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에 이어 이번 기사는 베리칩 논란의 다섯 가지 논쟁점들 가운데서 나머지 세 가지를 다룬다.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계시록 13장에 등장하는 666이라는 표는 계시록의 문맥 속에서, 그리고 당시 로마의 상황 속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어째서 현시점에서 그 이슈가 다시 부각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셋째로, 계시록은 짐승의 혹은 사람의 표가 베리칩으로 대표되는 '생체칩'의 형태라고 말하고 있는가? 계시록에서 말하고 있는 표는 말 그대로 '표(mark)'다. 이것은 일종의 신분증이다. 그것은 손목이나 이마에 붙이는 혹은 매어 놓는 표식을 말한다. 구약적 관점에서 본다면, 경건한 유대인들이 띠로 매어 이마나 손목에 묶는 말씀의 표를 떠올리게 했을 것이다.

"이러므로 너희는 나의 이 말을 너희의 마음과 뜻에 두고 또 그것을 너희의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고 너희 미간에 붙여 표를 삼으며(신 11:18)."

또 로마제국적 관점에서 본다면, 시장 같은데서 물건을 구매하거나 팔 수 있는 일종의 신분증이나 출입증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사실 베리칩 논란이 있기 전까지는 말 그대로 피부에 묶어 두는 표(일종의 신분증) 혹은 직접 새겨 넣는 '문신(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 같은 것으로 이해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모두들 그 표가 피하(皮下)에 삽입하는 '베리칩'이라고 불리는 생체칩이라고 주장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앞서 666의 해석의 역사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말하자면 문자적 해석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어찌 문자적 해석이 시대마다 장소마다 물질문명이 발전함에 따라서 이리저리 다양하게 해석된다는 말인가?

어떤 사람들은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성경적이라고 주장하는데, 사실 해석학의 기본은 문맥적 의미를 찾는 것이지, 반드시 문자적이어야 한다거나 반드시 상징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맥에 따라 그것이 문자적으로도 혹은 상징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교회사 속에서 그러한 오류는 많이 있다. 단적인 예로, 성찬식에서 "이것은 내 몸이니, 이것인 내 피니"라는 예수의 말씀은 빵과 포도주라는 물질이 예수의 실제 육체와 피를 의미한다는 말이 아니지만, 아직도 그것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뿐인가? 레위기가 "고기를 피째 먹지 말라"고 했다고 해서, 여호와의 증인들처럼 그것을 식사의 규칙이 아니라, 병원에서 행해지는 수혈(輸血)의 금지로 해석한다면 그것은 이미 문자적 해석을 넘어서는 것이다. 왜냐하면 문맥이 그러한 해석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로, 베리칩 논란의 배후에는 미국의 시대적 상황이 있다? 최근에 베리칩 논란은 미국에서 비롯되었는데, 그 핵심에는 오바마의 의료보험 정책의 개혁이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바마 행정부가 의료보험 개혁 법안 중에서 환자의 몸에 붙이거나 삽입할 수 있는 장치를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 오바마 정부가 베리칩을 '36개월 이내에' 모든 국민이 베리칩을 받아야 한다는 루머의 근거가 되었던 것 같다. 다음은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개혁법안의 베리칩 '의혹' 관련 법령 구절(1193:9~17)이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도 베리칩을 언급하거나 의무적으로 피부 속에 '삽입'하라는 표현도 강제 규정도 없다. 그것은 다만 환자의 안전을 위한 구분된 장치에 대한 설명일 뿐이다.

▲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개혁법안의 베리칩 '의혹' 관련 법령 구절(1193:9~17). 어느 곳에도 베리칩을 언급하거나 의무적으로 피부 속에 '삽입'하라는 표현도 강제 규정도 없다.

이와 같은 논란으로 인해서 미국의 일부 주의회(버지니아 주와 조지아 주)는 2010년에 종교적으로 베리칩에 대한 염려 때문에, 생체 이식 칩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시술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 참고 : 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10/02/09/AR2010020903796.html?sid=ST2010021000012media.daum.net/foreign/america/view.html?cateid=1043&newsid=20100212073505849&p=newsiswww.ajc.com/news/news/local-govt-politics/senate-bans-forced-microchip-implants/nQcJH/).
게다가 이미 미국의 몇 개의 주에서는 강제 시술이 법으로 통과되었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은 그 정반대였다. 사실 '베리칩'이라는 상표의 제품은 이미 2004년 FDA의 승인을 받고 시판되어 사용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한 면에서 베리칩 논란의 배경에는 오바마 미 행정부의 의료개혁 논란을 악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참고 : christustraeger.tistory.com/14).

다섯째로, 베리칩을 받으면 구원을 받지 못하는가?

온 인류를 하나님의 구원에서 배제시키려는 음모가 '실제로' 없는데, 어찌 베리칩을 받으면 구원을 받지 못하겠는가? 앞서 말했듯이, 베리칩은 의료 관련 상품의 하나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서 생체에 대한 안전성 시비나 사생활 정보 논란, 그리고 종교적 염려의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다양한 논란이 우리의 관심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 기사에서는 종교적 측면만 다루는 것이다. 사실 베리칩과 관련한 논란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은 그 핵심에 음모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유 없는 공포심이나 확인할 수 없는 정보들의 홍수와 무책임한 짜깁기가 난무할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어떤 주제나 사건이라도 적당한 사진 몇 개와 충격적인 사이트 링크와 충격적인 말 몇 마디면, 살아 있는 사람도 죽은 사람이 되고, 죽은 사람도 살아나고, 없었던 일도 발생하고, 있었던 일도 없어지고, 나쁜 일이 옳은 일이 되고, 옳은 일이 나쁜 일이 되는 세상이다. 음모론이 진실이 되고 진실은 음모론이 되는 상황이다. '세계단일정부'가 생체 정보를 수집해서 기독교 특별히 '개신교'라고 하는 종교의 감시 수단으로 사용한다? 사실 666이 실제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문자적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권력이나 존재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체에 삽입되어 사람들을 통제하리라 여겨지는 '베리칩'보다는 (지역적) 권위주의적 정부에 의한 인터넷 관련 정보의 감시나 무단 감찰, 신상 정보의 악용, 혹은 신용카드나 예금 등의 해킹이나 사기에 의한 도용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종교적 이유보다는 경제적 혹은 정치적 이유로 터져 나올 여지가 더 크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추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교회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음모론에 취약하다. 특히 구원론이나 종말론에 대해서 더욱 그렇다. 역사상으로 보아도, 이 두 가지 교리와 관련하여 수많은 이단과 사이비 기독교가 등장하지 않았는가? 아무리 기독교인이 많고 교회가 강력한들 이와 같이 사소한 문제에서 크게 흔들린다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 교훈에 대해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교회가 666 숫자 논란으로 인해 수십 년간 교회가 겪은 내홍과 고통을 너무나 쉽게 망각한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일종의 가십거리나 황당한 주장의 하나에 불과한 일에 과도한 관심과 혼란을 다시금 겪고 있다. 이 상황 속에서 조금만 더 우리가 합리적이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역사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성경적으로 볼 때, 아직까지 우리는 "이번만은 진실로 베리칩이 성경이 말하는 666이며 받는 날에는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주장에 설득당할 만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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