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더욱 닫혀질 때 교회는 열려야 하고, 사회가 점점 형식주의에 빠져들 때 교회는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지요. 진정한 이웃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좌절하는 이들에겐 떡과 복음을 제공해야 교회 아닙니까?…"
(<뉴스앤조이> 2003년 7월 9일 기사 중에서)

1년 전에 서울 청운장로교회 담임인 정영환 목사에게 교회 신축을 재고해 주십사고 부탁한 글의 일부다. 지하 4층, 지상 7층, 도합 11층의 초대형 건물을 지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겠다기에 청운교회 성도들과 지역 주민들을 생각해서 그만두시라고 다소 당돌하게 주문했었다.

▲ 청운교회 신축공사와 관련해 피해를 호소하는 인근 주민들이 현수막과 확성기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김유원
나름의 충정을 담아 글을 올렸건만, 정영환 목사는 일언반구의 메아리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겨울비가 주루룩 내리던 지난 주말, 한 여성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청운교회 장로들과 지역 주민들의 충돌' 소식을 내 휴대폰으로 보내왔다. 정말 몹쓸 뉴스였다.

한국교회와 지역 사회의 하나 됨을 꿈꾸어온 나로서는 주말의 달콤한 휴식도, 겨울비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한국교회가 지역사회를 울린다'는 망령 같은 뉴스를 차단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지금껏 보아온 한국교회의 행태만으로도 지역 사회의 외로움과 슬픔은 충분할 테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현장에 도착하니 예닐곱 명이 현수막과 메가폰을 들고 이렇게 외치고 있다. "정영환 목사는 이리로 나와 보시오. 현재 공사는 지하 굴토 깊이가 20m에 이르고, 건축물 높이도 애초 20m의 2배를 초과하는 45m에 이르고 있소. 지역 주민들의 집터가 흔들리고 있단 말이오!"

▲ 779-17호의 담쟁이벽에 생긴 금. ⓒ김유원

한국교회와 지역 사회 사이에 난 틈이 또 한번 벌어지는 순간이다. 게다가 신축을 맡은 ㅅ 건설의 이 장로와 김 아무개, 또 다른 이 아무개 장로가 한 여인을 울려 놓고 말았다. 성서에서 가장 먼저 돌봐야 할 대상으로 등재한 이른바 과부를 세 명의 장로가 막말의 힘으로 제압한 것이다.

"큰 교회 권사가 말이야, 교회를 상대로 한 몫 잡으려고 하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교회건축을 정영환 목사가 하는 줄 알았나 보지? 이 교회는 우리 세 장로가 빠지면 빈 강정이오. 헛 다리 짚었지. 쯧쯧." 하면서 담임목사에게 낸 민원상담을 못마땅해 했다는 내용이다.

'아, 갈 때까지 갔구나' 싶어 나 자신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1년 전 쯤에 더욱 적극적으로 교회신축을 그만두시라고 고언을 했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자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 779-16호 마당과 지하 창문틀 사이에 3~4cm의 틈이 생겼다. ⓒ김유원

   
▲ 지하 굴토공사 중에 무너져내린 779-16호 현관 난간의 모습. ⓒ김유원
서울시 역삼동 779-15,16,17,18호는 마당과 건물 곳곳에 균열이 생겨 한국교회와 지역 사회에 생긴 틈을 연상케 하고 있어 사진을 들여다보기가 역겹다. 이런 아픔이 어찌 나만의 상처일까 생각하니 가슴이 더욱 더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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