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 씨가 직물부 일꾼들을 고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견습생 6개월 동안 하루 10시간 노동에 월급 10원을 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맙소사! 시간당 겨우 3전인 셈이다. 일반 날품팔이도 하루에 1원을 받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선교사가 이런 방식으로 남이 흘린 땀으로부터 돈을 짜낸다는 게 유감스럽다. 아무리 그 돈을 복음 사업에 쓴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 세상에서 복음화가 별로 진척되지 않는 것이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친일파 지식인 윤치호의 일기(<윤치호 일기 : 한 지식인의 내면세계를 통해 본 식민지 시기>, 김상태 편역, 역사비평사, 521쪽)에 드러난 선교사의 한 모습이다. 윤치호가 포착한 문제는 선교사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교 사역과 사업을 별개로 생각하던 그 시대 인식의 한계에서 발생한 일이다. 전문 선교사를 파송하고 교회를 세우던 시절에는 별다른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대는 변했고 사업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 선교는 유효하지 않다. '사역으로서의 비즈니스'(Business as Mission·BAM)는 시장 경제로 세계가 통합되는 현실에서 생겨난 선교 형태로, 말 그대로 사업을 통해 선교하자는 운동이다. 비영리 단체를 통해 선교하는 방식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형태로 선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BAM, 시장 경제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선교

▲ IBA 서울 포럼은 중국 상하이에서 하던 '상하이 한국 비지니스 포럼'을 세계 무대로 옮겨 여는 첫 BAM 포럼이다. (사진 제공 IBA)
BAM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목적과 운영 방식이 하나님나라 실현에 부합해야 한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문제를 변혁하는 의도를 가지고 하나님나라 정의에 맞게 이윤을 나누며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와 복음을 전하지 못한 민족들에게 관심을 두어 하나님나라의 영향력을 사회에 미쳐야 한다.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2000년대 초반에 선교적 사업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세계복음주의협의회 지도자 모임인 로잔은 BAM 분야의 전문가를 전 세계에서 모집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글로벌 비즈니스 미션 싱크탱크(BAM Global Think Tank)'를 진행하였고 2004년에는 회의에서 협의한 내용을 정리해 자료로 펴냈다. (로잔 BAM 자료 바로 보기)

선교 현장에서 고민하는 목회자에게 BAM은 새롭고 효과적인 선교 모델이다. 중국 상해한인연합교회의 엄기영 목사는 선교지에서 만나는 사람의 대다수가 사업가나 직장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이해하지 않으면 복음을 알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업과 선교, 직장·기업인과 교회가 연결되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며 2007년부터 '상하이 한국 비즈니스 포럼(Shanghai Korean Business Forum)'이라는 이름으로 BAM 포럼을 매년 열었다.

포럼을 시작한 지 4년째 되던 2010년, 포럼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운동을 보다 넓은 지역에서 많은 사람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국제 비즈니스 연합(International BAM Alliance·IBA)'을 출범하고 중국에서 열던 포럼을 국제적인 포럼으로 준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6월 5일에 시작하는 'IBA 서울 포럼'은 세계로 무대를 넓혀 진행하는 첫 IBA 포럼이다.

▲ IBA 실행총무인 조샘 선교사는 이번 포럼에 선교 사명을 비즈니스 세계에서 펼쳐갈 수 있을 미래의 자원인 2, 30대 직장인이 많이 참여하길 기원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IBA 서울 포럼의 실행총무는 한국인터서브(Interserve Korea) 소속인 조샘 선교사가 맡았다. 조 선교사는 미국에서 경영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연변과학기술대학교에서 10년간 교수 생활을 했고 평양과학기술대학교에서는 6년 동안 협력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BAM 사역을 하는 기업의 컨설팅을 한다.

조샘 선교사는 개신교가 사업과 기업 현장에서 복음을 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삶의 모든 영역을 시장 경제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 상황을 인식하고 그 가운데서 복음이 무엇인지 삶을 통해 선포하는 이들을 통해, 소비문화에 젖은 사람들이 비로소 복음의 의미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뒤집어 보면 시장 경제의 세계화는 선교에 걸림돌이었던 문화 장벽을 넘게 하는 기회다. 비즈니스 때문에 개신교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살 수 있으며 세계 모든 민족들을 만나고 교감할 수 있다. 로잔의 선교 담당 리더인 사무엘 에스코바(Samuel Escobar)가 이야기했듯이 "모든 곳에서 모든 이들이(Everywhere to everyone)" 선교하는 시대에 우리는 들어온 것이다. BAM은 소수의 선교사가 주도하는 선교에서 모든 이들이 선교사로 전환하여 참여하는 선교를 가능하게 한다. 선교사에게 돈을 보내기 때문에 나는 직접 복음을 전하지 않아도 된다며 의무를 외면하는 교인들의 태도도 변화할 것이다.

BAM은 시작 단계라 실전으로 들어가면 아직 답해야 할 질문이 많이 있다. '어느 형태까지 BAM으로 볼 수 있는가'는 당장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거리다. IBA는 BAM을 선교지에 세우는 기업으로 정의하는 것을 넘어, 사업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직장인과 기업인이 복음을 열방에 선포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운동으로 제안한다. 이 외에 'BAM 사업 분야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나', '이윤 분배는 어떻게 해야 하나', 'BAM 기업 창업을 위한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등의 물음에 관한 답은 앞으로 찾아가야 한다.

세계적으로 열리는 첫 IBA 포럼은 서울에서

IBA 서울 포럼은 6월 5일 저녁부터 8일 오전까지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 기쁨홀에서 열린다. BAM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 주제 강의는 로잔 BAM 분과의 선임위원인 매츠 튜네핵(Mats Tunehag) 목사가 한다. 튜네핵 목사는 로잔이 개최한 '세계 BAM 싱크탱크 회의'의 공동 코디네이터였으며 현재 BAM 보고서를 정리하고 있다. 매일 저녁 열리는 강의는 로버트 리브(Robert Reeve) 선교사가 한다. 리브 선교사는 프랑스와 아프리카에서 30년 동안 선교사로 사역했으며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선교하는 선교 단체(World Horizon)의 창립 구성원이다.

IBA 서울 포럼에서는 튜네핵 목사와 리브 선교사의 강의 외에도 선교적 사업을 하는 많은 사람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자신의 일터를 선교 사역과 연결한 경험자들이 직접 사례를 발표하고 간증하는 시간이 있으며, 터기·이란·모로코·중국·카타르 등의 지역 사회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강의, BAM 사역을 지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강의, 외국에서 창업을 돕는 강의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골라 들을 수 있는 선택식 강의가 마련된다.

▲ IBA 서울 포럼이 6월 5일부터 6월 8일까지 온누리교회 양재캠퍼스에서 열린다. 사진은 포럼 일정표. (사진 제공 IBA)

참여 신청은 IBA 서울 포럼 홈페이지(www.iba-all.org)에서 하면 된다. 5월 21일까지 사전에 신청하면 8만 원이고 5월 31일까지 신청하면 10만 원이다. 포럼 현장에서 등록하면 12만 원이다.

조샘 선교사는 "예수님 한 사람이 갈릴리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살면서 제자들을 세우고 가르쳤던 것처럼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지 않으면 전도할 수 없다"며 선교 사명을 비즈니스 세계에서 펼쳐갈 수 있을 미래의 자원인 2, 30대 직장인이 많이 참여하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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