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광복 60년이자, 분단 6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60년 동안 분단으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왔는지는 새삼스런 일이다. 한때는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칭송받던 북한 땅이 여우가 활개를 치는 황무한 땅이 되어버렸고, 슬픔과 고통의 땅이 되고 말았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통일한국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나 나름으로는 지금까지 통일운동에 있어서 한 가지 소외되는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다.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통일되지 못하고 각자 다른 목소리로 갈등과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목소리와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지만, 그 속에 역사를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새 해에는 통일한국을 향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읽어내려고 하는 운동에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비전아카데미'에서는 통일한국의 주인이 될 남한의 청소년 사역뿐 아니라, 북한의 청소년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트를 만들어 보내기로 결정하고 1차분 6만 권을 보냈다. 이 일 때문에 작년 연말 중국을 다녀왔다. 북한의 접경지역인 중국의 어느 도시를 다녀오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중국 현지 사역자에게 전해들은 북한의 실정은 아직도 처참했다. 북한의 실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그 고난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으며, 기독교인들이 핍박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며, 하나님께서 왜 나를 이곳에 보내어 현지 사정을 다시 듣게 하시는지 깨닫게 되었다.

북한을 향한 주님의 기도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것은 아직도 예수 믿는다는 이유로 순교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역자가 교육했던 탈북자가 붙잡혀 끝까지 신앙을 지키다가 순교 당하였고, 사역자 부인의 가까운 친척도 죽임을 당하고, 아이들은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한다. 또 북한의 ○○지역에서는 한 소녀가 조그마한 가방을 어깨에 매고 대문을 나서다가 마침 그곳을 지나던 인민군들이 혹시 중요한 물건이 들었나 하고 날치기해서 달아나다가 가방을 열어 보니 성경책이 나왔다. 다시 되돌아와 그 가족들을 붙잡아서 신앙을 포기하라고 강요했으나 끝까지 거절하자 어른 3명은 총살당하고 아이들은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한다.

북한 땅에 고난이 임한 지 10여 년이 되어가고 있다. 동북 3성에는 이와 같은 상황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중국 땅에서 미아가 되어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누가 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해 줄 것인가? 북한을 위해 눈물을 흘리시는 주님의 눈물에 대해 여러 번 듣고 있어서 잘 알고 있다. 그 눈물을 나에게도 요구하신다.

한국교회는 1995년을 통일희년으로 설정하고 기도하며 준비했다. 통일이 될 것처럼 떠들썩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말았다.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 과연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은 것일까? 아니 우리의 소원인 통일이 정말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하는 자문을 솔직히 해보아야 할 때다. 어쩌면 우리는 기도만 할 줄 알았지 기도 응답에 대한 대비는 없었다고 하면 경솔한 이야기가 될까? 어떻게 보면 열심히 기도해 놓고 기도의 응답에는 관심도 없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통일을 향하신 하나님의 응답

기도의 응답을 완성형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진행형으로 볼 것인가. 예를 들어, 자녀가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를 위해 기도했고, 하나님께서도 합당하게 여겨 응답하셨다고 생각해 보자. 2~3년 후에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하나님께 항의한다든지, 과학자가 되기를 포기한다면 이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나님은 그 사람이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도록 한 걸음씩 인도하시지, 한꺼번에 훌륭한 과학자로 변신시켜 주시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한국교회는 통일을 위해 기도했고,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듣고 응답하고 계신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기도를 듣고 모세를 준비시키셔서 완성하기까지 80년이 걸리지 않았던가?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통일희년도 마찬가지다. 통일희년이 되는 1995년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통일로 가는 길을 열어주시지 않았는가?

소극적인 표현으로 통일로 가는 길을 열어주셨다고 표현했지만, 적극적인 표현을 쓰자면 1995년부터 통일을 시작하셨다고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다. 1994년까지도 정정했던 김일성 주석은 죽었다. 그리고 1995년 북한은 심각한 흉년으로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는 사태가 벌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중국으로 몰려들어 남북한 통일의 길이 열렸다. 그 뒤로도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통일이 이루어졌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통일은 완성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행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고 완성형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진행형 속에 있는 통일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누구나 메시아를 기다렸다. 하나님은 2천 년 전 이스라엘 땅에 메시아를 보내셨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메시아를 받아들이지 않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고 말았다. 메시아 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바리새인, 율법학자들에 의해서다. 왜 그들은 메시아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는가? 그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메시아가 오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안부섭 / 진리와자유 대표.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는 우리들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우리는 통일한국을 기다리면서, 우리가 만들어 놓은 통일관대로 통일이 오지 않는다고,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 통일은 통일이 아니라고 외면하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하나님의 방법대로 이루시는 분이시다. 우리는 겸허하게 하나님께서 이루어가는 방법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것이 역사 앞에 죄를 짓지 않는 일이다.

하나님은 통일의 완성을 앞두고 기도할 사람을 찾고 계신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열 처녀 비유처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알고 기름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하나님은 지금 통일한국을 꿈꾸며, 통일한국을 위해 기도하며, 통일한국을 건축하고 이루어갈 일꾼을 찾고 계심을 깨달아야 할 때다. 통일은 우리 문턱 앞에 와 있기 때문이다.

안부섭 / 진리와자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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