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린교회에서 열린 교회정관공청회. 이들은 교회 내 다양한 계층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혁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이주일
진보적 교회로 알려진 향린교회(조헌정 목사)가 창립 52년만에 처음으로 정관을 제정한다. 이를 통해 향린교회는 목사와 장로 중심의 의사결정구조에서 교회 내 다양한 계층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혁할 예정이다.

향린교회는 3개월 전부터 정관제정위원회(회장 박종권 집사)를 구성하고 정관 초안을 작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로 완성된 정관 초안을 가지고 전교인을 대상으로 지난 3월 13일 오후 2시에 정관 공청회를 연 것이다.

이번 정관 초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교회 내 의사결정구조의 개혁이다. 향린교회는 1953년 창립시기부터 평신도 교회를 선언하며 교회 민주화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1994년에는 목사·장로 임기제를 도입했고, 당회와 별도로 목회위원회를 설치하여 다양한 계층의 신도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 정관제정위원장인 박종권 집사. ⓒ뉴스앤조이 이주일
그러나 목회위원회는 그동안 의사결정권이 없는 심의기관의 역할만 감당했다. 실질적인 결정은 모두 당회에서 이루어졌고 목회위원회는 형식적 조직으로 전락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1993년에 발표된 '교회갱신선언서'의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는 불만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향린교회는 각 신도회 대표자들이 의사결정권을 지닌 조직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실질적인 민주화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평신도 중심의 운영위원회를 당회와 별도로 설치하여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당회 자체에 각 신도회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방안 중 하나의 형태가 될 예정이다. 목회위원회를 구성했던 때와 다른 점은 이러한 내용을 '선언서'가 아닌 교회정관에 명시하는 방법으로 제도화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교회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향린교회에서도 내부적으로 정관제정 및 권력분산에 대한 반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박종권 집사는 "정관 제정에 대해 15% 정도의 교인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기득권 의식 때문인데,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공청회에서 정관 초안이 공개되자 정관제정을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종권 집사는 "이미 정관제정 자체에 대한 논의는 끝났기 때문에 전면 무산될 수는 없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정관제정을 통해 구조 개혁을 기대하고는 있지만, 아직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조헌정 목사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서 당회에 참여하는 폭이 넓어지더라도 40세 이상이 17명, 40세 이하는 3명에 불과하다"며 "당회는 새로운 리더십을 키우는 장이 되어야 하고 다양한 구성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종국 교수(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많은 교회들이 향린교회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모범정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관제정위원회는 5월 공동의회까지 공청회에서 제기한 의견을 수렴하여 정관제정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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