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상식 <지필문학> 25기 신인작가상에 당선되었다. 사진 왼쪽 (생활한복)이 본인이며, 오른쪽으로 이번에 등단한 시인들이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안경 쓴 사람이 <지필문학> 강대환 회장이다. 시 부문에 약 1000명이 출연해서 그중 3명이 당선되었다고 주최측에서 알려 왔다. (사진 제공 송상호)
운명의 첫사랑을 만나고부터 시를 썼다. 스무 살이 될 무렵, 교회 누나를 짝사랑했다. 불현듯 찾아온 그 사랑은 거의 5년을 내 가슴에 머물렀고, 나를 아프게 했다. 사랑했지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그녀.

사실은 한 번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긴 했었다. "누나! 사실 누나를 제가 좋아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이제부터 노력해서 그냥 누나로만 생각할게요"라고. 그렇게 고백하면 사랑이 물러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란 후회와 함께 그녀에 대한 사랑은 더욱 애잔해졌다.

그녀만 생각하면 아팠고, 그녀만 생각하면 울었고, 그녀만 생각하면 아렸고, 그녀만 생각하면 좋았고, 그녀만 생각하면 설렜고, 그녀만 생각하면 웃었다. 그렇게 아픈 진실을 달래는 특효약, 그건 내겐 시였다. 시를 읽고 달래고, 시를 쓰고 달래고. 아프니까 시가 나오더라. 나의 스무 살은 온통 그녀였고, 온통 시였다.

22세가 되던 날, 나는 군에 있었다. 91년 8월 23일, 청천벽력의 일을 당하면서. 바로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직접 지으신 집에 깔려 돌아가셨다. 야간 근무를 하고 낮에 주무시는 어머니를 산사태가 휩쓸어 갔다.

▲ 시상 패 이번 7월 6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수상한 상패다. (사진 제공 송상호)
내겐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전혀 상상도 못 한 어머니의 죽음은 상상도 못한 아픔 속으로 나를 몰아넣었다. 세상에 어떠한 말로도 어머니에 대한 애절함과 그리움은 표현할 수 없었다. 돌아가시고 만 1년을 넘기던 날은 너무나도 힘든 날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내 가슴 속에서 또 시로 태어나고 있었다.

다행히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행운이 다가왔다. 지금의 아내다. 아내는 내가 짝사랑의 경험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 어머니를 잃고 헤매고 있을 때, 나의 정원을 찾아주었다. 그녀는 나만의 성모마리아다.

웃긴 건 아내 또한 짝사랑했던 그녀와 동갑이다. 나보다 한 살 연상이다. 그런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하면서 시집을 건넸다. 짝사랑의 아픔이 담긴 시집을 건네는 나의 심보(?)를 아내는 받아주었다.

그 후 아내와 함께 20년을 함께 걸었다. 대책 없이 도전하는 무모한 남편 덕에 고생을 달고 산 아내. 이제야 조금 주름살이 펴진 아내. 굽이굽이 같이 걸어온 길들이 인생 롤러코스터라고 해야 될까. 그런 아내와 함께 걸어온 길들 또한 고스란히 시로 피고 있었다.

▲ 지필문학 8월호 지필문학 8월호에 송상호 본인의 작품 중 당선된 시 3편이 수록되어 있다. 지필문학은 두 달에 한 번 꼴로 신인작가와 기성작가들의 시, 수필, 소설, 동화 등을 모아 문예지를 발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송상호)
난 그러고 보니 세 여인 덕분에 시를 쓰는 사람이 된 듯하다. 그녀들이 내게 준 사랑, 내가 그녀들을 사랑한 사랑, 그것이 바로 나의 시어들이다. 이런 시어들을 이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그저 좋다.

* 아래는 출연한 시 3편 중 1편

가을 산사는 지금 108배 중

일해(一海) 송상호

지금은 부처가 되는 시간,
지금은 가을이 되는 시간.

풍경 소리에
색즉시공,
목탁 소리에
공즉시색.

두 손 모으고
나무아미타불,
무릎 꿇고
관세음보살.

스님은 부처님을 부르느라 점잖고,
중생은 부처님을 맞이하느라 숨차다.

<지필문학> 신인작가상에 당선 과정

2013년 5월 11일 <지필문학> 신인작가상 공모전 시 '고구마밭 예불' 외 2편 작품 출연

6월 14일 <지필문학> 25기 신인작가상 당선 통보

7월 6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흥사단 3층 강단에서 신인작가상 수상

2013년 7월 17일 시 3편 수록된 <지필문학> 문예지 8월호 발행(문학 동인들의 작품과 함께 수록)

덧붙이는 글 / 30년 가까이 써 놓았던 시 중 세 편을 <지필문학>에 출연했다. 앞으로도 모아 둔 시를 한 권의 시집으로 세상에 내놓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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