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인터넷 카페에 게시됐던 '98회 총회 개혁을 위한 제안'(총회 개혁안)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가 들썩거리고 있다. 비대위의 공식 문서도 아닌 개인 의견에 정준모 총회장은 비대위의 행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자진 근신을 철회했고, 일부 임원들과 전 총회장들은 총회를 지켜야 한다며 법정 소송 카드를 빼들었다.

▲ 정준모 총회장을 비롯한 교단 지도자들이 비대위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총회 개혁안에 긴장하고 있다. 정 총회장은 자진 근신 합의안을 무효화했고 전 총회장들은 법정 소송 의사를 밝혔다. ⓒ마르투스 주재일

총회 개혁안은 3월 4일 비대위 카페에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목사가 올렸다. 10가지 내용을 추려 98회 총회에 헌의하자고 제안했다. 내용은 △WCC 공동선언문에 합의하고 다락방을 이단 해제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인사들 처벌 및 한기총 탈퇴 △전 총회장 예우 폐지 △실행위원회를 전국노회장협의회로 개선 △총회 총무 해임과 총무직 개편 △총회 부임원 경질 △97회 총회 파회 사태 관련자 문책 △윤리위원회 설치 △총회 헌법 및 규칙 개정 △총회 직원 채용에 대한 인사위원회 설치 △<총회소식> 발행 관련자 징계 등이다.

'97회 총회 파회 사태 관련자 문책' 부분에는 징계 대상자의 실명이 거론됐다. 직접적으로 사태를 유발한 정 총회장과 황규철 총무를 비롯해 언론을 통해 이들을 거든 <기독신보> 김만규 씨와 <시포커스> 송삼용 씨, 97회 총회 파회는 합법적이고 비대위는 불법 단체라는 글을 기고한 고광석·신현만·유장춘 목사, 불법 파회 공모자로 지명된 강흥찬·이승원 목사, 비대위를 상대로 소송을 건 신규식 목사, 총회장과 함께 노래방 유흥 의혹을 받고 있는 한기승 목사 등의 총대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이 게재되자 줄곧 정 총회장을 옹호해 오던 한 언론사는 비대위가 '살생부' 명단을 공개했다며 대서특필했다. 비대위 임원도 아닌 한 목사의 의견을 마치 비대위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싸잡아 비대위를 비난했다. 기사에는 전 총회장들과 일부 임원들이 총회 개혁안은 초법적이고 총회의 근간을 뒤흔들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적절한 대응이 없을 경우 총회 존립이 어려워 법적 소송을 결정했다고 나와 있다.

정 총회장은 총회를 지키겠다고 나섰다. 비대위의 반총회적인 움직임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자진 근신도 안 하기로 했다. 정 총회장은 지난 3월 15일, 비대위 임원들과의 통화 녹취를 공개한 이유를 "소위 살생부 명단까지 발표하여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초법적인 총회 전복 시도를 서슴없이 행하는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서"라고 밝혔다. 총회 개혁안을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말하는 목사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총회를 전복하려는 시도인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총회장을 비롯한 교단 지도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정작 비대위가 노회에 보낸 헌의안 초안은 '총회 개혁안'과 다르다. 비대위는 총회 개혁안은 글을 쓴 사람의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총회 개혁안을 쓴 목사는 이틀 만에 글을 삭제했고, 3월 20일 비대위 카페에 사과문을 올려 "총회 개혁안은 비대위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의 생각"이었다고 해명했다. 비대위는 지난 3월 초 전국 노회에 참고하라며 헌의안 초안을 보낸 바 있다. 실명까지 거론한 구체적인 내용의 총회 개혁안과는 달리 비대위가 공식적으로 보낸 문서에는 총회의 정책을 개선하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비대위가 전국 노회에 헌의안을 제안한 이유는 인적 쇄신과 제도 개편을 통해 총회를 개혁하기 위해서다. (관련 기사 : "개혁 헌의안으로 교단 변화 일궈 낸다") 비대위는 97회 총회 사태로 그동안 썩은 고름이 터진 이번 상황을 개혁의 기회로 삼자고 주창해 왔다. 비대위가 3월 20일 소집한 전국 노회장단 연석회의에서 140여 명의 노회장과 서기는 봄 정기노회를 통해 98회 총회에서 교단 개혁을 이끌어 내자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법적 조치까지 언급한 총회장과 전 총회장을 비롯한 교단 지도자들의 모습에 비대위는 실망했다. 서창수 위원장은 "비대위의 공식 입장도 아닌 개인의 생각을 빌미로 비대위를 총회 파괴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비대위는 한 번도 총회 분열을 획책한 적 없다"고 말했다. 또 서 위원장은 "목사라는 신분으로 무슨 일만 생기면 소송을 거듭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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