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안 교수는 10월 9일 <호모 루덴스>를 쓴 '요한 하이징가'의 사상을 소개할 예정이다. 사진제공 청어람 아카데미
청어람아카데미가 시작된 지 어느새 일 년이 지났다. 청어람은 높은뜻숭의교회(담임 김동호 목사)의 교육관 이름이다. 남산의 숭의여대 대강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이 교회가 땅값 비싼 명동에 교육관을 구하게 되면서 교회 안팎으로 다짐했던 것은 이 공간이 교회 내부의 교제와 교육 만을 위해 쓰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좀더 넓게 한국교회, 혹은 한국사회를 위해 의미 있게 쓰여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이 교육관은 ‘청어람(靑於藍)’이란 멋있는 이름도 갖게 되었고, 여러 다양한 기독교 단체와 시민단체들의 행사와 강좌들에 공간을 대여하고 있다. 이젠 ‘명동 청어람에서 모인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사용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신선하고 과감한 강좌들 기획

외부 단체와 모임에 대한 대여 만으로는 원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청어람에서 자체 기획한 프로그램이 하나씩 선을 보이면서 새로운 배움과 만남에 목말랐던 한국교회의 젊은 세대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2006년 상반기 강영안 교수가 5주간 진행한 ‘레비나스 읽기’는 기독교권에 매우 고급한 교양강좌를 기대하는 저변이 잠재되어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국내에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 철학자의 사상을 강의하는 자리에 유료 등록이 50명이었다. 게다가 수강생들이 거의 석박사 과정의 철학 전공자이거나 학문적 내공이 만만치 않은 철학 관심자들이었다.

토요일 오전에 있었던 정치아카데미는 네 개의 모듈로 일년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수강생 중 10명이 8월에 2주간 미국연수를 다녀오는 것으로 전체 과정을 일단락했다. 로날드 사이더(Ronald Sider), 세이비어 교회(Church of the Savior), 소저너즈(Sojourners), 제임스 스킬런(James Skillen) 등 미국 복음주의권의 대표적 사회참여 노력들을 직접 보고 왔다. 정치아카데미 강좌에서는 법, 통일, 국제정치 등의 다양한 이슈를 놓고, 윤영관(전 외교부 장관), 배기찬(청와대 비서관), 스티븐 린턴(유진벨재단 대표),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등
현장의 전문가들이 밀도 있게 강의를 해주었다. 

문예아카데미에서 진행한 ‘진중권 초청 공개강좌’는 200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영화보기, 기독교미학, 시각예술, 영상제작워크숍 등 개별 강좌들은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가을강좌 이제 시작

이제 10월부터 시작되는 가을강좌는 상반기에 구성된 전체틀은 유지하면서 더 세밀하게 수강생들의 필요를 채워나갈 예정이다. 호평을 얻었던 강영안 교수는 10월 9일 <호모 루덴스>를 쓴 ‘요한 호의징가(Johan Huizinga)’의 사상을 소개한다. 정치 아카데미는 ‘헌법, 대한민국 "게임의 법칙"’이란 주제로 8주간 강좌가 진행된다. 가을정국 한국사회에 ‘개헌’이란 이슈가 등장한다면 매우 흥미롭게 어울릴 기획이 될 것이다. 문예아카데미는 상반기에 개설한 ‘입문과정’은 계속 진행하면서 저변을 넓히고, ‘심화과정’에서는 ‘대중문화이론’을 두 명의 강사가 나누어 맡아서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흐름을 쭉 훑어 내려간다. 한번 진지하게 지적 도전을 감행하고자 한다면 이런 기회에 망설이지 말 일이다.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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