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올해 시작할 때 무언가를 결심하고, 어떤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럴 수가 있나.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글로 남기고 어딘가에서 공표하지 않는 한, 기억력에만 의존해서 한 해 구상을 지탱해나가는 것이 벌써 힘에 부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장기 기억력을 보존할 여지도 없이 숨 가쁘게 살아온 한 해였던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여하간 벌써 12월로 접어들었으니 삶은 ‘정리 모드’로 넘어가야 한다.

이번 호에는 연말에 개봉 예정인 블록버스터 ‘나니아 연대기’를 빌미로 상상력 옹호에 판타지 예찬론을 펼쳐보았다. 이참에 문화예술영역에서 참신한 기독교적 관심이 많이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다 보니 ‘기독교영화제’도 이 기간에 딱 걸렸다. 온갖 영화제로 한 해를 지내는 대한민국에 기독교 이름 건 영화제 하나쯤은 있어줘야 마땅하고, 딴 영화제 가본 적이 없던 예수쟁이들도 한번쯤은 나들이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영화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니 다들 기독교영화에 대해 ‘고민’하자는 모드가 진했다. 나는 기독교영화 ‘축제’였으면 좀더 좋겠다는 날나리 심기가 발동한다. 12월인데 말이다. 고민만 하고 있으면 너무 꿀꿀하지 않은가 말이다.

2006년을 어떻게 꾸려갈까 하는 생각도 가슴 한 구석에서 서성거린다. 올해처럼 연말에 허무해지지 않으려면 일 년 계획에 한 달 정도는 투자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독자들은 어떤 구상을 하시려는가. 복상도 새로운 면모를 내보이고자 노력 중이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구상 잘하시기를 바란다. 우리는 계속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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