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과 2005년, 기독운동은 한국 사회 전환의 흐름과 한 맥으로 흐르고 있다. 지각 변동과 새틀짜기, 새로운 운동과 새로운 주체의 생성이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한국 사회는 거대한 전환의 사건을 거치고 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듯하지만, 이미 새로운 시대는 시작되었다. 전환의 질이 클수록 기존 가치질서와 권위의 실상을 폭로하고 속내를 드러내며 전개되는 특징이 뚜렷하다. 기존 지도력과 권위에 대한 재평가를 촉발하는 사건들이 중첩되고 있다. 악수를 남발하고, 힘쓸수록 애처로워진다.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변화의 진폭은 일본의 식민통치, 분단과 전쟁, 냉전과 독재로 이어진 한국 근현대사 100여 년에 걸쳐 있다. 최근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근원적 재평가와 맞물려 있다.

일제 이후부터 이어진 한국 사회 지배세력의 교체와 지배적 가치질서의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가치질서가 만들어내는 의제 설정 능력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사건들이 중첩되어 드러나고 있다. 특정한 세력이 변화를 추동해 가고 있는 형국이 아니라, 거대한 역사적 전환의 흐름이 새로운 주체를 생성시키며 전개되고 있는 형국이다.

2004년과 2005년, 기독운동은 한국 사회 전환의 흐름과 한 맥으로 흐르고 있다. 지각 변동과 새틀짜기, 새로운 운동과 새로운 주체의 생성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독청년학생운동을 성찰하고 전망한다.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칼 아우르는 공간

기독운동 지각 변동과 새틀짜기의 맥락에서 주목해야 할 두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기독교사회책임의 등장과 관련된 사건이다. 기독교사회책임 등장은 주로 현실 정치문제에 구체적으로 개입하여 실천하는 것을 경계하며, 사회참여를 수행해 왔던 기존 복음주의권 기독운동의 한계를 조직적으로 극복하고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화해와 통합의 기치를 내건 기독교사회책임은 역설적이게도 철지난 허구적 이념논쟁과 분란의 한 축이 되어 버렸다. 거대한 전환기라는 판단은 주요했지만,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가치질서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별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으로 전개된 일련의 사건들은 감성적이고 원론적 수준에서 광범위하게 모여 있었던 복음주의권 기독운동 지형을 다양하게 분화하고 재편하는 흐름을 형성시키고 있다. 한국 사회 전환의 흐름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기독운동의 창출과 연대를 강력히 추동하는 역설적인 순기능을 일으키고 있다.

다른 하나는 <복음과 상황>의 위기와 <뉴스앤조이>와의 통합 사건이다. 복음주의권 기독청년학생운동을 촉발시키고 기독청년 지도력을 발굴해 왔던 <복음과 상황>은 초기의 영향력과 역동성을 상실한 채 위기를 맞았지만, 역사적 가치와 영향력은 아직 살아있으며, 현재도 기독청년학생운동의 중요한 소통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자생적 지도력과 생존력을 토대로 금권과 교권으로부터 자유로운 대안적 기독언론운동의 가능성을 구현하고 있다. 복음주의권 기독운동 연대의 매개 역할 뿐 아니라 에큐메니칼 운동까지도 포괄하는 소통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두 매체의 지도력, 독자층, 역할 등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이는 위기라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잠재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 언론 매체의 단순한 통합을 넘어 기독운동의 새로운 지형을 창출하는 중요한 토대로 작용할 것이다. 복상포럼, 성서한국 등의 복음주의권 연대운동이 활성화 될 뿐 아니라,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칼 진영을 포괄하는 연대 틀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독운동 전체 지형에서 청년학생운동은 교육운동, 새로운 주체 양성이라는 특성을 내포한다. 이런 맥락에서 청년학생운동을 성찰하고, 기독청년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독청년학생운동 지도력 양성을 위한 과제와 소명을 제시하고자 한다.

새로운 운동은 새로운 주체를 생성하며 전개된다. 전환시대의 격동 속에서 새로운 주체를 양성하는 운동은 주목되지 않은 채 시작되지만, 새로운 운동의 성패와 수준은 결국 교육운동, 새로운 주체 양성운동에 의해 규정된다. 2004년에 다양하게 전개된 교육운동은 2005년을 거치며 그 허실에 따른 이합집산과 연대를 통해 보다 광범위하고도 대안적인 기독청년학생 지도력 양성의 틀을 형성해 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새롭게 재편되는 기독운동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력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기독청년의 생명력은 성서

기독청년아카데미는 기독청년학생 지도력 양성과 지원을 목적으로 교회개혁실천연대, <뉴스앤조이>, 청년성서연구원이 함께 연대하여 세운 기독청년학생 지도력 양성 기관이다. 청년성서연구원은 지난 10여 년 동안 공동체적 기독청년지도력 양성과 대안적 공동체 창출을 위해 활동해 왔던 자생적 '연구-실천 공동체'로서 기독청년아카데미의 교육 및 운영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기독청년아카데미는 기독청년학생 지도력 양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도모한다. 대학사회라는 지극히 특정한 정황에 적합하게 양육된 제자도는 졸업과 동시에 전혀 다른 생활현장에서 그 역동성을 급속히 상실하기 십상이다. '온전한 복음, 총체적 선교'를 다양한 생활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지도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성서, 철학, 역사를 통전적으로 공부하고, 사회선교현장과 생활현장에서 하나님나라를 창출해 가고 있는 청년 지도력들과의 지속적인 교제와 연대가 필요하다.

기독청년학생운동의 생명력은 성서를 깊이 묵상하고 다시 읽는 것에서 생성된다. 교회사 속에서 구약의 희년정신과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은 온전히 계승되지 못했다. 당대를 지배하는 세속적 가치질서와 하나님나라의 가치질서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해 왔다. 성서를 다시 읽으며 하나님나라운동의 생명력을 성서로부터 다시 길어 올려야 한다. 예수의 하나님나라운동의 맥락에서 내면의 영적 성찰을 통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경건의 능력을 수련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사를 통해 끊임없이 전개된 하나님나라운동의 맥을 인식하고 계승해야 한다.

역사적 책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한국근현대사를 다시 공부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100여 년의 왜곡된 역사의 질병을 앓고 있다. 그곳에서 어떻게 정상적 사고, 정상적 신앙함이 가능하겠는가. 가슴을 치는 역사적 성찰과 고뇌가 없는 지도력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사회 뿐 아니라 한국교회 내부에 형성되고 있는 공통된 대립의 축은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인식과 맞물려 있다.

왜곡된 역사는 왜곡된 인식체계와 소통문화를 낳는다. 왜곡된 허구적 가치와 권위가 위세를 떨친다. 그 위세는 허구적일 수록 더욱 일방적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적 사유의 과제는 이것의 극복과 결부되어 있다. 한국 사회와 교회의 무수한 논쟁들은 실상 허구적인 대립의 조장을 통해 형성되어 왔다. 주어진 질문에 주어진 답을 똑똑하게 잘 하게 하는 공부를 통해서는 시대적 왜곡을 돌파할 사유와 운동을 창출할 수 없다.

자신의 소명과 문제의식 속에서 스스로 과제를 설정하고 새로운 질문을 창출할 수 있는 사유능력을 키워야 한다. 다양한 철학적 성찰의 영감과 학문적 성과들을 편견 없이 겸허하게 공부해야 한다. 동시대의 고뇌와 실천적 과제들을 함께 공부하고, 그 과제를 수행하는 운동들과 협력하여 실천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기독청년아카데미는 이러한 교육 내용과 철학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고뇌와 영적 성찰이 가능한 양육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학기 중 1~2회 '공동체영성수련의 밤'을 열어 공동체적 기독영성에 근거한 공부와 사귐,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양성되는 기독청년학생 지도력을 지속적으로 돕고 협력하기 위해 장학사업도 함께 펼치고 있다. 매 학기 마다 장학생들을 선발하여, 단기적으로는 금강산통일기행과 같은 사업과 연계하여 경비를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하나님나라 운동의 일꾼으로 양성되는 기독청년들의 활동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조직운영에 있어서도 대안적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명망가 중심의 내실없는 조직구성, 위계적인 의사결정 구조 등 기존 패러다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수강생들 가운데 보다 주체적인 참여를 원하는 직장인, 선교단체 간사, 학생들을 중심으로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운영위원 세미나, 학기 중 강좌 등을 통해 함께 공부한다. 운영위원들은 조직 운영의 주체임과 동시에 때로는 교육자로 때로는 피교육자로 함께 하며, '상호지도' '상호목회'하는 공동체적 조직운영의 모델을 창출해 갈 것이다.

▲ 최철호 / 희년마을교회 담임목사·기독청년아카데미 운영위원장.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 모든 과정은 자생적이고 자율적인 공동체적 지도력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일상적 생활운동과 구조개혁운동, 당면한 개혁운동과 장기적인 대안적 주체 양성운동을 유기적으로 함께 기획, 수행할 수 있는 '관계적 주체'를 창출하는 것이다. 공동체적 틀과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 운동은 객관적 변수들에 의해 제한될 수밖에 없어, 운동의 생명력을 이어가기 어렵다.

새로운 기독청년 지도력은 자기 삶의 현장에서 자생적 생존력에 바탕을 둔 하나님나라운동을 생성시키고, 이를 지탱할 공동체적 생활양식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하나님나라운동의 총체성을 구현할 다양한 연대를 역동적으로 펼쳐 갈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나라 운동의 성과는 결과물의 유무, 많고 적음에 있지 않고, 세속적 가치질서를 거스르며 하나님나라의 가치질서를 구현하는 새로운 관계, 대안적 생활양식의 창출에 있다. 2005년 이 땅에 이루실 하나님나라의 생명평화를 소망하며.

최철호 / 희년마을교회 담임목사·기독청년아카데미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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