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 스티븐스는 "일터는 하나님나라 확장에 중요한 전략적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복음과상황 신철민
평신도 신학의 세계적 권위자 폴 스티븐스(캐나다 리젠트대학 명예교수)가 8월 21일 한국을 방문했다. 여생을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삶의 통합을 위해 세계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그의 말 속에서 여호수아에게 헤브론을 달라던 나이든 갈렙의 기개 넘치는 외침을 보는 듯 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극복해야 할 이원론이라는 난제를 함께 풀어가고자 방한하여 일주일 동안 머물렀다. 평신도 신학이라는 말을 대중화한 장본인이면서도 평신도라는 말을 쓰기 꺼리는 폴 스티븐스를 경기도의 한 조용한 마을에서 만났다.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방한 목적은.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이 생활 속에서 신앙과 삶을 하나로 통합해가는 일을 돕기 위해 방문했다.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생활과 신앙이 분리된 부분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돕고 싶다.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작년에 리젠트 칼리지(Regent College)신학교 퇴직 이후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강의와 멘토링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장인들을 멘토링하고 있다. 그들이 삶의 현장에서 신앙과 삶을 하나로 엮어내도록 돕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윤리적인 문제라든지, 얼마만큼 일하고 얼마만큼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그 외에도 긴장이 존재하는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함께 고민한다. 현재 15명의 직장인들을 4년 동안 두 달에 4일을 만나면서 멘토링하고 있는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삶이 변화되고 있다.

새 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들었다.

지난주에 새 책 <Doing God's Business>가 출판되었다. ‘일터의 신학에 대한 의미와 동기’에 대해 다룬 책이다. 그 책에 지난 25년간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최근에 출판된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라는 책 잘 읽었다. 야곱이라는 인물을 통해 평소 강조하시던 생활 영성을 쉽게 풀어낸 것 같은데 성경 인물 중 야곱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만족스럽게 여기는 책이다. 40년 만에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야곱이란 인물이 우리와 너무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결코 야곱을 거룩한 삶의 모범으로 보지 않는다. 야곱이란 인물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쳤던 인물이다. 야곱은 창세기 32장까지 스스로를 인정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하나님은 야곱이 자신의 이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전까지 의도적으로 복주기를 회피하셨다. 2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것이다. 정체성 없이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에게는 우리와 같은 연약함이 있다. 그는 우리 중 하나다. 그렇기에 야곱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보편성을 갖는 것이다. 

교수님의 평신도 신학에 힘입어 한국교회에서도 평신도 교회가 생겨나고 있다. 평신도 사역자들이 교수님께 듣고 싶은 대답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예배에 설교는 필수적인가, 둘째는 설교는 반드시 학위를 받은 목회자만 가능한가 하는 질문이다. 우문일지 모르나 아직도 한국교회에서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기에 평신도 사역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설교와 가르침은 예배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설교만이 전부는 아니다. 성서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 그 다양한 말씀을 나누고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도행전에 보면 교회 안에서 서로 선포하고 논의하고 논쟁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런 모습이 오늘날 교회에서도 있어야 한다. 유대인들도 회당에서 설교했다. 그리고 교회가 그 전통을 가져왔다. 설교와 가르침은 교회 공동체에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평신도가 설교하는 것이 왜 안 되겠는가? 평신도의 설교가 목사들의 설교처럼 매끄럽고 대중들이 듣기 좋진 않겠으나 삶의 현장에서 얻어낸 하나님의 살아있는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안수 받은 목회자에게만 설교권이 부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성경 어디에 보아도 안수 받은 사람이 설교해야 한다는 말은 없다.

그럼 꼭 신학 교육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신학 교육 제도가 생긴지 200년 밖에 안된다. 하지만 신학 교육은 초대 교회부터 있어왔다. 교회가 신학교였다. 개인적으로 신학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신학교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때문에 신학 교육에 대한 안타까움도 크다. 신학 교육이라는 좋은 기회가 목사들의 전유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신학 교육은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하나님나라를 이루어가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함께 가야 한다. 학문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 신학 교육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직업의 평신도들에게 신학 교육의 장이 열려야 한다.

다양한 직장인들을 멘토링하시는데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이 뭔가.

직장인들의 대부분이 과연 내가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을 갖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전임 사역자에 비해 자신의 일이 하나님을 덜 기쁘시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장 속에서 전임 사역자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곧 전임 사역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만약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생각을 갖는다면 교회가 새로워질 것이다. 교회가 내부지향에서 외부지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세상에 보내기로 하셨음을 알아야 한다. 삶의 현장은 하나님나라에서 중요한 전략적 지점이다. 왜냐면 전문인들이 일하는 직장이나 공무원 사회 속에는 복음만 가지고는 접근할 수 없다. 나의 첫 멘토는 ‘교회 다닌다’는 말을 절대 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우리 자신이 교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는 곳이 바로 교회다.

비도덕적인 사회에서 도덕적 그리스도인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크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만 이런 윤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서구에서는 기독교 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으므로 비즈니스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생활과 영성을 접목시키기에 훨씬 쉬울 것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아시아는 성장하는 교회들이 많은 반면 서구 교회는 쇠퇴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온 한 학생이 도전적인 질문을 했다. 어떻게 세계적인 신학자와 교회 성장을 위한 전문가들이 교회가 쇠퇴하는 나라에서 나오는가. 오히려 우리가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다. 하나님을 섬기기 쉬운 곳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대적하는 세력을 만날 수 있다. 기독교를 적대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기독교적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문화가 있다. 완강하게 반대하든지 친근하지만 끈질기게 반대하든지 말이다.

독자들에게 한마디 바란다.

기독교 신앙이란 종교적인 영역으로 국한되지 않고 예수님을 통해 참되신 하나님과 날마다 만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복음과상황>을 통해 더 많아지길 바란다. 그래서 기독교에서 보이는 세속화나 종교화의 두 가지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매일 삶의 한복판에서 우리를 찾으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생활 속에 뿌리내린 영성을 갖길 바란다.

폴 스티븐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에 위치한 맥마스터(McMaster)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M.Div.)하고, 미국 풀러 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D.Min.)를 취득하였다. 몬트리얼과 밴쿠버 20여 년동안 교회를 자비량으로 목회하였고, IVCF의 카운슬러, 밴쿠버의 캐리신학교(Carey Hall)와 리젠트칼리지(Regent College)에서 시장  이론과 리더십(Marketplace Theology and Leadership)교수 등으로 20년에 걸친 신학 교수 생활을 마치고 2005년 8월 31일 은퇴했다. 이후 전 세계를 다니며 직장 사역과 평신도 사역을 가르치고 있다. 신도 신학과 사역·결혼·기독교 영성에 대한 책·소논문·성경 공부 안내 책자 등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쳤다. 저서로는 <참으로 해방된 평신도>, <평신도가 사라진 교회>, <현대인을 위한 생활 영성>, <21세기를 위한 평신도 신학>, <평신도를 세우는 목회자>,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 <영혼의 친구 부부>가 번역 출판되었고 최근에는 <Doing God's Business>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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