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 세계관을 들었던 수강생들이 모여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기독교 세계관이 지금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과거 기독교 복음주의권을 중심으로 뜨겁게 일어났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요즘 잠잠해졌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원론적인 논의를 벗어나지 못한 채 실천적 결과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 되었고, 급기야 '기독교 세계관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쳐 왔던 대학선교단체에서도 기독교 세계관 교육이 사라져 가는 실정이다. 이런 흐름을 비웃듯 제3회 기독청년아카데미에는 서울에서만 기독교 세계관 강좌가 2개나 열렸고 70명의 수강생이 강좌를 들었다.

지난 5월23일 이들 수강생들을 만나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이들은 그동안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실천보다는 이론적 정립에 치우쳤다고 평가하면서, '삶이 곧 그 사람의 세계관이며 삶을 변화시키는 운동'으로서 기독교세계관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수현 간사(한국누가회)는 자신이 속한 한국누가회의 사례를 들며 기독교 세계관운동이 이론에 머무르기도 했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5월23일(월) 진행된 좌담 전문이다.

▲ 뉴스앤조이 정책기획팀 이주일 간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주일 / 어떻게 기독교 세계관을 접하게 되었는가.

박수현 / CMF의 기본정신은 ‘의료사회의 주되심을 인정하는 공동체와 운동체’이다. 이런 정신에 따라 운동을 하려면 성경적 세계관을 정립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름마다 '집중학교'가 있는데, 그 기간에 세계관학교가 열린다. 1학년 때 그곳에서 세계관 초급강좌를 들었고, <그리스도인의 비전>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원론의 문제를 공부하면서 어린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프란시스 쉐퍼의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었고, 현재는 포스트모더니즘, 조직신학 등을 공부하는 중이다.

최선영 / 대학 1학년 때 교회에서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성장>이란 책을 가지고 3박 4일 동안 집중 훈련을 받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좀 심하게 받았다(웃음). 당시 강도사님은 IVF 출신이셨는데 시간관리 등 삶의 문제를 기독교적 관점으로 보는 연습을 시켰다.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더 공부하고 싶던 찰나 양진일 목사님이 캠퍼스 예배 때 강의를 해 주셨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번 아카데미 강좌를 듣게 됐다.

▲ 건국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박서준씨(월요일 기독교 세계관 강좌 수강) ⓒ뉴스앤조이 신철민
박서준 / 대학 1~2학년때 IVF 활동을 했는데, 그 곳 선배들과 이야기하면서 기독교 세계관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창조 타락 구속>, <천국만이 내 집은 아닙니다>라는 책들을 봤다. 평소에 내 생각과 삶의 모습이 달라 고민이 많았고 일관된 삶을 사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러다가 양희송 선생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황우진 /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 체계적으로 강의를 듣거나 공부를 해본 적은 없다. 대학 2학년 때 IVF 활동을 시작했는데, 소그룹에서 <그리스도인의 비전>을 공부했다. 선배들과의 대화, 수련회 때 포스트모더니즘 강의 등을 통해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 배웠다.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우리가 영혼만 구원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도 구원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혜아 / JOY에는 CLT라는 훈련 과정이 있는데, 거기서 기독교 세계관 강좌를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립하고 싶다는 마음에 계속 공부하게 됐다.

이주일 / 기존 기독교세계관운동은 이론에 치우쳐 실천과 괴리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공부하면서 어땠는가.

박서준 / 기독교 세계관 공부가 나에게는 많이 어려웠다. <창조 타락 구속>을 읽으면서 정말 사람을 힘들게 한다고 느꼈다(웃음). 이번 강좌를 들으면서 기독교 세계관은 명제적으로 정리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러티브(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자기 세계관을 말할 수 없는 시골 할머니도 그의 삶의 이야기는 누구보다 탁월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공유해가는 것이 기독교세계관운동이라 생각한다.

▲ 경희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황우진씨(월요일 기독교 세계관 강좌 수강) ⓒ뉴스앤조이 신철민
황우진 / 강좌를 들으며 기독교 세계관을 공부한다는 것이 하나의 절대적인 세계관을 공부해서 다른 세계관을 정복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세계관은 다원적이며 그것이 서로 부딪힐 때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 선배와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지금까진 상대방을 설득시키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은 서로의 세계관을 이해하려는 태도로 바뀌었다.

박수현 / 기독교 세계관을 공부하면서 적용에 대한 고민이 제일 많았다. 예를 들어 주일 성수만이 아니라 나머지 6일 동안의 삶의 문제, 십일조만이 아니라 나머지 90%의 돈 사용 문제, 의료보험 등 제도적 문제 등이다. 우리 주변에는 실천적 무신론자, 실천적 이원론자들이 많다. 강좌를 들으며 양진일 목사님의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이 세계관’이라는 말이 크게 다가왔다.

정혜아 / 기독교 세계관을 공부하면서 내가 기독교인이지만 내 안에 샤머니즘·불교·유교적 세계관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것이 정말 성경적이고 기독교적인 건지 판단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최선영 / 기독교 세계관 강좌를 들을 땐 실천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기는데,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금방 잊은 채로 지내다가 정작 내 삶은 변하지 않았다는 걸 보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일상에서 계속 질문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 뉴스앤조이 정책기획팀 정혜아 협력간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주일 / 주변 사람들의 경우는 어떤가.

박서준 / 교회에서는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서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책도 권해보고 그랬는데 쉽지가 않다.

황우진 /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이나 공동체 내부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와 문화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복음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에도 전해져야 하는데, 대부분 여전히 이원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선영 / 대학생 선교단체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은 복음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고 단지 더 넓은 인간관계를 위해 들어오기도 한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변화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채로 2~3학년이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 문제다.

박수현 / CMF에서는 섬에서도 활동을 하는데 보건소 등의 리베이트 거부, 제도적인 개선, 섬마을 환자에 대한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선배들이 2,3년하고 나오면 후배가 이어서 한다. 푸른마을교회를 다니는데, 그곳에서는 미아리 독거노인 방문 진료를 한다. 세계관 학교를 통해 후배들에게 이런 사례를 들려주게 되는데, 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정신을 이어가게 된다.

이주일 / 실천과 관련해서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지금도 기독교세계관운동이 한국 교회와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황우진 /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의 위치가 매우 큰데, 요즘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부끄럽다. 비기독교인 친구들에게 ‘네 종교는 왜 그러냐’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안티 기독교 사이트도 많이 생겼다.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강요가 아닌 대화를 할 수 있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정혜아 / 기독교 세계관의 내용을 모르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보통 어머니들이 자녀에게 ‘빨간불일 때 건너면 안 돼’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건넌다. 아이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세계관을 배운다. 효율성만을 앞세워 이원론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삶을 극복하는 모습으로 기독교세계관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 한국누가회(CMF) 학원사역부 박수현 간사(토요일 기독교 세계관 강좌 수강) ⓒ뉴스앤조이 신철민
박수현 /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자본주의 안에서 하나님을 가두어놓고 살아왔던 틀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실천의 자리에서 좌절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니라,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억압을 깨뜨려 나가야 한다. 한국에 복음이 처음 들어왔을 때, 신자들은 당시 당연하게 여겨졌던 많은 것을 깨뜨렸다. 지금은 이런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최선영 / 다른 종교인에겐 그들의 세계관이 있겠지만, 우리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기독교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기독교 세계관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노력은 포기해서는 안된다.

박수현/ '세계관학교' 폐회예배 때 설교자가 학교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을 정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던 것이 마음에 남아 있다.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관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시작점이 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조금 배운 것이 마치 전부인 양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주일 / 마지막으로 기독교 세계관 강좌를 듣고 나서 갖게 된 개인적인 결심이나 계획이 있다면.

▲ 숙명여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최선영씨(토요일 기독교 세계관 강좌 수강) ⓒ뉴스앤조이 신철민
최선영 / 세상 속의 약자, 일반인들이 꺼려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살고 싶다. 지금까지는 항상 1인자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공동체 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며 옆 사람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교회 내 어려움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새로운 교회를 찾기보다는 지금 교회의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노력 중이다.

황우진 /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늘 나는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가진 생각을 이야기하면 늘 사람들과 부딪힌다. 하지만 이제는 설득보다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또 다른 공동체를 많이 경험하면서 내가 속한 공동체의 세계관 속에 갇히지 않으려고 한다.

박서준 / 7월에 장교로 군에 입대하게 된다. 사병들을 대할 때 기독교인이냐 아니냐를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으로 그리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로 다가가고 싶다. 교회에서도 기독청년아카데미 강좌를 소개해 주려고 한다.

박수현 / 강좌 때 양진일 목사님이 ‘예수님은 나를 믿으라 하지 않으시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다’라고 하신 말씀이 깊이 인상에 남았다. 하나님을 믿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근현대사와 교회사를 공부하고 싶다. 지금 내가 속한 공동체의 꿈을 나의 꿈으로 삼고 가난한 이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지, 소외된 약자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사고할 수 있을지 알아가려고 한다. CMF 간사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과도 계속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정혜아 / 세계관이 나와 다른 사람들과 만났을 때, 그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딪히면 아프고 힘드니까 피하고 싶어지는데, 그렇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을 때까지 치열하게 노력해갔으면 좋겠다.

황우진 / 기독교 세계관은 전도할 때도 도움이 된다. 복음을 일방적으로 전한 다음에 믿겠느냐 안 믿겠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과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의 세계관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인격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선영 /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무엇을 실천하려고 할 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실패할 때가 많다. 각각의 위치에서 실천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추구하는 바는 다 동일한 것이 아닐까. 실천의 괴리를 지적하면서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동체에서 지속적인 실천을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주일 간사 / 뉴스앤조이 정책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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