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는 가게에서 싱싱하게 보이는 파 한 단을 샀다. 나는 그 파가 내게 아주 심오한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기에, 그 파에 별로 주목해 보지 않았다. 그저 매일 일상 가운데 우리가 사는 파 한 단에 불과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파를 싹둑싹둑 잘라서 유리 반찬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선, 남아 있는 뿌리를 원래 그 파를 담았던 비닐봉지를 잘라 넣고, 그 속에 물을 채운 후 싱크대 한편에 놔두는 것이 아닌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랫단만 남은 그 파에서 새로운 줄기가 솟아올랐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놀랐다. 아무런 영양분도 주지 않고 물만 담아 두었는데, 그 물을 빨아들인 파에서 새로운 줄기가 솟아오르다니 말이다. 적어도 영양분을 충분히 주어야 그 영양분을 사용하여 싹을 피우든 열매를 맺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의 아무런 영양분도 없는 말간 물을 빨아 마신 파가 자신이 빨아들인 물보다도 훨씬 더 많은 분량의 줄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기해하고 있는 나에게 아내는 말했다. "양파를 컵 속에 넣어 두었을 때, 양파에서 싹이 나오는 것 보지 못했어요?" 분명 봤다. 하지만 그때에는 양파 그 자체 안에 들어 있는 양분이 없어지면서 그 양분이 싹으로 나오는 줄로 생각했었다. 양파는 줄기를 내면서 그 양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는 줄어들 것이 없었다. 그냥 물만을 빨아들였고, 그 물만 마시고 많은 양의 줄기를 키워 냈던 것이다. 아내는 다시 또 줄기를 잘라 요리에 썼다. 그랬더니 또 줄기가 올라왔다. 또 잘라냈는데, 또 줄기가 올라왔다. 벌써 그러기를 몇 차례나 반복했다.

오늘 아침에 이제는 유리병에 담긴 그 파를 다시 한 번 바라보면서, "나는 물만 먹어도 살쪄요"라고 말하던 사람들의 말이 거짓말 혹은 말도 안 되는 핑계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만 먹고도 저렇게 많은 양의 파 줄기를 올릴 수 있다면, 사람에 따라선 물만 먹어도 살찌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게 틀림없지 않겠는가? 놀라운 자연의 신비 앞에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만이 신비로운 일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들 속에 들어갈 때에 놀라운 역사를 일으킨다.

"이는 비와 눈이 하늘로부터 내려서 그리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적셔서 소출이 나게 하며 싹이 나게 하여 파종하는 자에게는 종자를 주며 먹는 자에게는 양식을 줌과 같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이와 같이 헛되이 내게로 되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기뻐하는 뜻을 이루며 내가 보낸 일에 형통함이니라(사 55:10~11)."

말씀을 전하는 것이 허공을 치는 것같이 느껴질 때가 있지만, 말씀은 놀라운 역사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힘을 얻는다. 말씀만 들어도 영적인 살이 찔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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