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 14일 오전 10시 30분경,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서는 통곡과 절규가 터져나왔다.

단군상 철거와 관련해 구속 중이던 교계 관련자들에 대해 대한민국 법정은 기독교계의 수많은 탄원과 진정에도 불구하고 최흥호 목사(영주시민교회, 고신) 징역 1년, 안수식 목사(신영주교회, 통합) 징역 10월 등의 실형을 구형하고, 정해영 장로(영주동부교회, 합동), 김주성 목사(영동교회, 통합), 이명희 목사(영광교회, 통합), 김세원 목사(영주교회, 합동) 등에게는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것이다.

이날 안동지원에 자리를 함께 했던 예장고신 전호진 목사, 경북기독교총연합회 임원진, 영주시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들 그리고 해당 교회 성도들은 상당한 긴장감을 보이면서도 내심 기독교계의 진정과 탄원에 대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을 가진 것도 사실이었다.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고위관계자를 비롯, 입법부와 사법부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진행된 '전방위 로비'와 수많은 진정, 탄원들과 함께 진행된 교계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으리라는 예상과 몇몇 희망적인 사전 정보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나 다른 결과가 나왔다. 김기현 담당 판사는 "종교적 신념에서 나온 행위라고 하나 타인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의 정신을 어겨서는 안된다는 원칙에서 판단을 내렸다.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구속자들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가 제출됐지만 정작 피고인들이 이 사건에 대해 전혀 뉘우침이 없고 오히려 재판에 불성실하게 임해 이같이 구형한다"고 선고했던 것이다.

예장고신 총무 전호진 목사는 "아니 이거 이거... 서울에서 듣던 분위기와 전혀 다르다. 결과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 향후 한기총 차원의 항의서한 제출과 교계의 의견을 수렴해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아 투쟁하는 것까지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후 연합회 임원진들과 함께 지원장실을 찾아 정식 항의 서한을 접수시키려 했으나 지원장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이미 자리를 비운 후였다.

전 목사와 경북기독교총연합회 임원진들의 입장은 이제 기독교계의 일치된 목소리와 행동으로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것과, 한기총 차원에서 전국 규모의 항의집회를 통해 사태를 비중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 향후 단군상 철거관련 목회자 구속사태는 우상 건립에 반대하는 한국교계의 강한 반발과 저항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안동교회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한국교회가
하나되어 투쟁하자는 즉석 기도회를 가졌다.
또 경북 각지에서 모여든 성도들은 재판이 끝난 뒤 법원마당에서 통성기도와 정권타도 구호를 외치며 재판 결과에 강력 반발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격앙된 지역교계의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이어서 참석자들 대부분은 법원 주변에 위치한 안동교회에 집결해 기도회를 갖고 향후 투쟁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청와대와 법원 등에 항의 메일을 발송하고 각 교회 마당에 항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자는 내용의 즉석토론회도 가졌다.

하지만 이번 재판 결과를 놓고 교계의 의견이 양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향후 기독교계가 어떤 목소리를 내고, 투쟁수위를 어느 선으로 정하게 될 것인지 의문이다.

단군상 철거 관련자들의 행동을 ‘광신적인 유치한 행동’쯤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이들의 행동을 기드온이나 주기철 목사 등의 신앙 영웅적 행동으로 보는 측과의 의견일치를 이룬다는 것도 넘어야 할 큰 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재판부에 압박을 가해온 교계의 입장에 당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의’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도 향후 단군상 철거 및 건립반대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대운동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의 교계 행보 중요>

이번 재판 결과를 본 경북지역 교계의 반응은 격앙 일색이다. 이 불똥은 곧 한국교계로 튈 양상이다. 그러면 국면이 바뀌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낳게 한다. 물론 한기총 대표회장을 비롯해 교계의 대표들이 단군상 철거 관련자들을 위해 여러 각도에서 진정과 탄원, 로비를 통해 선처를 호소했지만 그 결과는 기대치 이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경북지역의 교계에서는 다소 힘이 빠져 있는 것도 맞다.

이번 일을 두고 핵심관계자들은 교계의 향후 대응방향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첫째로 교단 차원의 문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에 관계자들이 소속된 통합, 합동, 고신측 총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몇몇 대표들만 개입했다는 점은 전체 교단 차원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단군상과 관련해 교계의 문제인식에 어느 정도의 조율과 설정이 필요하며 도출된 결과에 따른 합일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대목이다.

둘째로 단군상 문제가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직시해야 하고 냉정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독교계는 단군상 건립 반대 여론형성을 위해 일간지에 성명서, 반박문 등을 게재한 바 있으나 별다른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를 종교적 배타주의로 인식하는 사회통념이 존재하는 한 법적인 대응을 포함, 어떠한 반대운동도 사회적 공감을 도출해 내기 어렵고 교계가 바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한문연측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단군상의 엄연한 종교성을 부각시켜야만 ‘기독교가 과민반응하고 있다’ ‘기독교인은 극단적 배타주의자’라는 식의 공격에서 빗겨나갈 수 있고 그래야만 교계를 벗어나 사회적 지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강경일변도로 나갔을 때, 사회로부터 기독교가 고립될 수 있으며 나아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날 안동에서 적지 않은 참석자들이 극도로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지도부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분명한 방향이 정해지면 교계 차원의 집약된 힘을 보여야 하겠지만, 그 방법은 합리적으로 진행돼야 함은 당연하다. 잘못된 부분은 고쳐나가야 하지만 기독교가 법을 무시하는 불합리한 이기주의 집단쯤으로 폄하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셋째로 자칫 이번 운동의 방향이 구속자 석방이나 형량의 감면에 맞춰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에 개입됐던 관계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나, 이번 일을 단군상 건립반대운동으로 이어가는 도화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실정법을 어긴 부분은 기꺼이 책임지고, 앞으로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마련으로 운동의 방향을 설정해 나가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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