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통합은 올 해부터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생활비를 균등하게 지급하기로 했다. 사진은 예장통합 재정부가 1월 10일 주최한 설명회. ⓒ뉴스앤조이 주재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장 김태범 목사)가 올 해 '미자립교회 교역자 생활비 평준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 생활비를 공평하게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평준화사업은 학연·지연 등 인맥에 따라 지출하던 선교비를 노회가 관리하는 것으로, 지원금이 특정교회에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 해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는 평준화사업 시행령의 핵심은, 미자립교회를 지원하는 교회들이 그동안 자신이 지정한 교회에 지원하던 것을 끊고 소속 노회가 선정해 준 교회에 지원금을 보내는 것이다. 미자립교회도 지금까지 지원받던 교회가 아닌 소속 노회가 지정해 준 교회에서 지원받는다.

평준화사업은 일차적으로는 노회 안에서 해결하고, 부족한 부분은 결연을 맺은 노회에서 지원을 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또 지원을 주고받는 교회가 정해지면 지원기간을 3년 단위로 약속하도록 유도해 안정적인 목회가 가능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안정된 목회·목회자 수급 균형 기대

시행령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목회자 가족 2명에게 월 100만 원을 지급하고, 자녀의 수업료(중학생 5만 원, 고등학생 10만 원, 대학생 20만 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미자립교회의 기준은 농어촌지역은 연 예산 2천만 원 이하, 중소도시지역은 2,500만 원 이하, 광역시지역은 3천만 원 이하인 경우다. 노회가 인정하는 기도처에 목회자가 상주하는 경우도 미자립교회로 인정한다.

생계비로 100만 원이 책정된 것은 그동안 노회별로 파악한 자립교회의 지원금 규모와 미자립교회의 현황을 근거로 했다. 김범렬 장로(서울북노회 평준화위원장)는 "우리 교단 교회가 지원금으로 한 해 100억 원 정도를 사용했다"며 "이것을 미자립교회로 나누어 100만 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예장통합 총회는 "그동안 미자립교회가 이해관계를 따라 각자 찾아다니며 지원금을 요청했지만, 이제는 총회와 노회가 연결한 교회에서 지원금을 받게 된다"며 "지원금의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총회는 "그동안 지원하던 미자립교회에 대한 정확한 재정 상태를 모른 채 여러 가지 이유로 지원한" 관행을 지적하면서 "이제부터는 총회와 노회가 파악한 교회별 재정 상태를 알고 지원하기 때문에 미자립교회에게 공평한 생활비를 지원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총회는 평준화정책을 계기로 "미자립교회 목회자가 안정된 목회를 할 수 있고,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가 연대를 통해 목회자 수급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하고 있다.

중대형교회의 적극적 참여가 관건

▲ 설명회에 노회장과 평준화위원장 등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진행과정을 주의 깊게 경청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그러나 시행 초기 풀어야 할 어려움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1월 10일 총회 재정부가 주최한 '미자립교회 교역자 생활비 평준화 실시를 위한 3차 설명회'는 당장 실시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해결되지 않은 일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재정통일위원장 한조연 장로는 "관련 자료를 준비하지 못해 지원하는 노회와 지원받는 노회가 만나지도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미자립교회는 총회의 결의로 당장 지원금이 끊긴 상황인데, 당장 이번 달 지원금을 보내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조사도 안했다는 사실은 미자립교회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는 행정 공백이다.

관련 자료가 부족하다고 말한 한 장로의 주장은 평준화사업의 존립까지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한 장로는 "일부 노회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미흡한 자료를 제출하여 결국 추정 자료로 노회 간 연결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로 인하여 지원노회와 지원받는 노회 간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염려하는 사례가 일어났다. 홍현국 장로(서울노회 평준회원회회 서기)는 "지원금을 타기 위해 미자립교회가 아닌데도 미자립교회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노회 관련자들이 인정에 이끌려 허위 사실을 보고했다가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총회는 허위로 자료를 작성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으나, 이런 사례는 여러 노회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형교회의 소극적인 참여도 문제다. 총회는 지원하는 교회들에게 지원 금액을 높여달라고 요청하고, 지원할 교회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대형교회에도 자료 제출을 독력하고 있다. 그러나 김범렬 장로는 지원하는 노회로 서울북노회 사례를 들며 "중대형교회들이 선교비를 10% 이상 올려야 하는데 오히려 깎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당장 생활비 기준금액 100만 원을 지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원받는 노회로 남원노회의 사례를 발표한 박순동 목사(노회서기)는 "필요한 재정 5억 원 가운데 3억 원을 노회 소속 교회가 책임지고 나머지를 지원하는 노회에 요청했는데, 오늘 아침 어느 교회로부터 1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당혹스러운 사정을 전달했다.

여기저기서 질문과 항의가 터져나왔지만, 주최 측은 "오늘은 만남의 날이다"며 토론을 뒤로 미뤘다. 일각에서는 "당장 지원받지 못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한 교회들이 많은데, 아직도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는 게 말이 되냐"는 푸념이 흘러나왔다.

▲ 설명회 뒤 연결 노회간 세부 논의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평준화사업은 추진 과정 : 시간은 넉넉, 준비는 급급

예장통합 총회는 오래전부터 평준화사업을 연구해오다가 2001년 제86회 총회에서 시행방안을 결의했다. 2003년에는 노회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2004년부터 실시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자료 부족을 이유로 시행기한을 1년 연기했다.

작년 총회에서는 감사위원회가 총회결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올 해부터 실시하도록 청원했으며, 총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총회 재정부와 재정통일위원회는 작년 3월 첫 번째 미자립교회 교역자 생활비 평준화 설명회를 개최했다. 참석한 노회장과 미자립교회 담당자에게 6월 말까지 지원자료 및 교회 현황을 제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일부 노회들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미진한 자료를 보내 작년 10월 말에 접수를 마감했다. 작년 11월 1일 제2차 설명회를 개최해 지원하고 받는 노회 연결표를 발표했으나 노회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추가로 자료를 요청받아 1월 10일 제3차 설명회에서 발표했다. 재정부는 1월 말쯤 지원금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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