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는 근원적으로 후원자가 제공하는 후원금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가 없다. NGO활동의 시작은 후원자의 후원금에서 시작한다고 하여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NGO 관리 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우리의 상황에서 많은 경우 기업 관리 문화가 NGO관리자들의 무의식에 침투하여 들어와 있다. 기업의 자금원인 매출액은 기업이 생성해내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금전을 수령하는 것이므로 기업 내부로 들어온 매출액의 사용은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

NGO 관리자들의 무의식에는 NGO, 좁게는 NGO 활동가 자신들의 비전과 이상을 보고 후원자들이 후원하였으므로, NGO 관리자들이 후원금을 그들(관리자들)의 생각에 따라 활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마치 후원금은 NGO활동가들의 꿈과 이상을 팔아서 받은 대가로 생각하는 것과 같이….

NGO의 자금은 사용시마다 항상 단체의 목적과 후원자들의 후원 의지에 따라 제약을 받아야 한다. 후원자가 특정한 목적으로 사용하기를 원하였다면, 다른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그 재원은 후원자가 사용하기를 요청한 곳에 사용되어야 한다. 활동재원이 부족한 부분은 그러한 활동에 동조하는 후원자를 신규로 개발할 문제이지, 단체의 다른 사업용도로 들어온 후원금을 전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전용하는 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배임과 횡령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다.

사단법인인 NGO가 수령하는 자금은 구성원이 단체 운영을 위한 분담금 성격인 회비와 기본적인 분담 의무를 넘어서 특정활동을 지원하는 후원금으로 대별할 수 있으며, 후원금 또한 후원하는 용도를 지정한 특정목적후원금과 용도를 지정하지 않은 일반 후원금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일반적으로 NGO들이 단체 운영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회비를 납부하도록 요청하거나 후원자들이 납부하는 후원금의 용도를 지정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는 후원자들의 구체적인 후원 의도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NGO 관리자들이 포괄적인 승인하에서 수령한 후원금을 관리자들의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편리성 때문이다. 관리자들 스스로의 도덕적 기준에 비추어 후원금을 정당하게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라면, 후원자를 어떤 명목으로든 운영자금을 제공하는 모금 대상으로만 생각하게 되므로 후원자들과 단체의 운동을 공감하는 장을 형성할 기회를 상실하고, 결산서 형식에 후원자들의 후원 목적에 따른 후원금 사용액을 보여줄 생각을 하지 못하며, 재정 투명의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게 된다.

둘째는 후원자들이 특정사업용으로만 후원하기를 원하고, 단체의 운영비에 사용하라고 후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단체 운영비의 부족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슬쩍 넘어가는 형태이다. 이 문제는 사업관리비 명목으로 특정 목적 후원금의 일정비율액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사전에 후원자들에게 알려주는 과정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위 두 가지 원인은 후원자들을 후원금 납부하는 단계에서만 고려 대상으로, 사업진행 단계에서는 중요한 의사 결정자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체 관리자가 후원금을 관리하는 청지기 역할에서 주인의 역할로 변신을 해버린 것이다.

NGO 관리자들이 청지기 정신을 회복하고, 후원자를 후원자로서 존중하고 대우할 때에만 한층 더 성숙한 기부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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