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서리가 내렸습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파란잎새, 새빨간 꽃을 자랑하던 다알리아도, 분꽃도 하룻밤사이 푹 삶아 놓은 꼴이 되었습니다. 살얼음까지 어른걸 보니 벌써 겨울이 오는 모양입니다.

작년 겨울 보일러실이 추워 보일러가 여러 번 얼었던 일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올해는 미리부터 단속을 하기로 하고 보온 덮개와 담요조각으로 보일러실을 막아 문까지 만들어 달았습니다.

이만하면 창고 겸 보일러실이 완성 됐으니 예배당을 살피기로 하고 예배당 문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누가 그랬을까 벌써 그 무거운 난로를 꺼내 예배당에 옮겨놓고 연통까지 기억 자로 높이 설치해 놨습니다. 어제 우리가 밖에 나갔을 때 신 집사님이 들어왔다더니 난로 때문에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연초에 난로점검과 차량운행 봉사를 자청하더니 역시 철저한 성격에 날씨를 체크하고 있었나 봅니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제천 땅 산골짜기 마을! 그래서 여름보다 겨울이 훨씬 더 긴 우리교회의 겨울나기는 유별납니다. 난로 놓기부터 창문마다 쫄대를 대고 비닐을 쳐야하고 커텐도 꺼내 달아야하는 준비해야할 일들이 많은데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찬바람이 코끝을 베어갈 듯 매섭게 몰아치는 날 콧물을 뚝뚝 흘리며 하기 십상입니다.

그 중에 제일 힘든 게 역시 무거운 난로를 옮겨 놓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어느 해인지 목사님과 둘이서 낑낑거리며 겨우 옮겨 놨던 기억 때문인지 아무래도 나는 난로만 봐도 겁부터 납니다.

미리 얘기하고 시작했으면 같이 들었을걸 미안한 마음에 예배당 가운데 떡 버티고 선 난로만 어루만졌습니다. 아직 난로 불은 피우지 않았지만 수요일저녁예배를 마치고 일어설 때 목사님부터 한 마디씩 합니다.

“난로만 봐도 벌써 겨울이 온 것 같네요. 힘들게 봉사하신 손길에 감사드립니다.”
“아유 난로 옆에 앉았더니 얼굴이 다 벌 것 잖어유”
“난로도 있는데 왜 벌써 덜 일어나 가까이 와서 불도 쬐고 놀다가지 --- ”

올 겨울은 걱정 없다는 듯 훈훈한 대화를 나누며 일어섭니다. 편리한 온풍기에서 나오는 차멀미 나는 바람보다는 힘들게 옮겨놔서 더 대견스럽고 난로 불 피울 때마다 불 붙히느라 조마조마해도 활활 타오르는 열기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기쁨 때문인지 해마다 난로를 놓고 나면 한시름 겨울걱정이 달아납니다.

아! 이제 다 된 듯 기뻐할 즈음에 〈겨울 준비만 하다가 하늘나라 갈 준비는 어찌 된 거냐〉고 맘속에 호된 음성이 들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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