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상품이 아니다

지난 1월 16일 '보수 표창원, 보수 기독교를 말한다'는 제목으로 <뉴스앤조이>에서 공개 인터뷰가 있었다. 새해 첫 공개 인터뷰 주인공이 표창원 교수로 시작했는데, 보수 기독교 측에서는 이미 표창원 교수는 빨갱이 아닌가. 대형 교회 당회장들이 발끈할 일이다. <뉴스앤조이>는 '합리적인 기독교 개혁'의 자리를 감당하고 있는 기독교 인터넷 신문이다. 열려 있는 목회자들과 신도의 목소리를 모아 언론의 사명을 대변해 주고 있는 곳이다.

▲  1월 16일 '보수 표창원, 보수 기독교를 말한다'는 제목으로 <뉴스앤조이>에서 공개 인터뷰가 있었다. (사진 제공 국인남)

이날 진행은 김종희 <뉴스앤조이>대표가, 그리고 기자들 질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김 대표가 가장 먼저 표 교수에게 "종교가 있습니까?"고 물었다. 표 교수는 무교라고 답했지만, 기독교에 대한 지식과 그의 삶은 웬만한 직분자보다 훨씬 커 보였다. 그가 어느 특정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표 교수의 '합리적인 보수 정신'은 우리 사회 정의의 경종을 울릴 만했다.

합리적인 보수가 가야 할 길

누군가가 필자에게 종교란 무엇이냐 묻는다면 "종교란 상품이다"고 말하고 싶다. 세상은 종교로 인한 분쟁이 지구 환경오염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가장 낮은 곳에 있어야 할 종교가 권력과 물질이 있는 곳을 향하며 점차 종교는 광고로까지 등단했다. 이렇게 종교를 상품화시킨 인간의 탐욕은 바벨탑을 향해 달렸다. 점차 종교를 상품화시킨 사람들은 정치적 권력 수단과 조직적인 이기 집단을 양성화시키는 도구로 사용했다. 종교라는 신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권력화, 대형화, 계급화 되는 길이 쉽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란 무엇이냐 묻는다면 "정치는 극보수주의자들이 애국 애족을 내세워 자자손손 탐욕을 누리는 곳"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애국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아주 가까운 곳에 답이 있을 것 같다.

과거 구한말 시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을 때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애국자다. 애국 투사들은 부모와 처자식보다 자주독립이 더 큰 사명이었다. 자신은 죽고 조국이 산다면 기필코 목숨을 바쳤던 살신성인(殺身成仁) 정신을 실천한 '합리적인 보수'의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다. 이에 비한다면 지금 이 시대 애국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당시처럼 처참하게 목숨을 바치는 열사(烈士)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의 첫발이 바로 가정 아닌가. 창조의 섭리도 하나님은 가정을 가장 먼저 만들어 주셨다. 기필코 교회를 먼저 만들어 주지 않으셨음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이 작은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부터 삶이 시작된다. 이렇게 작은 공동체 속에서 질서를 배우고 삶의 방법을 터득하며 성장한다. 여기에는 진보와 보수도 없다. 오직 가족이라는 한 공동체가 서로의 허물을 덮으며 살아가는 곳이다.

그래서 한평생 끝까지 가족 공동체를 지키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국민평화훈장'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왜? 바로 이 사람들이 '합리적인 보수'의 자리를 잘 지켰기 때문에 지금 이만큼 사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가운데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을 함께 가는 길이 바로 애국 애족하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 표창원 교수는 "진정한 보수는 사적인 권리와 이익을 포기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고 했다. (사진 제공 국인남)

표창원 교수는 합리적인 보수를 이렇게도 표현했다. "홍익인간의 뜻 안에 담겨진 것처럼 '합리적인 보수'는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해야 한다. 기독교에서 말한 예수님도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과 사회참여를 했다. 그래서 합리적인 보수는 계층 간의 갈등을 좁혀 가며 전통을 지키는 자리에서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합리적인 보수가 자신의 자리를 정직하게 지킬 때, 우리 사회 법질서는 확립되고 권력의 누수도 막을 수 있다.

비합리적인 보수의 오판

비합리적인 가짜 보수들이 보수의 본질도 모르고 날뛰는 사례가 많다. 이들은 기득권을 이용해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들이다. 또한, 국민과 국가를 내세워 매번 선거 때마다 애국 애족과 안보에 경종을 울려 준다. 이들은 유신 시절 독재를 휘두르는 칼끝에서도 애국 애족을 이용했다.

또한, 전두환 정권 시절, 군홧발과 탱크로 민생을 짓밟으면서도 어김없이 안보와 애국을 외쳤다. 그리고 남영동 지하 고문실 고문자들도 분명 애국하는 마음으로 잔인한 고문을 자행했다. 명분은 오직 하나, '애국 애족, 안보'를 내세우며 민주 투사들을 빨갱이라는 죄목으로 억압하고 죽였다.

이러한 극보수 정신 분열자들과 권력을 쥔 악질 통치자들은 민초를 짓밟고 억압했지만, 지금도 살아서 사죄도 없고 회개도 없다. 또한, 국민은 이 모든 사실을 벌써 잊고 방관하는 자세다. 그리고 새롭게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향수에 젖어 표를 몰아주었다.

그들은 권력의 틀을 잡기 위해 많은 의혹들을 남겼다. 국정원 댓글 사건, 십알단 사건(윤정훈목사가 이끈 박사모 사이버 전사대. 일명 십자군 알바단), 부정 투표 사건 등. 일단 '국민 행복'을 담보로 승리했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정확한 수사의 팩트(fact, 사실)가 없기에 여전히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극보수주의자들이 남발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애국과 안보'이다. 이러한 애국과 안보를 내세워 권력은 긴 세월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었다. 아직도 '애국과 안보'에 불만 지피면 뽀얀 국물은 여전히 나온다. 그래서 권력에 대해서 비판과 반대를 제시하는 자는 무조건 좌파, 빨갱이가 되는 세상이다. '안보'로 우려먹는 국물은 언제나 끝이 나려는지.

정의의 본질이 가야 할 길

그렇다면 진보 입장에서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애국과 안보'가 없을까. 이들 또한 목숨을 걸고 외치는 구호가 '애국과 안보'이다. 분단된 지형적인 조건에서 북한과 접근하는 방식만 다를 뿐이다. 통일에 대한 전제 조건이 서로 다르기에 빨갱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빨갱이'에 대한 토론과 질문이 오고가는 가운데 표창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합리적인 보수는 '회복적인 정의'로 진정한 공동체를 살려 나가는 대화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보수는 사적인 권리와 이익을 포기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 가짜 보수들을 순수 보수의 자리로 회복시키는 것이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는 가짜 보수들을 정리하기 위해서 경찰대학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일까. 그렇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바로 그가 사표를 제출한 원인 제공이었다. 그의 경력과 범죄 심리학을 전공한 프로파일러(profiler)입장에서 합당하게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전문 경찰 프로파일러 자리에서 도저히 침묵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의 용감한 결단으로 많은 사람은 알 권리를 기대하고 있다. 하루속히 경찰은 정확하고 사실에 입각한 수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어설픈 수사는 의혹과 불신만 남을 뿐이다. 자칫 '워터게이트 사건' 같은 조작 선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공개 인터뷰 참석자들. (사진 제공 국인남)

표창원 교수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은 현 상황에서 가시밭길이다. 앞으로 나아갈 길은 오직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다. 극보수진에서 표 교수의 행보를 그대로 보고만 있겠는가. 이 모든 사건은 어느 한 사람이 의혹을 파헤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참여 정신으로 수많은 '합리적 보수'들이 함께해야 한다. 진실이 담긴 메아리가 끊임없이 반복될 때, 우리 사회는 분명 공동체의 정의를 회복할 수 있다. 다수가 방관하는 사회는 불법과 반칙이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의를 회복하자는 '합리적인 보수' 한 사람이 기득권과 명예스런 자리를 박차고 나와 자유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정의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모이기 시작했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점차 '회복적 정의'는 이 땅에서 창대하리라. 그리고 보수의 끝자락까지 정의로 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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