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를 종결짓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분기점에 와 있다. 97회 총회 사태를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분석·진단·평가하고, 또 다른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단적 장치를 마련하자." 7월 2일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총회사태진상규명위원회(전대웅 위원장)의 보고를 받기 전, 예장합동 정준모 총회장이 설교에서 한 말이다. 그가 말했듯이 진상규명위의 보고서는 과연 객관적일까. 총회 전·중·후 사건을 정리한 보고서를 꼼꼼히 뜯어보자.

보고서는 42쪽 분량이다. 총회 전 사건은 1소위원회(이형만 위원장), 총회 중 사건은 2소위원회(손상률 위원장), 총회 후 사건은 3소위원회(이완수 위원장)가 맡아 조사했다.

▲ 3월 26일부터 6월 27일까지 총회 사태를 조사한 총회사태진상규명위원회. 사진은 3월 26일 첫 모임 모습. ⓒ마르투스 이명구

용역 동원은 '불가피', 가스총 위협은 '오해', 노래방 유흥은 '조작'

1소위원회는 97회 총회 전부터 총회가 위기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경원노회에서 면직된 허재근 목사와 서북노회에서 박충규 목사와 대립하고 있던 윤남철 목사 등이 총회 사무실에 수시로 난입했고, 총회 본부에 오물이 투척되거나 관과 칼이 등장하는 등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일부 세력이 용역을 동원하여 97회 총회를 파행으로 치닫게 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고,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했어야 했다고 봤다. 그래서 총회 실행위원회는 용역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고, 절차를 거쳐 총무에게 일임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용역 사용은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서울과 영남 지역의 몇몇 목사들이 부산 지역의 용역들을 동원할 계획을 세웠으나 총회에서 고용한 용역 회사에서 부산 용역 회사에 포기하도록 하여 불발되었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온 용역 50~60명이 총회 현장에 있다가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 허재근 목사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 1소위원회. ⓒ마르투스 이명구

총회가 혼란한 원인을 1소위는 총회장과 총무를 정치적으로 흔들려는 세력 때문이라고 봤다. 제비뽑기로 뽑힌 총회장은 정치 기반이 부실하고, 1500명 중에서 350표밖에 받지 못하고 당선된 총무 역시 '스스로 총회 위에 군림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했다. 음해 세력들이 연합을 이뤄 정준모 목사의 총회장 당선을 막고 황규철 총무를 해임할 힘을 얻었고, 거기에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도 합세했다고 했다.

1소위는 연합 세력들이 힘을 사용하는 기술이 부족했다고 봤다. 선관위에서 강태구 목사 등이 정준모 목사 대신 영남 지역에서 대타 총회장을 세우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고 했다.

총무의 가스총 사건에 대해서는 그동안 반복했던 총무의 진술을 굳게 믿었다. 중국에서 칼잡이가 들어왔다는 이야기에 총무가 수서경찰서의 허락을 받고 가스총을 소지했으며, 총회 현장에서 가스총을 빼어 든 것은 평소 수시로 뽑는 연습을 해 보라는 담당 경찰관의 조언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는 것이다. 총무가 오른손을 좌우로 흔드는 과정에서 마치 총대들을 향하여 총을 겨누는 것처럼 보인 거라며 감쌌다. (관련 기사 : 황규철, "난 지금 총을 가지고 있다")

▲ 총무가 오른손을 좌우로 흔드는 과정에서 마치 총대들에게 총을 겨눈 것처럼 보인 거라고 1소위는 판단했다. 총회 현장에서 가스총을 꺼내 들고 있는 황규철 총무. ⓒ마르투스 이명구

위원회는 총무가 반성하며 진심어린 사과문을 게재했으니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이해를 해야 하고 또 총무 개인의 업무 과정상 긴장 속에 진행되었던 그 고충도 서로 이해하는 것이 폭넓은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총회장의 노래방 사건은 실체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소문으로 떠돌았던 노래방 유흥 동영상은 존재하지 않았고, 도우미의 진술로만 언론 보도가 구성되었으며, 허재근·윤남철 목사와 도우미의 관계가 미심쩍다고 했다. 언론 보도에서는 박충규·한기승·정준모 목사 등 3명이 노래방에 갔다고 나오지만, 사건의 초점은 정준모 총회장에게만 집중되었다면서 '마녀 사냥'의 성격을 띤다고 했다.

노래방 사건이 확대된 것은 분당의 최 아무개 목사, 대구의 이 아무개 목사가 관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건이 사실이라면 총회장을 감싸 줘야 할 동기와 친구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다른 요구를 기대한 것 같다고 의심했다. 또 청소년도 출입할 수 있는 노래방에 간 것을 허·윤·최 목사 등이 조작하고 허위 유포했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정준모 총회장, '노래연습장 출입, 도우미 동석' 인정)

이러한 이유를 들어 1소위원회는 총회 사태가 97회 총회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관련된 모든 헌의는 98회 총회에서 기각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정당한 파회지만 정서적 아쉬움 남아"

2소위원회는 총회 중 벌어진 상황에 대해 1소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가스총 사건은 오해이며, 노래방 유흥은 조작이고, 용역 동원은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 2소위원회는 총회 파회는 정당했다며,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정서적으로는 아쉬움을 남겼다고 표현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2소위는 총회 중 이슈가 됐던 긴급동의안은 양측의 합의로 폐기됐다고 했다. 교갱협 소속 총대들이 주도한 총회장 불신임과 총무 해임 긴급동의안에 대한 대응으로, 총회 측에서는 3건의 긴급동의안을 들고 나왔다고 했다. 이상민 목사의 총회 질서 문란의 건과 강도사 고시의 건 및 진돗개 금이빨 사건, 오정현 목사의 강도사 인허의 건과 박사학위 논문 대필 의혹 및 교회 불법 건축 조사·처리의 건, 오정호 목사의 WCC 옹호 발언 및 신학 사상 조사의 건 등을 처리해 달라고 한 것이다. 총회 파행을 막자는 데 인식을 같이한 양측이 합의하여 파기했다고 보고했다.

2소위는 총회 파회는 정당했다며 총회장을 대변했다. 긴급동의안이 폐기되었음에도 다시 상정된다는 소문이 현장을 휩쓸었고, 총무를 해임하고 총회장을 의장석에서 끌어내리려는 계획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변 위협을 느낀 상태에서 정준모 총회장은 양측의 힘겨루기를 중단시킬 수 있는 '합법적인 파회'를 결심했다고 했다.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정서적으로는 아쉬움을 남겼다고 표현했다.

총회 파행은 다 비대위 탓

3소위원회는 총회 후 파행을 이끈 대상으로 비대위를 지목했다. 더불어 일부 총회 임원들, 비대위를 지지한 노회들, 총회 기관지인 <기독신문>, 교갱협 핵심 인사들을 포함한 일부 부패 인사들이 일조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97회 총회 이후 총회 임원회가 파행을 겪은 원인을 비대위가 일부 임원들을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덕분에 총회 파회 이후 100일이 넘은 12월 24일이 되어서야 회록 채택이 이뤄졌다고 했다. 임원회 파행이 이어지며 장로부총회장이 총회장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3소위는 비대위가 속회 총회를 연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못을 박았다. 총회가 파회되었기 때문에 속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속회 총회에 798명의 총대가 참석했다는 것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회원 호명을 하지 않았고 비대위 측 몇 사람이 숫자를 확인한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 3소위원회는 속회 총회에 798명의 총대가 참석했다는 것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은 2월 19일 열린 속회 총회 모습. ⓒ마르투스 구권효

대부분의 노회들이 속회 총회를 지지한 것도 믿지 않았다. 올해 2월 6일 자 <기독신문>에 실린 속회 총회 공고문에는 비대위를 지지하고 총회장 불신임 및 총무 해임을 결의한 노회가 116개로 나오는데, 3소위는 이것이 허위로 공고된 것이라고 했다. 조사 결과, 비대위 지지 노회는 48개 노회, 총회장 불신임 및 총무 해임을 결의한 노회는 24개 노회였다는 것이다. 또한 총회 임원들이 동의한 적 없는데도 속회 총회 공고문에 임원들의 이름이 올라갔다며, 비대위가 총대들을 우롱했다고 했다.

3소위는 비대위 카페에 올라왔던 10대 총회 개혁안을 예로 들며 비대위가 반총회적인 헌의를 전국 노회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교단 지도자들, 총회 개혁안에 '호들갑') 총회장이 사과하고 자진 근신을 발표함에 불구하고 비대위가 해산을 실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회 측을 거듭 압박했다고 비난했다. 때문에 총회 측은 비대위를 상대로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고 명분을 내세웠다.

3소위는 비대위의 가장 큰 해악은 총회를 분열시키고 총회의 명예와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추락시킨 것이라고 했다. 교단을 개혁하겠다고 나선 비대위가 지지 세력을 불리는 데 급급한 나머지 비리 사건에 관련된 인사들을 대거 참여시켰고, 총회의 고질적 비리를 척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 비대위 임원들을 조사하고 있는 3소위원회. ⓒ마르투스 이명구

3소위는 <기독신문>이 총회 기관지의 기능을 상실하고 비대위를 편들었다고 지적했다. 총회장의 담화문 및 성탄·신년 메시지를 거부한 것, 비대위에 협조적인 기사를 91회나 게재하며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한 것, 속회 총회를 비롯한 비대위 광고를 34회 실었던 것, 총회 측에 대한 악성 댓글 220개를 그대로 방치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왜곡된 교단 여론을 바로잡기 위해 <총회소식> 발간은 불가피했다고 했다. 3소위는 <총회소식>이 전국 목사·장로들의 부정적인 선입견을 바로잡아 총회 사태를 타결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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