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실행위원회가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개최한 '속회 총회'를 다음 회의에서 다루기로 했다. 2월 27일 총회 회관 5층 예배실에서 열린 실행위에서 전 총회장단으로 구성된 실행위 지도위원들은 속회 총회는 불법이라며 총회 차원의 대책을 세우자고 건의했다. 정준모 총회장은 실행위원들에게 가부를 물어 원로들의 요청을 통과시켰다.

▲ 총회 실행위원회가 비대위가 개최한 '속회 총회'를 다음 회의에서 다루기로 했다. 속회 총회는 이날 실행위 정식 안건이 아니었다. ⓒ마르투스 이명구

속회 총회와 관련한 안건은 이날 실행위의 정식 안건이 아니었다. 비대위의 속회 총회 이틀 후 열린 2월 21일 총회 임원회는 속회에 대한 논의로 옥신각신하다가 일단 보류한 바 있다. 속회 총회에 참석한 남상훈 장로부총회장과 김형국 서기, 김재호 회록서기와 속회 전 총대들에게 사과한 정준모 총회장은 민감한 사항이니 지금 다루지 않기로 뜻을 모았고, 27일 열릴 실행위에서도 안건으로 올리지 않기로 했다. 임원들은 실행위에서 '총회 선거법 개정'만을 논의하기로 약속했다.

지도위원들, 속회 총회는 불법

하지만 지도위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선거법개정위원회에서 올린 제비뽑기 절충안 시행세칙이 통과되자 지도위원장 김동권 목사가 발언했다. 김 목사는 △2월 19일 대전 엑스포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소위 속회 총회는 불법이다 △속회 총회가 불법이므로 그 자리에서 논의된 모든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총회 기관지인 <기독신문>이 본연의 자세를 망각하고 편향되게 보도한 문제를 다뤄 달라 △속회 총회에 참석한 주동자를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실행위에서 지도위원들이 선정하기로 한 '97회총회사태진상규명위원회'에 속회 총회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맡기자고 건의했다.

▲ 김동권 목사(좌)와 서기행 목사(우) 등 실행위 지도위원들은 '97회총회사태진상규명위원회'에 속회 총회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맡기자고 건의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정준모 총회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회를 보던 안명환 부총회장은 "오늘 실행위 안건은 선거법만 다루기로 했다. 지금 다룰 수 없으니 임원들이 참고만 하는 걸로 하자"고 답했다. 김동권 목사는 "참고 사항으로 넘긴다니 말도 안 된다. 전 총회장으로 구성된 지도위원의 자격으로 불법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서 건의한 것이다. 지금 부총회장이 불법 총회를 인정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황규철 총무가 "전 총회장들이 결의해서 다뤄 달라고 요청한 사항을 간단하게 처리할 수는 없다. 오늘 건의한 내용을 다음 실행위에서 정식 안건으로 채택하기로 동의한다"고 말하자 재청이 나왔다. 다시 사회권을 넘겨받은 정준모 총회장은 가부를 묻고 통과시켰다.

안건이 통과된 후, 속회 총회를 다루는 것을 두고 찬반 격론이 펼쳐졌다. 실행위 현장에서 안건을 채택하는 것은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김재호 회록서기가 발언했다. 그는 "실행위 임원회에서 안건을 정한 뒤 실행위에 상정하는 것이 절차다. 지도위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후 실행위 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진행해 버리면 임원회가 왜 필요한가"라고 항의했다.

지도위원 서기행 목사가 "총회가 죽고 사는 문제다. 비대위는 헌법을 어기고 총회 소집을 했다. 우리 총회는 보수 신학만 지키는 게 아니라 법과 질서도 지킨다. 지금 총회의 중대한 안건을 논의하자고 했는데 혼자만 반대하고 있다"며 김 회록서기를 쏘아붙였다.

발언권을 얻은 이영신 목사(양문교회)가 김재호 회록서기를 거들었다. 그는 "지도위원들의 말씀이 일리가 있다. 하지만 실행위에서 속회 총회를 다루기로 정했을 경우, 총회가 그동안 겪었던 혼란보다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실행위 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 황규철 총무는 "노회가 열리면 총무 목을 자르면 된다. 속회에서 사회 본 사람이 실행위에서 발언할 수 있느냐"고 남상훈 부총회장을 비난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지도위원 김준규 목사는 교단을 둘로 나누려는 시도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비대위는 총회장이 불법 파회를 했기 때문에 속회 총회를 열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파회는 적법했다. 총회장이 잘한 건 아니지만 불법 파회는 아니다"며 "합의문도 문제다. 비대위가 먼저 합의를 파기했다. 이렇게까지 온 것에 대해 바로 비대위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가 재차 15인 진상규명위원회에 맡기자고 발언하자 일부 실행위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남상훈 장로부총회장은 속회 총회에 정준모 총회장이 참석한 것에 주목했다. 남 부총회장은 "총대들이 모인 자리에서 총회장이 사과했기 때문에 문제가 어느 정도 타결됐다. 실행위에서 '속회 총회'에 관한 안건을 올리면, 내일모레 열릴 봄 노회에서 반발이 클 것이다"고 예상했다. 황규철 총무는 "노회가 열리면 총무 목을 자르면 된다. 속회에서 사회 본 사람이 실행위에서 발언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남 부총회장은 "왜 발언을 할 수 없나"며 "총회장과 관련한 안건을 총회장이 사회를 보고 가부를 묻는 것도 문제"라고 대응했다.

장내는 소란해졌고 일부 실행위원들은 폐회하자고 동의·재청했다. 정준모 총회장은 폐회를 선언했고, 윤선율 회계가 폐회 기도를 했다.

한편, 이날 실행위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던 정준모 총회장은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속회 총회를 실행위에서 다루자는 동의·재청에 즉시 가부를 묻는 모습을 보였다. 회의가 끝난 뒤 정준모 총회장에게 합의 내용을 이행할 것인지 물었지만 정 총회장은 "언급하지 않겠다"며 답을 피했다.

▲ 정준모 총회장에게 합의 내용을 이행할 것인지 물었지만 정 총회장은 "언급하지 않겠다"며 답을 피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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