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386세대 목회자로 젊은 층에 크게 어필하고 있는 기독교대한감리교회 소속 경기도 안산시 S교회 B목사(B는 특정 성을 의미하는 이니셜은 아님). B목사는 개척 8년만에 3500여명이 출석하는 교회를 일궈내,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적인 성장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또 여러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기독교계 방송에도 자주 출현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런 점을 인정한 모 신문사는 '뉴리더시리즈'라는 이름으로 B목사의 설교집을 출판했으며 , 기타 다른 기독교 출판사도 그의 목회비전과 묵상 등을 다룬 여러 종류의 책을 선보였다. 그의 책 중에는 교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해 J목사와 더불어 386세대를 대표하는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이 젊은 목사에게도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존재했다. 8년 전에 교회를 개척하고 대형교회로 성장시키면서 교회 설교 외에도 각종 강연과 칼럼 연재, 방송 출연 등 바쁜 생활 속에서 강행한 집필활동에 자연스럽게 허점이 생기기 시작한 것.

B목사는 집필활동에 충분한 시간을 내지 못하자 결국 채 완성되지 않은 원고를 부교역자에게 맡기면서 부실의 원인을 제공했다. 그 부실의 소산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년 모 신문사에서 7월 출판된 문제의 책.

이 책의 초판본은 총체적인 <표절>의 결정판이다. 이동원 목사의 <이렇게 시대를 극복하라>, 전병욱 목사의 <새벽무릎>, 강준민 목사의 <꿈꾸는 자가 알아야할 21가지 법칙> 등 3종류의 책이 표절의 대상이 됐다.

특히 이동원 목사의 책은 전 부분에 걸쳐서 골고루 표절돼, 책의 원저자를 B목사로 보는 것조차 힘들게 만든다. 전병욱 목사의 책과 강준민 목사의 책은 간혹 삽입됐지만 역시 표절이라는 비판을 벗기에는 힘들다.

어떤 식의 표절이 이뤄졌는지 예를 들어보자.

B 목사의 책 78쪽 맨 끝줄부터 79쪽 9줄까지의 내용은 이렇다.

   당신이 비록 지금은 캄캄한 어둠과 안개속 같은 방황에 있다 할지라도 주께서 당신에게 주실 승리를 믿으십시오. 영원한 생명을 주신 주님은 당신을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미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어 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게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은사로 주지 아니하시겠느뇨"

이 하나님을 신뢰한다면 당신은 이 세상에서 승리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바락이 드보라와 함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주신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그런 삶 속에서 승리를 만끽하며 사는 삶이 되시길 빕니다.


이 본분은 이동원 목사의 책 76쪽 5줄부터 14줄까지를 표절한 부분이다.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캄캄한 어둠과 안개 속에 헤매는 것 같은 방황에도 불구하고 주께서 당신에게 주실 승리를 믿으십시오. 당신을 구원하여 영원한 생명을 주신 주님이 당신을 저버리지 않을 것을 믿으십시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어 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은사로 주지 아니하시겠느뇨"(롬 8:32)

이 하나님을 신뢰한다면 당신은 이 세상에서 승리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드보라가 불가능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이 주실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 책의 초판본은 발행된 즉시 당사자의 손을 거쳐 긴급히 회수됐다. B 목사는 "출간 즉시 표절 사실을 알고 전량 회수에 나섰다"고 말하고 "인쇄된 초판부 2000부 중 1500부 이상을 회수했으나 미처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약 1달간의 밤샘 작업을 거쳐 원고를 새롭게 수정해 재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출간되자마자 회수될 책이 어떻게 굴지의 신문사에서, 그것도 참신한 386리더로 각광받는 B목사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출간될 수 있었을까.

B목사는

"직접 원고를 정리하지 못했다. 대신 부교역자의 손을 거쳐 강연 내용을 담은 테이프를 토대로 책이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강연에 참고했던 책의 내용이 표절되고 말았다""모든 것은 내 탓이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나 "책이 출간되기 전에는 표절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하고 "출간 후 이 사실을 알고 도무지 묵과할 수 없어서 모두 회수하고 1달간 대대적인 수정작업을 벌여 재 출간했다"고 덧붙였다.

B목사는 또 이런 푸념까지도 털어놨다.

"부교역자가 강연 원고를 정리하면서 그 정도로 심하게 다른 책을 베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비난받을 일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설사 모르는 가운데 타인이 저지를 잘못이라고 할 지라도 내 이름으로 출판된 책이기에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또 B목사는 지나치게 바쁜 목회활동 속에 출판한 묵상집 1권에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소장:송길원 목사)의 자료 중 일부가 삽입된 사실도 인정했다.

"교회 내에서 사용한 묵상자료를 모아 책으로 엮으면서 본의 아니게 기가연 자료가 15페이지 정도 삽입됐다. 때문에 송길원 목사에게 사과해 다행히 무마됐다."

깔끔한 외모와 젊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교회관을 바탕으로 교계의 주목을 받는 B목사. 하지만 출판에 대한 다소 무리한 욕심 때문에 결국 표절이라는 비판 아래서 결코 자유스럽지 못한 목회자가 되고 말았다.

B목사는 더 이상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교회 구조상 담임목사에게 집중된 업무량이 너무 너무 많았다. 앞으로 창조적이고 솔직한 목회를 위해 일의 양을 줄일 계획이다. 일단 새벽설교를 동역자 4명이 1주일씩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 또 주일 설교의 양도 줄일 계획이다."

또 언론에 과다 노출되는 것도 삼가겠다고 말한다.

"외부 원고나 방송출연도 지금보다 많이 줄일 것이다. 이런식으로 시간을 절약해 정말 좋은 설교를 위해 묵상하고 공부하는데 투자하겠다."

B목사의 어이없는 잘못과 고민은 대형교회를 인도하면서 수많은 책을 쏟아 내고 있는 소위 인기작가 반열에 오른  다른 목회자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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