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해외에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려고 내건 구호가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이다. 한국은 정말 역동적이다. 역동적이다 못해 멀미가 날 정도로 흔들린다. ‘빨리 빨리’는 적어도 동남아시아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용어로 정착되어간다. 드라마보다는 뉴스 시간이, 소설보다는 신문이 더 흥미진진하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복음과상황>은 올해의 인물과 사건을 꼽아보았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올 한해 우리는 무얼 하고 살았나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기에, 기자들과 둘러앉았다. 최종적으로 합의된 다섯 명의 인물과 다섯 가지 사건을 표지로 올린다.

인물로는 황우석, 이명박, 김진홍, 김홍도, 조용기 등이 꼽혔고, 사건으로는 남북관계, 역사청산, 성서한국, 교회분규, 부동산이 결정되었다. 꼭 대상을 기독교인으로 국한하거나, 교계 사건으로 한정짓지는 않았다. 대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람이나 사건 위주로 선정하다보니, 아주 파격적인 선정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적다. 그러나 이것만 살펴봐도 한국사회가 지난 1년 간 매우 숨 가쁘게 달려온 것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뜨거운’ 입담에 올라온 사람들

올해 최고의 주목을 받은 사람은 누가 뭐래도 황우석 교수일 것이다. 몇 년 전의 박세리, 박찬호, 월드컵 축구팀 등 스포츠계에 한국인 파란을 일으킨 느낌 그대로 세계 과학계를 제패한 한국인으로 추앙받으며 대중들에게 생소한 <사이언스>니 <네이쳐>니 하는 해외 과학저널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했고, 복잡한 생명공학 메커니즘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복합적인 논쟁을 일상의 대화 수준으로 끌어들였다. 연말에 MBC <PD수첩>과 일전을 치르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는 하나, ‘윤리적 과학’이란 화두(話頭)를 우리 모두에게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단연 최우선으로 선정되어 마땅하다는 데 동의했다.

기독교계는 MBP 신드롬에 서서히 사로잡히고 있다. MBP란 시중에 판매되는 우유 이름이기도 한데, 일부에서는 <GT 우유>가 김근태 복지부장관의 이니셜과 같다는데 대응해서 <MBP 우유>를 ‘명박 프레지던트’의 약자로 읽는다. 우유회사의 음모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청계천 개통 이후 이명박 서울시장의 인기는 하늘 모르고 치솟고 있다. 더구나 그는 현재 유력한 대권후보 가운데는 유일하다시피 한 개신교 장로이다. 본인도 다양한 기독교 행사에 마다않고 찾아다니는데, 어린 시절의 힘겨운 삶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내는 그 간증이 또 감동적이기까지 하단다. 개신교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그에 반해 김진홍 목사의 경우는 지금은 중립성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작년 가을 <기독교사회책임>의 출범 이후 결별하는 등 우여곡절은 많았으나, 결국 최근 ‘뉴라이트 전국연합’을 출범시킴으로써, 향후 정치 일정에 새로운 우파의 근거지가 되겠다는 의지를 크게 펼쳤다. 여러 차례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일조하겠다는 말씀을 하신터라,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국사(國師)가 되실지는 모르겠으나, 정파운동에 투신함으로써 여야와 상하를 아우르는 화합의 리더 자리는 멀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김홍도 목사는 올 한해 가장 심각한 설화(舌禍)의 장본인이 되었다. 자연재해만 터졌다하면 그의 입에서는 피해자들을 감싸는 말보다는 그 사람들 죽을만한 짓을 했다는 독설이 터져 나왔다. 몇 년간 재정 비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안으로 궁지에 몰린 탓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미국에서 비슷한 발언으로 유사한 물의를 일으키는 팻 로버트슨 목사와의 남다른 한미공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으나, 내년에는 한국교회를 위해서 교계 지도자들이 나서서 묵언(黙言)수행을 권해드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은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에게 그대로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작년 말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제기한 재정 및 친인척 비리의혹이 <시사저널>을 통해 보도되면서 시끌벅적한 한해를 시작했는데, 올해는 중반 이후부터 내년으로 다가온 조용기 목사의 은퇴 시기와 관련해서 뉴스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개혁연대는 은퇴시기 연장이 순복음교회가 약속했던 내부의 개혁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것으로 보고 미뤄두었던 고발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한다. 파국을 피하려면 자체 개혁의지를 선명히 대내외에 천명하는 수밖에 없다.

마음을 애태운 사건은?

한반도 정세는 매년 위기의 연속이었다. 외국에서 보면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은 그리 낮지 않다. 금년 초 북한 외무성의 핵보유선언은 또 한 번 간 떨어지게 만드는 선언이었다. 평화구축에 앞서 ‘위기 관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간들이었다. 역설적으로 이런 위기감이 6․15와 8․15기념행사에 북측이 성의 있게 나서는 계기가 된 듯도 하고, 김정일-정동영의 전격 회동을 통해 극적인 관계개선 국면이 이루어졌다. 난항이던 6자회담도 북한의 핵포기선언을 이끌어내는 등 성과를 올렸다. 연말은 북한인권문제로 국내가 달아오르고 있다.

서점에서 어느 해보다 역사책이 많이 팔린 해이고, 역사에 관심이 많아진 해이다. 도대체 일제식민시대가 어떻게 축복이 되느냐로 해를 열었고, 독도문제, 동북공정문제에 일본의 우익교과서문제로 온통 역사를 새로 쓰고 싶은 이들의 욕망이 극에 달한 한 해였다. 국내적으로는 국정원 과거사청산 노력이 갈짓자 걸음을 걷고 있고, 진보측은 맥아더 동상 문제를 제기한 사이 보수 측은 비전향장기수 무덤의 비석을 훼손했다. 교회도 4월의 유명 목회자들의 죄책고백과 더불어 친일문제, 친독재문제 등으로 이 흐름을 타기는 했으나 기독교 고유의 ‘회개’란 용어에 값하는 감동과 진솔함이 있었느냐에는 평가가 박하다.

8월에 있었던 ‘성서한국’은 올 한 해 기독교계 행사 가운데 특별히 의미 부여가 가능한 모임이었다. 복음전도와 사회참여의 균형이란 슬로건에 걸맞은 연합수련회를 처음 가져본 셈인데 참가자도 뜨거웠고, 주최 측도 감동했다. 말 많고 탈 많은 한국교회에 청년 중심의 신선한 운동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소망스런 조짐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 앞으로 몇 년은 수련회운동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저변을 넓히는 과정이 필요하겠는데, 선한 결과 있기를 기대해본다.

재정 비리나 불륜문제 등으로 일반 언론을 타는 경우는 있었으나, 광성교회는 그야말로 순수 교회분규가 대형화, 장기화되어서 방송을 탄 케이스이다. 근 2년째 결론이 안 나고 지루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수면 아래서 빈발하는 다양한 종류의 교회분규는 노회나 총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사회법이이나 일반 언론, 인터넷을 타고 널리 널리 퍼진다.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조직은 결국 사회로부터 지탄과 비난을 자초하는 길밖에 없다. 첫째는 교회 내에서, 그것이 안 되더라도 노회나 총회 내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잘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결국은 ‘땅부자가 이긴다?’ 오랜 시간을 소비한 끝에 정부는 8·31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놓았는데, 아직 종합부동산세 과세범위를 둘러싸고 국회 내 논란으로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흥미롭게도 부동산문제에 대해서는 기독교권에서 오랫동안 논의해온 헨리 조지의 사상이 정책적으로도 깊이 참고 되고 있다. 교회가 부동산 투기에서 자유로운 입장이었더라면, 이참에 ‘성경적 토지운동’이 완전히 뜰 뻔했다. 말만큼 못 살아서 말에 무게가 안 실리는 현실이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