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를 봅니다. 스토리가 별 진전 없는 내용이므로 언제 봐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드라마들 가운데 하나이므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가늠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에게도 금순이라는 캐릭터는 특별한 데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지요? 모든 무장을 해제시키는 사람 말예요. 악의를 가지고 대화를 하더라도 금세 그 의도가 허물어져 버리는 경우입니다. 사실 고부간의 갈등이나, 악랄한 직장 상사로부터의 시달림, 배우지 못하고 갖지 못하여 겪는 억울함 같은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심각한 고민이고 스트레스입니다.

그러나 금순이에게 이런 고민과 스트레스는 한낱 삶의 한가로움을 덜어주는 양념 정도에 지나지 않는 듯합니다. 저는 금순이가 갖는 이 강한 힘의 원인이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어떤 시청자는 "금순이는 너무 착하고, 부지런하고, 정직하다. 그래서 나는 금순이 앞에서 부끄럽다"고 소감을 말하였습니다. 그렇지요. 금순이는 착하고 부지런하고 정직하지요. 그러나 금순이의 이런 모습은 금순이가 의도하고 꾸민 게 아니라는 데서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위선이 아니지요. 위선이 아닌 착함과 부지런함과 정직 등은 그러나 사람들에게 엉뚱하게 비쳐집니다.

엉뚱한 금순이, 그런데 그 엉뚱함 때문에 결국은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불우한'(?) 환경조차 불우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린 과부 나금순, 일찍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헤어져 할머니의 손에 자란 고아 같은 나금순, 남편도 없는 시댁에서 '눈칫밥' 먹고 사는 나금순, 이 모든 환경을 용광로에 녹이듯 활력과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나금순의 힘이 보기 좋고 부럽습니다.

금순이의 성격이야 천성이지만 금순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에너지의 본질은 오늘 우리들에게 희망이 됩니다. 금순이에게서 행복은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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