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동남노회 기소위원회가 광성교회 담임 이성곤 목사에 대한 기소를 포기하고 일괄사표를 냈다. 노회 임원회가 노회장(심종섭 목사) 명의로 기소위원회 활동을 잠정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 임원회는 2월 21일 광성교회 당회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노회가 총회에 질의에 대한 답변이 올 때까지 기소 활동을 중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임원회가 총회에 질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수습전권위원회와 기소위원회가 같은 사안을 가지고 각기 활동할 수 있는지.
2. 수습전권위원회 활동결과가 나올 때 까지 기소위원회 활동을 유보할 수 있는지.
3. 임원회가 수습전권위원회의 원활한 임무수행을 위하여 기소위원회에 고소건 심의 기간을 유보하여도 가한지.
4. 기소위원이 수습전권위원을 겸임해도 가한지.

이 질문은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성곤 목사에 대한 사법처리를 지지부진하게 하는 격이다. 사실 동남노회는 지난 해 8월 광성교회 당회원들이 이성곤 목사를 고소한 사건을 이런저런 핑계로 무려 4개월 동안 끌어온 전력이 있다.

이번에는 기소 여부 결정 시한이 오는 26일로 다가오자 갑작스럽게 헌법질의에 대한 답변을 기다린다는 핑계를 들어 기소위원회 활동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기소위원회는 별다른 구속력도 없는 임원회의 결정에 일괄사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장단을 맞췄다.

이에 대해 이성곤 목사 반대 측 장로들이 항의하자, 노회 서기 김충수 목사(세종교회)는 "헌법 질의기간 중 기소위원회를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증거자료를 제출하면 기소위원회의 사표 반려를 고려해 보겠다고 한 것이다.

동남노회가 기소위원회의 활동을 멈춘 것은 어쩌면 이미 예고된 일이다. 나는 '동남노회는 없다' 에서도 지적했지만 노회의 정상적인 재판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일부 임원들이 처음부터 이성곤 목사 감싸기를 하다 보니, 노회의 질서와 권위가 제대로 서지 않는 것이다.

이번 동남노회의 행위에 대해 여러 정치적인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우선 첫번째 문제는 헌법 질의에 대해 답변이 나올 때까지 기소위원회 활동이 중지된다는 규정은 헌법 조항에 없다는 것이다. 공적인 법 해석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노회 기소위원의 활동 중단을 요청한 것은 문제가 있다. 

둘째, 기소위원회의 일괄사표 문제다. 기소위원회는 과거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4개월 동안이나 이 사건을 질질 끌어왔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기소할 생각이 없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번에도 임원들이 중단요청을 하자 "이 때다" 하고 전원이 사표를 낸 것일 수 있다. 아마 임원들의 결정을 핑계로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임원회와 기소위원회는 활동 영역과 권한이 엄연히 다르다. 임원들이 기소위원회를 간섭해도 안 되고, 또 간섭을 받아서도 안 된다. 임원들이 활동 중단을 요청해도 기소위원들은 사표를 던질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다.

탈법적 질의

셋째, 질의내용에 문제가 있다. 내용을 보면 정말 몰라서 하는 질의가 아니라 이성곤 목사를 감싸려는 의도성 짙은 질문임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질의는 "수습전권위원회와 기소위원회가 같이 사안을 가지고 각기 활동할 수 있는지 여부"이고 두 번째 질의는 "수습전권위원회 활동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소위원회 활동을 유보케 할 수 있는지 여부"다.

쉽게 표현하면 '두 위원회가 같이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봐 달라는 것이다. 수습전권위원회와 기소위원회는 서로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같이 활동을 해도 무리가 없다. 수습전권위는 행정적인 처분을 하는 기관이고 기소위원회는 사법적 처분을 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이 질문은 결국 기소정지를 얻어내기 위한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헌법 관계자들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세 번째 질의내용은 "임원회가 수습전권위원회의 원활한 임무수행을 위하여 기소위원회에 고소건 심의 기간을 유보하여도 가한지 여부"다. 이 질의 내용 역시 다분히 정치성을 띠는 질문이다.

임원들은 서기, 회계, 노회장, 부노회장, 회록서기 등이다. 그들은 그들의 역할이 있다.임원들이 기소위원회에 '감 나와라, 콩 나와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수습전권위는 노회의 전체 결의를 거쳐서 노회의 대표로 임명된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임무수행을 할 것이다. 임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들이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그들이 요청하기 전에 간섭한다면 임원의 직권을 남용하는 것이다.

기소위원의 심의 기간을 유보하자는 것은 임원들이 불법을 행하겠다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기소위원의 심의 기간은 1개월로 정해져 있다. 필요할 경우, 1개월을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4개월이나 지났는데 다시 고소건 심의 기간을 연장하려는 것은 불법을 행해서라도 이 사건을 중지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모순적 질의

네 번째 질의내용은 "기소위원이 수습전권위원을 겸임해도 가한지 여부"다. 논리적으로 보면 기소위위원과 전권위원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겸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미 기소위원인 상태에 있는 사람을 전권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증경노회장들과 임원들이다. 자신들이 임명해 놓고 이제 와서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는 것은 자체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현행 헌법에 겸임하지 말라는 것도 없다.

결론적으로 노회의 질의내용은 은연중 조삼모사 식의 궤변과 헌법을 어기면서까지 임원회가 기소위원회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탈법적' 요소를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선택한 수습전권위원의 자격이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를 묻는 자체 모순을 안고 있다.

기소위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임원들이 간섭한다고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포기하고 사표를 낼 만한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이제까지 기소를 계속 유예시킨 것도 부족해 정작 기소를 해야 할 시점에 가서 직무를 내던지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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