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축제를 허락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저는 지금 부흥축제 3일째 말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말씀을 준비하다 그만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 마음이 뜨거워져서 어쩔 줄 몰르겠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우리를 사랑하시는지요.…본당에 일찍 들어오려고 한 시간 반 전에 미리 들어와 준비하던 신실한 학생의 모습, 말씀 앞에 귀를 기울이며 사모하던 어린 학생의 얼굴, 연약한 자신의 모습을 처절하게 바라보며 눈물로 기도하던 사랑스런 학생의 모습. 아마 죽을 때까지 그 모습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찬수 목사(사랑의교회)는 청소년부흥축제 마지막날의 집회를 앞두고 사랑의교회 사이트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눈으로 보는 듯하다. 8월 21일, 그러니까 부흥축제가 끝난 다음 날 저녁,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가 주최하는 영성수련회가 열리는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이 목사를 만났을 때도 그는 축제의 감격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변화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느라 침이 마르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가던 우리 교회 아이가 목격한 장면이에요. 부흥축제 도우미 복장을 한 학생 하나가 갑자기 지하철에서 일어서더니 이렇게 말을 하더랍니다. '여러분 저는 청소년 부흥축제란 행사에 참여한 학생입니다. 제가 이런 말 하면 여러분들이 욕하실지 모르겠지만, 여러분 예수님을 믿으셔야 해요.' 모르시겠지만 강남 아이들의 의식구조상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 아이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감사해 눈물이 났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왜 이 목사는 이렇게 감격하고 있는 것일까?

8월 20일.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7시에 시작되는 부흥축제 마지막날 집회를 앞두고 이미 두 시간 전부터 10대 아이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언젠가 정동 문화체육관 앞에서 이 또래 아이들이 수백미터의 줄을 서서 한 두 시간씩 기다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TV 공개방송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었다. 요즘도 핑클이나 HOT(이들 역시 한물간 스타일까?)가 공연을 하면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지만 설마 교회에 걔들이 올리도 없을 것이다. 봉고차 속에선 비를 피해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아이들 모습도 보인다. 누가 그들을 강제로 참가시키려 하지 않았을 텐데. 모두 제 발로 예까지 왔을 텐데. 뭘 대단한 걸 얻으려고.

사랑의교회 본당은 빗속을 달려온 아이들로 금새 들어찼다. 빼곡이 들어차고 의자와 의자 사이 복도와 계단까지 가득 메웠다. 부속 건물마다 이런 아이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차고 급기야 한 둘씩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돌아간 아이들이 1,000명에 달할 것이란 이야기가 들린다. 누가 이들의 마음을 알았을까. 부흥회란 그 흘러간 구닥다리 같은 행사에 소위 신세대란 그들이 이렇게도 열정적으로 몰려들 것이라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CCM 가수 소향이 먼저 무대에 올랐다. "오 거룩한 밤…" 찬양 속에 물기가 묻어 있다. 눈물이다. 아이들이 손수건을 꺼내 소향을 향해 건네준다. 눈물을 닦으며 목소리를 가다듬지만 새나오기 시작한 물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 무엇이 찬양하러 올라온 그들까지 주체할 수 없는 분위기로 이끌고 가는가. 합창이 된 찬양은 이제 거대한 파도가 된다. 눈물의 물살이 거세게 온 교회당을 휩쓴다. 풀가동하는 에어컨에도 불구하고 지하 교회당은 그들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온통 땀으로 뒤범벅이 된다. 송정미 씨가 소향의 뒤를 이었다. 소향을 향해 위로의 말을 전하고 다시 한 곡을 청한다. 그렇게 찬양이 이어지고 교회당은 온통 무엇엔가 갈급해 하는 10대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이찬수 목사가 올라섰다. 2700년전 중동의 이야기를 꺼냈다. 예레미야 5장의 중동땅은 오늘 이 나라의 모습과 흡사하다. 유일한 분단국가인 이 나라는 온갖 쓰레기 문화들이 도시마다 흘러 넘친다. 강남은 그 중심이다. 10대들이 유흥비를 벌고자 아버지 같은 남자 앞에서 옷을 벗고, 길거리마다 폭력과 퇴폐로 몸살을 앓는다. 금방 망할 것 같은 땅, 왜 아직도 이 땅은 망하지 않고 존재해야 하는가. 이찬수 목사는 말한다.

"너희들 때문이다. 공의를 구하고 진리를 찾는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희망이다. 누가 너희들 더러 공부 못한다고 쪼다라는 딱지를 붙였느냐. 속지 말아라. 너희들이 희망이다. 이제 드넓은 세상을 보아라. 너희들이 무너지면 우리에겐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이 목사도 운다. 기도가 시작된다. 가정과 교회의 중고등부와 민족의 부흥을 기도하자고 이 목사가 제안한다.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이 미어터지는 이 공간, 그들은 울부짖는다. 얼마나 목말았을까. 그 목마름을 감추느라 그들은 강남의 거리로, 압구정의 거리로, TV 앞에서, 요란한 헤비메탈 사운드 속에서 그렇게들 흔들어대고 소리질렀을까. 1시간이 지나고 10분이 흘렀다. 10시가 가까와 오는 시간, 기도를 멈추라는 간곡한 요청이 있기까지 그들의 기도는 끊이지 않았다.

이튿날 저녁 사랑의교회 이찬수 목사에게는 이런 글 한 편이 전달됐다. 발신자는 '은혜받은 이'로 돼있다.  

"저희 교회와 학교를 위해(기도했습니다)… 목사님 설교 정말 은혜스러웠습니다. 제가 첨으로 학교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습니다. 사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동대부고라고, 동국대학교 부속이라 불교 종립입니다. 저는 입학할 때부터 별루 맘에 안들었어요. 불교라…. 그래서 지금 이미 고등학교 생활의 반이 지나간 이 때까지 한번두 제대로 학교를 위해서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학교가 망하길(?) 더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이제 우리 학교가 망하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안 망한 이유가 어쩌면 바로 저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더욱 간절히 학교를 위해 기도합니다. 이제는 학교가 변화되기 원합니다. 다시 한번 저를 변화시켜주시고 저희 학교의 부흥을 위해 기도해주실 목사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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