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책 서평하는 게 가장 편안하다. 필자는 구약학을 전공했다. 좀 아는 내용이라 고향집 나들이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 안그래도 요즘 일반 신자에게 친근한 성경 속 지리·문화·풍습 등에 대한 책이 슬슬 등장하는 때라 관심이 갔는데, 이 책은 더 관심이 갔다. 게다가 '사람' 냄새나는 구약 책 서평이다! 저자 기민석 교수는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에서 천상 회의(divine council)를 전공한 구약학자다. 그의 논문을 읽어 왔던 터인데, 이 글을 읽자니, 기민석 교수의 필체는 생각보다 투박하다는 느낌이다. 일부러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람 냄새나는 '자기' 고백적 표현들이 각 장 각 부분에 숨겨져 있는데, 그것을 찾아 밑줄 그으면서 읽는 게 더 재미있었다.

이 책은 총 5부, 즉 △땅과 사람 △생활과 풍습 △성과 에로티시즘 △'그' 나라와 정치 △신앙과 종교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구약의 배경이 되는 고대 서아시아(이제는 더 이상 '근동'[near east]이 아니다)의 문학과 문명, 히브리어, 거주민들, 그리고 고고학과 성경 내용상의 차이점을 다룬다. 제2부는 암논의 문빗장, 라합의 창문, 다윗의 지붕, 성문(루), 상수도, 가구와 먹을거리, 의복, 장례, 토기장이-농사, 병거와 요새-전쟁, 여가 활동, 제비뽑기, 결혼 풍습 등을 다룬다. 제3부는 사라의 외모와 몸매, 아세라의 다산성, 성적 완곡법, 쾌락과 음란과 성, 삼손과 들릴라의 대결, 시스라와 야엘 등을 다룬다. 제4부는 왕정 시대의 우왕좌왕, 지역과 당파, 패거리 주의에 따른 다윗과 사울의 숙명적 대결의 원인과 결과, 동해보'복'법, 해방법과 입양법, 복음과 율법을 다룬다. 제5부는 독신주의 유일신 사상, 들어야 할 성경을 다룬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3, 4부가 가장 흥미로웠다. 먼저 훑어보면 관심 집중, 흥미 폭발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저자의 주장처럼 '수컷' 본능이라서 그런지 모른다. 그 내용을 꼽는다면, 룻을 얻기 위한 보아스의 노력이라든지, 사라의 외모와 몸매, 삼손과 들릴라의 대결, 시스라와 야엘 관계에 대한 해석이나, 왕정 시대에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과 그 배경에 숨어 있는 지역과 당파와 패거리주의가 그것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족적을 찾고 거룩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살을 찌푸릴 내용만 있는 게 아닌가 좀 걱정이기는 하다.

▲ <구약의 뒷골목 풍경> / 기민석 지음 / 도서출판 예책 펴냄 / 328면 / 1만 5000원
성경을 읽는 데는 각자 갖는 입장이라는 게 있어서, 반드시 저자의 모든 주장과 입장과 해석을 따를 필요는 없겠으나, 성경이 보여 주는 입체성, 역동성과 인간다움을 억지로 무시하거나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기민석 교수의 <구약의 뒷골목 풍경>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몇가지 옥의 티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 번째, 저자는 50페이지에서 '호르리인', '호리 사람'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고대 서남아시아에서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은 어미에 -i를 붙이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이스라엘리(이스라엘 사람), 파키스타니(파키스탄 사람) 등으로 부른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말 성경 오역 가운데 그 예가 '호(후)리 사람', '아모(무)리 사람'이다. 역전(驛前)앞, 모찌(もち)떡, 닭도리(とり) 하듯이 같은 말의 반복사용은 이상하다. 원래는 호(후)르 사람들, 혹은 아모(무)르 사람들이라고 불러야 한다. 물론 이브리(>히브리)라는 말도 이브르 사람이라는 말이다. 두 번째는 34페이지 '보잉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일 거고, 마지막으로는 239페이지에 언급된 성경 본문은 '삼상'이 아니라, '왕상'일 것이다.

성기문 / 성경주해와설교학교 대표. 신명기 해설서 <모세의 고별 설교> 등을 저술했으며, <레위기 주해와 설교>도 출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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