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축구를 좋아해요. 그래서인지 아들 녀석까지 축구팬입니다. 어린이날 선물로 아들이 응원하는 프로축구팀의 유니폼을 사줬더니 일주일 내내 그 옷만 입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네요.

혹시 K리그 경기를 보실 기회가 있으면 주목해서 한번 보세요. 외국인 선수들이 두 세 명 정도 출장하는데, 요즘 달라진 풍경은 이들 가운데 한 명 정도는 수비수라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대부분이 공격수로 활약했는데 요즘은 좀 달라진 셈이지요.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느냐면, 우리나라 선수들의 수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홍명보, 김태형, 최진철이라는 막강한 삼각편대 수비수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들이 물러난 지금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 불안입니다. 훌륭한 수비수들이 발굴되지 않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공격수들과 다름없이 팀 전력에 기여함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수비수들처럼 궂은 일을 해내는 선수보다 골을 넣는 선수에게만 조명이 켜지는 이런 풍토는 물론 축구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어디서나 위에 있으려 하고, 머리가 되고자 하는 풍토도 결국 마찬가지입니다. 축구경기에서 수비수와 공격수의 비중이 다르지 않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지도자나 구성원들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1등’이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말은 그래서 옳지 않습니다. 1등 기업 하나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생각도 사실인 듯하지만 착각입니다.

공동체란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만 조명이 내리쬐는 이 풍토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함께 할 때 그 공동체는 그만큼 건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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