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낙엽과 함께 우울해지거나 유난히 마음을 잡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가을을 탄다고 말합니다. 실연의 경험을 지닌 이들일수록 그런 심경을 많이 느낍니다. 그들이 “나는 사랑에 실패하였다”고 말하는 걸 자주 듣습니다. 실패한 사랑, 저는 이 말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세상에 실패한 사랑은 없습니다.

어느 소설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실패한 사랑이 있다면 성공한 사랑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무엇이 성공한 사랑일까요? 결혼에 골인하면 성공한 사랑일까요? 아니면 보기 좋게 차버렸을 때 성공한 사랑일까요?

사랑은 아주 절실하고도 절박한 체험을 통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일일 뿐입니다. 게다가 오늘 가슴 아픈 이별이 있었다면 이 때문에 우리는 다음에 찾아올 사랑을 좀더 성숙하게 만날 수도 있는 법입니다. 이렇게 잘 어울리는 상대를 만날지도 모르니 지금의 실패를 섣불리 실패로 단정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 박명철 <느티나무> 편집장.
그 말이 옳습니다. 남녀 사이에도 실패한 사랑이란 없습니다. 세상 모든 만남이 그렇고, 모든 경험이 그런 듯싶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 걸음씩 진보하고 우리의 모난 모습을 깎아가는 것입니다. 언젠가 바닷가의 몽돌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는데, 그렇게 우리는 파도에 휩쓸리고 깎이어 동그랗고 매끄러운 몽돌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성공도 실패도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가을을 타는 것은 가끔 우리의 정서를 돌아보게 함으로써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을을 타는 것으로써 우리의 마음이 멍들거나 우울해짐으로써 우리의 자리에 침잠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성숙하여 더 아름다운 경지에 이르는 계절이 가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가을, 의미 있는 ‘가을 타기’를 제안합니다. 

박명철 / 월간 <느티나무> 편집장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