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종교학과 정진홍 명예교수가 강연자로 나선 6월14일 평신도아카데미 2강에서는 성경에 대한 '불경스러운'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특히 성경을 문자적으로 맹신하고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시각을 갖는 기독교인들의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정진홍 교수는 "성경의 언어는 '인식의 언어'가 아니라 '고백의 언어'"라고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성경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경험과 그 사실을 경험한 주체가 경험에서 얻은 의미를 고백한 것"이다. 따라서 인식의 언어는 실증이 요청되지만 고백의 언어인 성경은 과학적으로 실증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성경에 쓰인 고백만을 전부이며 절대적인 걸로 받아들여 타인에 대해 배타적인 독선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 교수는, 종교를 객관화시켜서 보지 못하는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데, 우리와 동일하게 고백하지 않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 "너 그런 소리하면 저주 받아. 예수천당 불신지옥"으로 말하는 게 오늘날 종교 간의 관계라며 통탄했다.
그는 "성경이 '이것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절대성을 갖게 된 것은 성경이 만들어지던 과정에 제도화된 권위가 개입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구전 전승시대에서 문자시대로 넘어오면서 글을 읽을 여유를 가진 소수가 글을 전유하게 되고 중세시대에는 성경을 전유하는 성직자가 출현해 그 과정에서 경전이 생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성경이 구전에서 문자로 옮겨지면서 인간의 총체적 삶을 문자에 가두어 놓았다"고 봤다. 성경이 쓰여진 맥락과 시대상황 등을 이해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의 새로운 성경읽기가 계속돼야 하는데 문자주의에 급급해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말짓(언어)과 몸짓(삶)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지는 책으로 다시 써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자기만이 절대적으로 선하다고 주장하면서 근본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종교 모습에 대해 지적했다. 문제와 해답만 있고 고민하는 과정은 없으며, 양쪽 중 어느 편에 서지 못하면 설 자리가 없는 교계 현실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