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사건을 숫자로 표현하는 회계라는 용어는 주로 영리기업에서 사용했기에 영리기업의 속성에 따른 회계 논리를 비영리회계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영리회계는 근본적으로 투자자가 경영자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자본을 투자해서 얼마의 이익을 남겨 배당받을 수 있을까를 측정하는 관점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회계의 주안점은 투입된 자본을 통해 경영진이 얼마의 수익을 창출하였는지 평가하여 배당할 이익을 계산하는 '이익측정'이 중요한 관심사이다. 영리회계에서 재무제표로 표현하는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보면 이 부분의 관점은 분명해진다.

일정 시점 회계 주체의 재산 및 채무의 상황을 표시하는 대차대조표는 조달된 자금의 원천을 타인 자본인 부채로 분류하고 원천이 자기 자본으로 표시하는 방법으로 자금의 원천을 표시하는 부분과 이러한 자금이 사용된 결과치인 재산 현황 즉, 자산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대차대조표를 보면서 자산을 어떤 자금으로 구입하였는지를 알 수 없으며, 투하된 자금의 특성도 알 수 없으니 그 재산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제약조건도 없다.

주식회사인 경우 감사보고서의 주석사항으로 제약조건을 표시하나 이는 자금원천에 따른 제약이 아니라, 차입의 담보 또는 신용상의 제한이므로 현재 사용에 제한이 있다는 결과이지 재산에 속해 있는 원천적인 제약은 아니다. 또한 손익계산서를 보면 정형화된 계정과목인 '매출/매출원가/매출총이익/판매비와 일반관리비/영업외손익/특별손익/법인세/당기순이익' 모두 마지막 항목인 당기순이익을 산출하기 위한 과정이며, 당기순이익이 바로 투자자들인 주주가 회수할 수 있는 배당 대상 금액이다. 즉 기업회계는 투입한 자본을 회수하기 위한 관점에서 회계를 진행한다.

비영리단체, 출연자들의 의도 잘 파악해야

이에 반해 비영리단체는 출연자들이 투하한 자금을 회수할 목적이 아니라 특정한 용도의 사업에 사용하라고 자본을 비영리단체 운영자 및 활동가들에게 위탁하는 것이다. 위탁자의 관심사는 위탁한 자금이 위탁자의 요청에 맞게 잘 사용되었는가 보는 것이므로 비영리단체회계의 주 방향은 수입항목인 후원금 등을 위탁자인 출연자(후원자)의 의도에 맞게 분류하고, 분류된 목적에 맞게 사용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영리단체의 회계는 출연자들의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했으며, 일부는 어떤 형태로 단체가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줘야만 한다.

비영리회계는 이익 배분이 목적이 아니므로 이익 측정은 주 관심사가 아니다. 따라서 비영리단체는 일정 기간의 손익을 측정하는 손익계산서를 작성할 것이 아니라 비영리단체의 운영 성과를 표시해줄 수 있는 운영성과표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용어 사용도 바꿔야 한다.

현재의 비영리단체는 주로 수지결산서만 만들고 있으나, 수지결산서는 후원금을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형태인 자산의 내역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설사 대차대조표를 작성하여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출연자의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기업회계의 회수이론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서 출연자의 출연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 또한 수지결산서는 자금(현금 및 예금)의 수입과 지출이 있는 항목만 반영하므로 임차료를 몇 달 동안 지불하지 못하는 수입과 지출에 영향이 없는 활동은 결산서에 반영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비영리회계가 가야할 방향은 출연자들의 의도가 결산서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반영되는 형태는 이미 사용한 내역은 운영성과표 및 수지결산서에서 의도에 맞춰 표시하고, 출연금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거나 장기적으로 사용할 내역은 대차대조표에 그 내역을 표시해야 한다.

따라서 비영리단체의 결산서는 활동 결과를 표시하는 운영성과표, 자금의 수입과 당해년도 지출한 내역을 표시하는 수지결산서, 미사용한 자금 또는 앞으로 사용할 자산으로 지출한 자금 집행 결과를 보여주는 대차대조표 세 가지 모두 작성되어야 한다.

물론 비영리단체의 회계 정보 이용자는 자금을 제공한 출연자만은 아니다. 단체의 운영자, 간사, 잠재적인 후원자, 수혜자, 기타 일반인 등 모두가 포함될 수 있다. 출연자 또는 후원자의 기부에 의존하고 있는 비영리단체가 출연자의 의도를 무시하고 영리회계 개념으로 결산서를 작성하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 의의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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