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 되면 신문과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불우이웃에 대한 따듯한 온정과 관련한 기사이다. 개인은 물론이고 특별히 기업들의 기부와 관련한 기사는 연말연시에 집중된다. 그 어느 때보다 경기가 위축되었던 올해는 예년보다 더 많은 기업들의 기부와 관련한 기사들이 소개되었다.

“재계에 자리잡은 ‘나눔경영’ - ‘나눌수 있어 행복합니다.’” - 경향신문 04.12.21
함께 나누는 온정 희망을 키웁시다/전경련.공동모금회 음악회 - 세계일보 04.12.21
“재계 소외이웃 돕기 릴레이행사 - 전경련 휠체어 2000대-LG정유 난방유 전달” - 동아일보 04.12.17
““송년회 대신 어려운 이웃과 함께”…현대차·삼성생명·KT·LG복지재단 봉사활동" - 국민일보 04.12.16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업이 연말연시를 맞아 장애인 시설을 비롯한 소외된 이웃을 찾아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적극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30대 그룹, 장애인 고용 ‘외면’

장애인들은 70% 이상이 실업 상태에 놓여있다. 이것은 중증장애인은 물론이고 경증장애인을 포함한 수치이다. 이러한 장애인의 심각한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통해 장애인 고용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 5대그룹 장애인 고용현황 <2003년 말 기준, 단위 명 천원, 자료제공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뉴스앤조이

장애인의무고용제도는 장애인고용촉진및재활법에 의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상시 50인(2003년 이전 300인 이상) 이상 고용하는 사업주는 2%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이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부담금은 1인당 482,000원(2004년)이다. 물론 장애인이 근무하기에 현저하게 적합하지 않은 직종은 적용제외율이라는 장치를 통해 제외하고 있다.

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장애인의무고용제도는 2003년 말을 기준으로 정부부문이 1.87%, 민간부문이 1.08%다.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부문도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 0.26%, 30개 그룹중 29등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장애인 고용율이다. 민간부문 전체 고용율은 1.08%라고 하지만 30대 그룹의 고용율은 0.79%에 불과하다. 30대 그룹중에 장애인 고용율을 지키고 있는 곳은 KT, 동국제강, KT&G 3개 뿐이다. 나머지 27개 그룹은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고 있지 않다.

지난 12월 29일 서울신문 보도에 의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용준)가 진행하는 ‘희망 2005 이웃사랑 캠페인’에 삼성이 200억, 현대기아차·LG·SK·포스코가 각각 7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2003년 30대 그룹 장애인 고용현황’ 자료에 의하면 위에서 기부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난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율은 삼성이 0.26%, LG 0.42%, SK 0.38%, 현대자동차 1.61%로 나타나 있다. 이러한 통계는 장애인 고용을 외면한 그룹들이 연말에 사회복지 관련 기부는 가장 많이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고용 외면 기업들, ‘홍보에는 장애인 이용’

가장 많은 기부를 했다고 보도가 된 삼성의 장애인 고용율은 30대 그룹중 29위이다. 상위 5개 그룹의 장애인 고용율은 KT의 2.25%, 현대자동차 1.61%를 제외하면 삼성, LG, SK 모두 0.5%에도 못미치는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3년 30대 그룹이 장애인 고용율을 지키지 않아 지출한 부담금은 3백8십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 삼성의 부담금은 1백2십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요즘 TV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장애인 시설이나 노인 시설 등 사회복지 시설을 소재로 한 것이다. 기업이 사회복지 시설을 지원한다는 말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는 모습까지. 그러나 이렇듯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장애인 고용현실은 낮은 수준이다.

왜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기업들이 고용의 현장에서는 장애인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가?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장애인들을 시혜와 동정, 즉 지원의 대상이지 동료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요원한 것일까?

▲ 30대그룹 장애인 고용현황 <2003년 말 기준, 단위 명 천원, 자료제공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뉴스앤조이
이 기사는 위드뉴스(www.with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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