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복상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9년입니다. 그때 복상은 세대교체를 통해 편집진을 일신(一新)하자는 취지에서 과감하게 30대 초반으로 편집위원 진용을 구성했습니다. 박총, 양세진, 유재희, 이강일, 황병구 님 등이 그때와 이후에 편집위원진에 합류했습니다. 저는 그해 여름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기 때문에 실질적 기여를 하지는 못했으나, 대신 영국생활과 복음주의 이야기를 담았던 ‘브리스톨 통신’을 2년간 연재했었습니다. 요즘도 가끔 그때 글을 기억하는 분들을 만납니다.

2002년 말 귀국해서 학원복음화협의회에서 일을 하다가 다시 불어 닥친 복상의 위기 국면에서 2004년 1월부터 편집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나름대로 지면 구성의 변화를 시도했고, 새로운 필진이나 글감을 끌어오는 노력을 했지만 경영상의 문제는 쉽게 타개되지 않았습니다. 2004년 11월에는 급기야 책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몇 가지 방향으로 회생 노력을 했습니다. 다행히 2005년 <뉴스앤조이>와 통합을 하게 되어 매체의 영향력과 운영능력이 상당히 개선된 것은 가장 큰 보람으로 느낍니다.

제가 복상을 맡을 때 다짐을 했던 목표는 복상의 누적 부채를 말끔히 해소하는 것, 이 매체가 죽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만드는 것. 이 두 가지였습니다. 감사하게도 매체 통합을 통해 이 두 가지 바람은 다 이루어졌습니다. 소박하나마 소망을 이룬 셈이니, 물러남에 있어 아무런 미련이 없습니다. 이제 뭔가 좀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다음 주자들에게서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가능성을 보았기에 흔쾌히 자리를 물립니다. 하나님 앞에서 제가 응답받은 지점이 거기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대신 저는 지난 2년간의 쉴 틈 없는 일정과 헐떡거림에서 잠시 벗어나 내적 충전도 하고, 좀 긴 글을 써볼 작정입니다. 그리고 이제 책임을 맡고 있는 ‘청어람 아카데미’를 통해 젊은 세대들과 만나는 일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복상과는 편집위원장으로서 연결고리를 갖고 장기 기획이나 필진 발굴에 힘을 모으게 됩니다. 그간 복상이 시사뉴스를 좇아가는 역량은 꽤 좋아졌지만, 담론의 생산기지로서 기능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면에서는 꾸준히 뵐 수 있겠으나, 그간의 역할을 내려놓으면서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통해 감사를 드립니다. <복음과상황>을 많이 아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양희송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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