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에 대한 권리를 두고 출판사와 단체가 6년째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교인들은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만 반복해 들어야 했다. 사건의 경과와 본질은 가려졌다. 교인들이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찬송가 기획 기사를 마련한 이유다. 연재는 총 3회에 걸쳐, 사건의 흐름, 원인, 손해 등을 다룰 예정이다. - 편집자 주

585억 원. <통일찬송가> 대신 <21세기 찬송가>를 새로 찍어내자, 2007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1년간 성경·찬송 합본이 올린 매출액 추정치다. 이 기간에 팔린 찬송가는 390만 권. <21세기 찬송가>가 처음 나온 해라서 다른 때보다 많이 팔렸다. 평균 판매가를 2만 5000원으로 잡고, 출판사가 판매가의 60% 수준인 1만 5천 원에 서점으로 넘기는 것을 고려해 계산했다.

찬송가공회는 매출액의 5~6%를 인세로 받는다. 390만 권이 팔린 해에는 29억 9800만 원을 벌었다. 찬송가를 판매하는 6개 출판사, 대한기독교서회(서회)·예장출판사(예장)·두란노·아가페·성서원·생명의말씀사가 똑같이 찬송가를 팔았다고 단순 가정하면, 한 출판사의 매출액이 97억 5천만 원인 셈이다.

찬송가는 매년 100만~150만 부 정도 팔린다. <통일 찬송가> 보급이 완료되고 <21세기 찬송가>가 나오기 전인 2000년에도 95만 부가 팔렸다. 6개 출판사가 성경·찬송 합본을 1년에 20만 부씩 판다고 가정할 때 한 출판사당 매년 매출액이 30억 원이 되는 것이다. 실제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서회는 2011년 예상한 수입보다 59억 900만 원을 적게 벌었는데, 서회의 '2012년 예산안 설명서'를 보면 "찬송가 판매 중단과 판매 저하"를 수입이 줄어든 이유로 꼽는다. 찬송가공회도 매년 7억 원 정도의 인세를 거둔다.

게다가 찬송가 수요는 쉽게 만들 수 있다. "생각해 보라, 담임목사가 '이제부터는 새 찬송가를 쓰자'고 말하면 바꾸지 않을 교인이 있을까." 한 전직 찬송가 유통업자는 <21세기 찬송가>가 거의 보급됐고, <21세기 찬송가> 재고량이 100만 부 이상이 되어도 새로 나오는 찬송가는 충분히 팔린다고 봤다. 새 찬송가 발간에 동참한 예장합동·감리회·성결교·침례교 등 주요 교단이 총회에서 새 찬송가 사용을 결의하면 상당한 판매량이 예상된다. '돈' 때문에 찬송가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 찬송가는 매년 100만 부 이상 안정적으로 팔린다. 덕분에 찬송가를 파는 출판사는 매년 30억 원가량, 찬송가공회는 7억 원 정도를 번다. ⓒ뉴스앤조이 유영

"이권 다툼 아니다" vs "성급한 발간 의도 믿기 어렵다"

새 찬송가 만들기에 나선 비법인찬송가공회(비법인공회)와 서회, 예장은 찬송가 발간이 돈 문제라는 해석을 불쾌해한다. 강승진 비법인공회 총무는 "찬송가 발간을 이권 다툼으로 볼 수 없다. <21세기 찬송가>를 더 쓸 수 없는 사정 탓에 어쩔 수 없이 새로 찬송가를 만들고 있다"고 항변했다. 김용도 비법인공회 공동회장은 "찬송가를 사야 하는 교인들과 교회 부담을 더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다.

비법인공회 인사들이 해명해도 돈을 벌기 위해 졸속으로 찬송가를 만든다는 비판은 이어진다. 찬송가 제작 과정이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비법인공회는 지난해 8월 경 찬송가 편집을 시작해 올해 7월 초 편집을 마쳤다. 그 뒤 찬송가공회 위원들과 전문위원들이 7월 9일부터 12일 3박 4일간 제주도에 모여 편집한 내용을 살폈다. 장로교 총회가 열리는 9월 전에는 감수를 받고 각 교단 총회에 보낼 가제본을 만들 계획이다. 감수는 찬송가 '눈을 들어 하늘 보라', '어서 돌아오오' 등을 작곡하고 최근에는 '오페라 손양원'을 작곡한 박재훈 목사(큰빛장로교회)가 한다.

지난해 찬송가 사태 관련 포럼을 개최하는 등 찬송가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임광빈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직전 상임의장은 "공론화 과정 없이 몇몇 인사와 교단이 찬송가를 좌우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새로 찬송가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찬송가는 상당한 기간 전문적으로 연구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불과 1년여에 걸쳐 만든 찬송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새 찬송가 발간 측(비법인공회·예장·서회)은 연구 결과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주장한다. 이번 찬송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이천진 목사(궁정교회)는 "찬송가 전문가들이 신학적인 검토를 거쳐 찬송가를 편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새 찬송가에는 오랜 기간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예배와 교회력에 맞춰 찬송가를 배열했다고 강조했다. 새 찬송가 600곡 중 3분의 2정도가 <통일 찬송가>와 같은 곡으로 채워져 다시 <통일 찬송가>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교인들이 많이 부르는 찬송가 위주로 정리해서 그렇다"고 답했다.

▲ 비법인공회는 올해 7월 3박 4일간 찬송가 검토 회의를 했다. 그러나 어떤 누가 참석해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사진은 제주도 회의에 참석한 비법인공회위원들. (사진 제공 비법인공회)

그러나 편집위원 구성부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 찬송가 편집에는 이 목사와 전희준 장로(신촌교회), 주성희 교수(총신대), 신소섭 목사(성도교회)가 참여했다. 주 교수와 신 목사는 뒤늦게 합류해 이 목사와 전 장로가 편집을 주도했다. 문성모 서울장신대 총장은 "한국교회가 사용하는 찬송가라면 모든 교단이 편집위원을 한 명씩 파송해서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편집 작업을 해야 한다. 이번 찬송가는 사실상 감리회와 성결교 두 사람(이 목사와 전 장로)이 만든 것이다"고 말했다. 올해 7월 제주도에서 열렸다는 찬송가 검토 회의에는 누가 참석해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다.

법인찬송가공회(법인공회)를 비판하며 탄생한 비법인공회가 제도적 보완을 하지 않고 찬송가 만들기에만 혈안이 된 것도 문제다. 법인공회는 불투명한 재정과 외부의 감시·감독을 받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비법인공회는 정관이나 제도 개선을 발표한 적이 없다. 오히려 아직 나오지도 않은 찬송가 수익금 분배를 두고 교단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저작권료와 소송 탓에 새로 찬송가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새 찬송가 발간 측의 주장보다 "찬송가에 대한 철학 없이 그냥 일단 여기저기서 모아 짜깁기할까 걱정된다"는 문 총장의 우려가 와 닿는 까닭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