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근처에 있는 미국 교회의 주일예배에 참석하였다. 우리 지역에서 요즘 가장 성장하는 교회 가운데 하나이고, 캐나다 출신의 담임목사가 소위 "래핑미니스트리"(웃음목회)를 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유학생을 위한 교회를 개척해 놓고 예배처소를 물색하던 중에 그 교회 목사님과 접촉이 되어 교인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 주일예배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도 실제로 미국교회를 방문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줄곧 한인교회에서 전도사로 봉사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수한 목회를 하는 곳이라니 교회를 찾아 가면서 호기심이 생겼다.

10시 30분이 되자 대학생들로 보이는 밴드의 인도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7명 정도의 대학생들이 평상복 차림으로 열심히 연주와 찬양을 하였다. 전자기타의 파열음이 가끔 귀를 멀게 하였다. 드럼소리도 만만치 않게 컸다. 교인들은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손을 들고, 또한 춤을 추면서 찬양을 하였다.

개중에는 울부짖으며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얼마 있으니 한 여신도가 부채같은 것을 들고 앞에서 흔들며 찬양을 하기 시작하였다. 또 다른 여신도는 빨간색의 마후라 같은 것을 흔들면서 제단 앞 뒤를 맨발로 뛰어다녔다. 때 마침 "제단에 불을 내리소서"라는 갈멜산 엘리야의 찬양이 이어졌다. 소문 대로 뜨거운 교회였다.

40여분 동안 계속된 찬양이 끝나자 담임목사가 무선 마이크를 들고 단 위에 올라왔다. 곧 래핑미니스트리의 현장을 목도할 수 있을 분위기였다. 웃을 준비도 해놓았다. 그런데 찬양팀원들이 조용히 뒷문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피아노 앞에는 60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앉아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연주하였다. 가끔 회중 가운데 '아멘'을 외치고 흐느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종전의 분위기와 전혀 달랐다. 헌금과 새신자 소개에 이어서 설교가 시작되었다.

설교가 시작되자, 나이지긋한 교인 서너명이 사방에서 일어서더니 종이를 하나씩 배포하였다. 받아보니 그날 설교의 내용이 요약되어 있고, 괄호가 있어서 설교를 들으면서 빈칸을 채우게 되어 있었다. 요약지의 내용은 매우 명료하고 신학적이었다. 목사님은 40여분 지난 시간에 배운 것들을 복습하면서 성경공부식의 주일설교를 진행하였다. 간간히 농담을 섞고 낯설은 예배 분위기에 혹시라도 연로한 교인들의 마음이 상할 것이 염려되었는지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예수님을 보고 찬양을 이해할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교회는 누구에게나 그리고 무엇에든지 개방되어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아무리 세상적으로 불결하고 하나님 보시기에 가증한 것이라도 교회가 수용하는 순간에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교회의 정화기능도 강조하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소수계층(minority)은 복음적인 그리스도인이라는 새로운 분석과 해석도 덧붙였다. 40분이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특유의 기지와 남다른 열정 그리고 무엇보다 명석한 논리로 교인들을 사로잡았다. 열심히 받아적는 교인들의 모습은 손을 들고 감정적으로 격해 있던 종전의 모습과 큰 대조를 이루었다.

설교가 끝남과 동시에 나의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래핑미니스트리가 아닌 성만찬이 시작된 것이다. 분위기는 매우 엄숙하고 진지하였다. 긴 예배시간에 들락날락 거리던 우리 아이들이 신경쓰일 정도로 회중들은 성만찬의 거룩함에 빠져들었다. 평소에 성만찬에 대한 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져 있음을 금방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목사님의 축복기도로 예배는 끝나고 30여분 서로 포옹하고 악수하는 성도의 교제가 교회 안과 밖에서 이어졌다. 소문과 다른 색다르고 균형잡힌 예배였다.

2시간 30분에 가까운 긴 예배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찬양중심의 열린예배, 말씀 중심의 예배, 그리고 성만찬으로 대표되는 예전중심의 예배까지 세 가지 유형의 예배를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었다. 찬양시간 내내 우리 뒤에서 엄숙하게 앉아있던 노부부가 왜 그 교회를 참석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약 3분의 1쯤 되어 보이는 대학생들 역시 예배 후에 아주 흡족한 표정들이었다.

예배가 끝나고 담임목사와 악수를 하면서, 지난 번 교회를 방문하였을 때 목양실 앞에 붙어있던 나무푯말이 생각났다 - "목회자는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공부하지 않고 설교단에 오를 수 없습니다". 래핑미니스트리를 하는 목사라고 해서 그 의미를 묻지도 못하고 혼자서 의아하게 생각하였는데, 내가 소문만 듣고 성급한 판단을 하였다는 죄송스런 생각이 들었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생긴 담임목사의 웃는 모습이 새롭게 비쳐졌다.

예배는 아니 목회는 획일적이 아닌 다원적이어야 한다. 특히 현대를 사는 기독교인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목회는 때로는 부폐식으로 다양한 메뉴를 준비해 주어야 한다. 교회마다 특색이 있어서 교인들이 자기에게 맞는 교회를 택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지만, 한국의 경우 십자가 색깔 만큼이나 획일적인 예배와 목회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개교회에서라도 다양한 교인들의 요구를 맞추어 주어야 한다. 각양 다른 악기로 합주하면서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시편기자의 촉구가 우리 예배와 목회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오늘 내가 방문한 미국교회는 바로 그런 교회였다.



연세대, 감신대, 예일대 신대원을 나온 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 종교학과에서 구약학(박사과정)을 전공하고 있는 하시용 전도사가 보내온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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