해 가는 학자이자 신앙인이며 목회자다.

 

▲ <예수, 바울, 하나님의 백성 : N. T. 라이트와의 신학적 대화> / 니콜라스 페린, 리처드 헤이스 편집 / 최현만 옮김 / 에클레시아북스 펴냄 / 374면 / 1만 8000원

오늘 내가 다루려는 책은 2010년 4월 16~17일에 미국 휘튼 대학교에서 열렸던 톰 라이트 관련 신학 컨퍼런스의 학술회의의 결과물이다. 톰 라이트는 신약의 두 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와 바울 연구에 있어서 탁월한 업적을 내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하면, 각 발제자와 톰 라이트가 대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수와 하나님의 나라(백성), 바울과 하나님 백성 연구의 대단원(5, 10장, pp. 149-206, 345-371)에서 톰 라이트가 관련된 주제를 회고하며 재정비하는 장문의 글을 첨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1부: 예수와 하나님의 백성>편에서는 매리언 톰슨, 리처드 헤이스, 브라이언 월쉬/실비아 키즈마트, 니콜라스 페린이 각각 등장하고 톰 라이트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의문점들을 쏟아붓고 있다. 매리언 톰슨은 톰 라이트의 <예수와 하나님 승리>는 책이 공관복음서에 집중하여 요한 복음서를 무시하지만, 실제로 톰 라이트의 글에는 요한과 겹치는 내용이 많다고 비판한다. 리처드 헤이스는 톰 라이트의 역사적 이해의 이중성을 발견하고 그의 주장이 바르트와 유사한 것이 아닌가 의문을 제기한다. 왈쉬와 키즈마트는 톰 라이트의 예수 연구가 사회경제적 비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더 일관된 해석을 요구한다. 니콜라스 페린은 종말론 이해와 관련하여 개인적 측면과 공동체적 측면에서 톰 라이트의 스승과 톰 라이트 사이의 유사성을 다룬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톰 라이트는 제1부의 끝에서 이해하기 쉬운 말로, 지금까지 제기된 도전에 대한 응답과 미래에 대한 조망을 제시한다. 예수와 하나님의 나라/백성에 대한 톰 라이트의 신기원(新紀元) 혹은 장점은 무척 많다. 사실 그동안 기독교 역사상 두 개의 민족(유대인과 그리스도인) 두 개의 구원 계획(율법을 통한 구원과 믿음을 통한 구원)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이 존재해왔 다. 그 극단적인 예가 세대주의이며 온건한 입장이 (대체 신학을 주장하는) 구속사적 입장이지만, 이 두 가지는 두 개의 성경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하나(one)의 구원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아브라함에게서 발견된다. 톰 라이트는, 아브라함을 통하여 하나님이 온 인류에 대한 구원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이 이스라엘의 '실패'를 넘어 참 이스라엘이며 하나님의 아들이자 메시아인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종말론적으로 완성되었다는 것을 주장한다. 게다가 톰 라이트는 성경과 전통적인 예수에 대한 묘사의 차이를 인정하며, 십자가와 하나님나라의 차이를 부인한다. 예수가 구주(savior)요 주(Lord) 되신다는 두 가지 개념을 통합한다. 이러한 단일하고 통합적인 개념은 우리가 익히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톰 라이트는 전체적으로 더 명확하고 더 확실한 그림을 그려 준다.

<제2부: 바울과 하나님의 백성>편에서는 에디쓰 험프리, 제레미 백미, 마커스 보크뮤엘, 케빈 밴후저가 각각 등장해 톰 라이트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의문점들을 쏟아낸다. 에디쓰 험프리는 고린도후서 5장 21절과 관련하여 '디카이오쉬네(義)'에 대한 논의로 시작하며, 묵시 언어와 부활-승천(분리)개념에 대해 비판한다. 제레미 백미는 통합적이며 종말론적이며 우주적이며 물질적이며 즉흥적인 요소를 주장하는 톰 라이트의 교회론과 관련하여 이머징 처치(Emerging church)와의 상관성을 다룬다. 마커스 보크뮤엘은 톰 라이트가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주장하면서 "성도가 죽으면 즉시 (하늘에 계신) 예수와 함께 한다"는 주장과 "예수 재림 시에 성도들이 일어나 주와 함께 한다"는 바울의 두 가지 입장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케빈 밴후저는 전통적 개신교회와 톰 라이트와의 바울 이해에 관한 화해점을 찾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루터의 "하나님의 의의 (죄인으로의) 전가(轉嫁)"로부터 칼빈의 "그리스도 안에서의 연합(聯合)"을 통하여 "하나님 자녀로의 입양(入養)"으로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톰 라이트는 제2부의 끝에서 이해하기 쉬운 말로, 지금까지 제기된 도전에 대한 응답과 미래에 대한 조망을 제시한다. 톰 라이트는 예수 당시, 바울 당시의 유대교를 이해하는 것이 바울 서신을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통적인 입장과 톰 라이트의 바울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바울의 본문들을 달리 보게 하거나 더 잘 이해하게 만든다. 톰 라이트는 소위 유대인들이 금과옥조로 여겼던 의식법(식사법, 할례법, 안식일 등)이 주는 강력한 파괴력을 발견하였다. 이것은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을 갈라놓는 역할을 수행한다. 바울은, 이러한 메꿔질 수 없는 간극을 해결하는 방법은 "(유대인들의 의식법 준수라는)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받는 것"(이신칭의)이라고 주장한다. 또 유대인과 이방인이 모두 하나님의 진노 아래에 있으며,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이방인이 (의식)법을 준수함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들을 하나의 그리스도 공동체 안에 모으는 일에 부르심을 받았던 것이다. 톰 라이트는 유일신론과 선택 교리와 종말론에 대한 재고를 주장한다. 이 가운데서 예수를 그 정점으로 여기는 톰 라이트의 종말론의 재정의는 아주 탁월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본서의 내용은 '재미있게', 그리고 '쉽게' 톰 라이트를 읽으려는 사람들에게는 난해한 책일 수 있다. 톰 라이트의 예수와 바울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이미 20년이 훨씬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논란과 각광을 받았던 톰 라이트와 관련하여, 2010년에 행해진 미국 휘튼 대학교의 신학 컨퍼런스의 개최가 그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단순한 하나의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여전히 모호하기도 하고 여전히 불신을 받는 톰 라이트의 사상을 재평가하게 되는 전환점을 이룬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물론 2013년 말에 나오게 된다는 톰 라이트의 바울과 관련한 몇 권의 책들이 톰 라이트의 바울 연구 집대성과 완결을 보여 주겠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 주었던 예수와 바울에 대한 새로운 지평과 항상 대화하면서 발전하는 그의 입장을 본서를 통하여 재평가할 기회를 준다 하겠다.

성기문 / 성경주해와설교학교 대표. 신명기 해설서 <모세의 고별 설교> 등을 저술했으며, <레위기 주해와 설교>도 출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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