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칠한 초원아파트

일전에 어떤 선지자를 만나러 구리에 갈 일이 있어서 상봉동을 지나다 금란교회의 벽에 'MBC를 보지 말자'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보았는데 여의도순복음교회에도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순복음교회는 신자가 70만으로 성도의 수가 많기로 유명한 교회이다. 국민일보와 스포츠투데이도 발간하고 있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국민일보는 모르겠지만 교회가 스포츠투데이에 벗은 여체를 찍어 신문을 내는 것을 보면 이상하다.

순복음교회에는 초원아파트가 나란히 같이 서 있다. 버스를 타고 가면 나란히 있어서 한눈에 보인다. 순복음교회는 여의도에서는 가장 후진 아파트이다. 이 후진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은 조용기 목사의 설교가 감명스러워 일부러 찾아든 순복음교회 열렬 신자들이 살고 있었다.

그 신앙심 좋던 신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을 목격하게 되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국민일보 앞에서는 국민일조 노조원들이 파란 기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노조 말살 행위를 규탄하는 시위였다. 그런데 초원아파트에까지 교회를 고발하는 벽보가 건물 유리창을 메우고 있는 것을 보고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교회가 신도들을 탄압하고 신문사가 노조원을 탄압하는 한국 제1의 교회 모습에서 우리는 타락할 대로 타락한 그 벌거벗은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통한스럽다. 어찌하다 성령 충만하여 기적을 행사한다는 교회의 모습이 저 꼴이며 저것이 하나님의 축복 받은 교회인가?

만약 저것이 무당의 짓이 아니고 하나님이 저 교회를 키웠다면 내 하나님은 믿지 못할 하나님이 아니겠느냐하는 절망이 우박이 되어 내렸다.

여기에 초원아파트 창문에 도배한 문구를 그대로 옮겨 놓습니다.

* 이웃 울린 조목사는 울리는 꽹과리.
* 교회 횡포로 아파트 주민 죽는다.
* 서민 울린 조목사는 각성하라.
* 교회는 아파트 땅 환원하라.
* 교회는 주민 폭행 사과하라.
* 조목사는 지하상가 이중분양 해결하라.


그러나 이 모든 것에 더하여 가장 큰 슬픔을 자아내게 한 행위가 눈에 뜨인 것은 바로 벽보를 지우려고 교회가 저지른 수치스러운 모습이 있었다.

아파트 벽에 붙은 벽보를 가릴 길이 없는 교회가 아파트 벽에 먹 물을 던져 그 먹물이 터져 만들어 놓는 먹물 튀김이 벽보는 가리지는 못하고 벽만 난잡하게 까만 얼룩으로 점철되게 한 것이다.

교회의 내막을 잘 아는 교인들이 교회를 들락날락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것이 하나님의 5중복음과 3박자 축복이라니? 벌거벗은 교회가 아담의 이야기를 어떻게 설교하는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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