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우리 교회 일꾼 임직식은  검소하고 소박하게 지내기로 했다. 화려한 장식과 기념품을 주고받거나 헌금하는 것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의견은 지난해 희년을 보내면서 어려운 이웃을 섬기면서 나온 경험에서다. 직분을 받는 장로, 안수집사, 권사님들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고 교회 재정도 절약하여 그 물질로 이웃을 섬기는데 써야겠다는 생각은 누가 주장하지 않아도 서로가 실천에 옮긴다. 

이번에 세우는 일꾼 중에는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도 묵묵히 성도를 섬기는 분들이 많으셨다. 수십 년간을 주방에서 '식사봉사'를 담당하셨던 분은 말씀도 어눌하고 소위 학벌도 없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능력이 없다고 푸대접할지는 몰라도 이번 임직에서는 권사 직분을 받으셨다. 

일꾼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주방에서 일하고 계셨던 그 분께 나는 "권사님에 당선되셨어요!"라고 소리쳤다. 그 분은 놀란 듯이 손을 저으며 "나는 권사님 안해요, 자격이 없어요" 하며 정색을 하셨다. 그 분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대강 알 것 같았다.  교회 직분은 높은 계급이 아니며 직분을 갖고 으스대기보다는 부엌데기로 있겠다는 겸손한 고백으로 들렸다. 너무 감격스러웠고 성실한 그 분이 참 일꾼임을 알아보는 우리 교회가 자랑스러웠다.

가난하고 능력은 없지만, 주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심 없이 헌신하는 이들을 보며 하나님의 역사를 알게 된다. 이번에 직무를 맡으신 분들도 분명 앞선 일꾼들처럼 설거지와 청소 잘하는 장로님, 동네 구석 구석을 살피며 돕는 안수집사님, 궂은일에 앞장서는 권사님으로 모범을 보이실 것을 믿는다. 한문으로 '사명'이라는 말이 심부름 사(使)자에 목숨 명(命)자처럼 멋진 심부름꾼으로, 교회의 참 일꾼으로 이웃에게 감동을 주는 분이 되실 것을 확신한다.

스위스의 사상가 칼 힐티는 '인간 생애의 최고의 날은 자기의 사명을 자각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출생으로 고귀한 생명을 선물로 받았다면, 자신의 사명을 발견할 때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명을 발견한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믿는다.

이번 임직식은 화려함보다는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확인하는 생애 최고의 날을 맞이한 소중한 예식이다. 임직 받은 일꾼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그들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이웃에게 나타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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