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은급재단 초대형 금융비리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은급재단은 140억 원 가량 되는 자산의 40%가 넘는 60억 3천만 원이 불법 대출되는 '교단 설립 이후 최대 금융 비리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59억 3천만 원은 전 국장이 이사회 결의 없이 납골당 사업자 최아무개 권사에게 대출했고, 나머지 1억 원도 이사회의 결의 없이 주상복합건물 매입 계약금으로 지불했다가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급재단은 불법 대출금 회수를 위해 납골당을 증여받고, 최 권사와 동업하기로 했다. 그러나 납골당은 각종 소송에 얽혀있고 최 권사는 불법대출 관련자라는 점 때문에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총회도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제89회 총회는 15인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지만, 해를 넘기도록 위원회 구성도 이뤄지지 않았다. 은급재단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납골당 사업을 하고 있지만, 납골당 채권단은 총회회관과 납골당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며 법정소송 사실을 알리고 있다.

한국기독당 결국 참패

3월 22일, '한국기독당'이라는 이름을 건 정당이 역사에 등장했다. 이날 창당대회에는 천 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조용기·김기수·김준곤·박영률 목사 등이 선두에 나섰다. 상임대표는 최수환 장로가 맡았다.

설마 설마 하던 기독당이 현실로 드러나자 진보 진영의 기독인들은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기독당을 반대하는 포럼이 열렸다. 기독당의 보수 성향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기독당은 흔들리지 않았다. 설문조사 결과, 기독 네티즌 86%가 기독당에 반대한다고 답했지만 기독당 관계자는 "민주노동당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을 자신이 있다"고 호언했다. 기독당에 관여한 유력 인사들은 선거를 앞두고 장외 집회를 열어 의혹의 눈길을 받기도 했다. 기독당은 지역구에 9명의 후보를 냈다.

결전의 날, 결과는 참담했다. 기독당은 정당득표율 1.1%를 기록했다. 한국기독당이라는 이름을 더는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역구에 출마한 기독당 후보들 역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최근 들어 기독당은 전 상임대표 최수환 장로를 중심으로 재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수 수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개봉

고난주간을 맞아 개봉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는 종교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기 전까지의 12시간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또 영화 속 모든 대사를 당시 언어인 아람어와 라틴어로 처리했으며, 성서·역사학자들의 고증을 거쳐 당시 시대상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폭력성과 잔혹성을 극대화하고 반유대주의 감정을 자극할 만한 장면으로 인해 비판을 받고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논란 속에서도 이 영화는 국내는 물론 해외 기독교계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각 교회에서는 이 영화를 단체로 관람하기 위한 줄이 이어졌고, 대형교회와 성당에서는 특별시사회가 열렸다. 한편 이 영화 배급사인 20세기폭스코리아는 교회 내 불법 상영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종교자유와 사학자율 격돌, 대광고 강의석 사태

6월 16일, 강의석 군이 대광고 교내방송으로 '예배의 자유' 문제를 처음 제기할 뒤 1인 시위를 벌이저 대광고는 강 군을 제적했다. 강 군은 학생부당징계 가처분 소송 및 헌법소원으로 학교에 맞섰다. 가처분 소송 승리로 학교로 복귀한 강의석 군은 '예배 참석의 자유'를 내걸고 46일간 단식하며 학교를 압박했다. 학교 측도 '학생 선발권 보장'과 강 군의 요구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비판을 가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섰으나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고, 한 때 극적인 타협으로 단식을 풀기도 했으나 이후 강 군이 학교가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며 다시 대립했다. 최근 강 군은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학교와 강의석 군의 대립 과정에서 전 교목실장 류상태 목사의 신앙관 문제가 불거졌다. 강 군을 지지하는 입장에 섰던 류 목사에 대해 '다원주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류 목사는 목사직을 반납하기에 이르렀다.

중동선교와 김선일

“나는 죽고 싶지 않다”는 유언을 남기고 머나먼 땅 이라크에서 평범한 청년 김선일 씨가 35살의 젊은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전쟁이 한창인 이라크에서 미 군납업체 가나무역 직원으로 활동하던 중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랍돼 참수 당했다. 국내에서는 이라크 파병의 희생자가 된 그를 애도하고 정부의 파병 강행 방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었다.

기독교계는 그를 순교자로 추대하고 그의 장례식을 범기독교연합장으로 치렀다. 김선일 씨가 교회 파송을 받아 이라크로 떠났으며, 가나무역도 동지역에서 미군에 군납업무를 하면서 중동선교의 역할도 해온 사실이 알려졌다. 교계에서는 김선일 씨를 선교라는 명목으로 전쟁 속의 이라크에 가게 하고, 전쟁을 일으킨 미군을 돕는 군납업체에서 일하게 한 무분별한 선교지상주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또 한국교회가 이에 대한 책임 규명과 반성보다 재빨리 순교로 채색해버리는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비판도 이어졌다.

한편 석원태 목사(경향교회)는 주일예배 설교에서 김선일 씨의 죽음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단에 면죄부 준 「정통과 이단」

120개의 군소 교단이 연합해 만든 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예장연·대표회장 정영진 목사)가 6월에 「정통과 이단」을 펴내 이단들에게 무더기 면죄부를 줬다. 김기동 이초석 박옥수 이요한 박윤식 이재록 김계화 등 널리 알려진 이단들에게 '이단 아님' 판정을 내렸다. 면죄부를 받은 단체는 대량으로 책을 입수해 홍보에 사용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길자연) 쪽에서 이 책 발간에 책임이 있는 조성훈 목사를 제명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감수자로 이름이 올라 있는 임희국 교수(장신대)도 "지은이도 모르는 책을 어떻게 감수하냐"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교계 반응은 냉담하다. 그러나 일부 초교파지들은 예장연을 지지하고 나섰다.

시간이 갈수록 내부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추천사를 쓴 <기독교신문 designtimesp=19547> 최규창 편집국장은 "「정통과 이단」은 폐기해야 할 책이다"고 말했다. 또 조성훈 목사와 "결론 부분이 인쇄 과정에서 임의대로 추가되었다"는 폭탄선언을 발표했고, 이에 대해 이흥선 목사는 "조 목사가 거짓말을 한다"고 반박했다. 예장연은 곧 「정통과 이단」 2편을 낼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지난 9월 5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발언으로 시작된 국보법 폐지 논란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고민을 안겨 줬다. 남·북한이 맞서고 있는 지금 안보를 위한 법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보수와, 국보법은 냉전적 사고방식의 산물이기 때문에 없애야 할 악법이라는 진보의 주장이 올 해 내내 계속됐다.

교계 역시 국보법 논쟁에 뛰어들었다. 먼저 예장통합·감리회·예장합동 등 대교단이 나섰다. 9월 15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감독회장 신경하)가, 16일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장 김태범 목사)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21일에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총회장 정원희 목사)가, 24일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장 서기행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총회장 조태재 목사)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김동원 목사)만이 유일하게 10월 4일 국보법 폐지를 찬성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부분의 교단이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는 가운데, 기장과 예장통합·감리회 소속 일부 목회자들은 국보법 폐지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중도통합 내세운 기독교사회책임 출범

새로운 기독교NGO 기독교사회책임이 지난 11월 22일 출범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1월 창립대회를 열었다. 사회책임은 현 정권의 개혁 추진에 대한 반감과 경제적 위기의식을 표출하고 선진화를 지향 목표로 내세우면서 출범했다.

대부분 언론은 사회책임을 뉴라이트(New Right)운동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사회책임은 중도통합과 개혁 노선을 표방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책임을 주도하는 김진홍 목사와 서경석 목사가 사회책임의 이념적 지향을 놓고 중도보수인가, 중도통합인가로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책임은 차기 정권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는 예측 때문에 출범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정권창출설이 근거 없는 오해일 뿐이라고 일축했으며, 고직한 집행위원장은 "사회책임 활동의 귀납적 결과로 새로운 정권이 창출될 수도 있다"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시청 앞 집회와 같은 보수적 움직임과는 선을 그은 사회책임은 교계에서 도덕적 결함이 없고 영향력 있는 유명 인사들을 대거 참여시키는 등 기존의 정치 참여와는 차별된 세련된 스타일을 취했다. 또 사회책임을 우려하는 일부 복음주의권 내에서는 기독교의 정치 참여에 대한 반성과 토론이 이어졌다.

일반 매체, 한국교회 비판적 접근

올 해 한국교회는 지난 해에 이어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10월 2일 공영방송인 KBS가 한국교회의 120주년을 조명하는 기획물을 내보낸 데 이어, 11월에는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한국교회의 보수화를 진단하는 기사를 실었다. 12월에는 <시사저널>이 조용기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련된 의혹을 집중보도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교회는 이런 보도에 대해 강하게 반응했다. KBS의 보도가 나간 이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길자연 목사)와 일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항의집회가 있었다. 이들은 KBS가 하나님의 교회를 심판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런 기독교의 움직임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일반인들의 기독교에 대한 반감은 기독교가 스스로 원인을 제공하는 부분이 있다. 지난 해에 이어 올 해 역시 시청 앞에서 구국기도회를 연 한국교회는 보수적인 정서를 그대로 드러냈다. 80년대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한국교회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재 교회 모습은 실망감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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