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민회·교회개혁실천연대·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등 10개 단체로 이루어진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교단총회공대위·공동대표 오세택·정태효·최영숙)는 2004년부터 주요 교단 총회를 참관하며, 교회 내 비민주적 절차·총대들의 자질 부족 등을 지적했습니다. 올해부터는 각 교단의 양성평등 실태를 추가하여 확인했습니다. 다음 글은 교단총회공대위 참관 활동가들의 참관기입니다. - 편집자 주

[참관기 1] 교회 학교 월례회보다 못한

제95회 예장합동 총회를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서 참관했다. 부천노회의 설립 여부를 보류하는 과정에서 동의와 재청을 얻어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지금까지 참여했던 회의들은 의장이 "가하면 '예' 하십시오, 아니면 '아니오' 하십시오"라고 물어서 한 명이라도 '아니오'가 나오면 회의는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고 '아니오'라고 손을 든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는 '아니오' 목소리가 '예'보다 작으면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임원 선거를 하려고 하는데 직선제를 요구하며 갑자기 20여 명의 회원이 피켓을 들고 나와 회의의 진행이 끊겼다. 그러나 의장은 회의법이 먼저이니 회의를 방해하는 회원들은 들어가라고 외쳤다. 의장이 자리로 들어가라는 발언에도 나온 목사님들은 한마디씩 발언을 했다. 의장은 당황해서 몇 번이나 들어가라고 했고, 더 이상 진행이 안 되자 화가 나서 17시 30분까지 정회를 선언했다.

총회를 한 번도 참관한 적이 없어서 전반적인 회의 진행을 보겠구나 하고 참관했는데 예상은 빗나갔다. 이렇게 정신없이 난상으로 진행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교회 학교 중등부부터 청년부까지 월례회를 통해 배운 정기 회의는 그래도 질서 있고 엄숙하게 진행되었는데 총회는 생각보다 상당히 삭막했다. 전쟁을 느끼게 하는 총회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OO / OO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2010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 참관 활동가

[참관기 2] 아직도 차별이 있는 교회

삼종지도(三從之道), 조선 시대 같은 모습이 오늘에도 존재한다. 바로 교회이다. 목사와 교회를 잘 섬기는 권사로, 남편을 장로로 세우는 내조의 여왕으로, 아들을 목사나 장로로 양육한 신앙의 어머니로 남을 때 그의 신앙은 본받을만하다고 평가된다. 교회 안의 여성도들은 이러한 본을 따르기를 소망한다.

이번 총회 참관 활동은 역시라는 실망으로 마무리 지었다. 아직 한국교회 총회에서 여성이 고정화된 역할을 벗어나, 여러 분야에서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펼친다는 것은 무리였던 것이다. 역시 회의하는 남자, 심부름하는 여자였다. 아니 모 교단에서는 심부름하는 여자도 찾아볼 수 없는 남성들만의 축제였다.

기장 총회에서 국외 사절로 방문한 캐나다연합교회 전 총회장인 여성 목사는 인사말을 "여성 총대가 이렇게 없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로 시작하였다. 고신 측은 임시직으로 하였던 권사를 준 항존직으로 하기로 하였다. 이를 두고 한 총대가 "임시직이 아니면 항존직이지 준 항존직은 무엇이냐"고 묻자, 더 이야기하면 여성 안수 문제까지 확산 될 수 있으니 여기서 멈추자고 하였다.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백석 측은 지난 회기 때 1년 뒤 시행하기로 한 여성 목사 안수를 노회에서 수의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부결시켰다. 여성에게 목사 안수하는 통합도 회의장에서 여성의 존재감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 시대, 뿌리 깊은 유교적 차별 관습의 장벽을 부수는 것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은 바로 기독교였다. 우리 땅에 들어온 기독교는 하나님 아래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상으로 여남의 차별, 상반의 차별을 무너뜨렸다. 그런데 아직도 교회 안의 여성들이 "우리에게 기회를 달라"고 외쳐야 하는가. 남성이 무엇이기에 여성에게 기회를 베풀 자리에 오만한 모습을 하고 앉아 있는 것인가.

이제 교회 안의 남성들은 여성에게 선심을 베풀 듯 기회를 주는 교만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과 남성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고 동등한 존재임을 드러내야 한다. 혹 사회가 아직 성숙하지 못하여 양성평등을 이루지 못한다면, 교회가 세상을 변혁하여야 함이 마땅하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갈 3:28)

박성진 / 무지개교회 목사·2010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 참관 활동가

[참관기 3] 총회에서 나는 이방인

2010년 9월 예장통합을 시작으로 기장, 예장합동 3개 교단에 총회를 참관하였다. 모태 신앙으로 교회에서 자라 지금도 교회에 있지만, 왠지 총회에 가면 이방인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첫째는 총회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소외감 때문일 것이다. 교우들이 모여 하나의 교회를 이루고, 또 교회들이 모여 노회를 이루고, 노회가 모여 총회를 이룬다. 이 총회는 1년에 한 번 모이는데, 각 노회에서 대표 즉 총대를 뽑아 총회를 구성한다. 그 총대의 조건은 목사와 장로이다. 난 목사도 아니고 장로도 아니니 총대가 될 수 없다.

둘째는 총회 현장에 가면 왠지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이 무척 낯설어진다. 총회엔 여성들이 별로 없다. 비교를 해 보자면 예장통합은 총대가 1,500명인데 여성 총대는 9명이다. 기장은 여성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여성 총대는 750명 중에 20명뿐이다. 보수 교단이라고 자처하는 합동은 1,500명 중 여성 총대는 한 명도 없다. 한국교회 교인의 70% 정도가 여성인데 정작 총회에는 여성이 없다.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총회를 두고, 우리는 그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을까. 물론 그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논의하거나 항의하는 여성도 없거나 적다.

셋째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구체적인 내용으로 상존한다. 예를 들면 예장통합 총회에서 '여전도회연합회'라는 명칭을 개교회에서 사용하도록 지시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남성들은 '남선교회연합회'인데 여성들은 왜 '여전도회연합회'라는 명칭을 쓰는가.

넷째는 총회에 가면 교우들의 신앙 성장을 논의하는 내용이 거의 없다. 주제도 교단의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교단 소속의 각종 재단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대부분이다. 또 하나의 큰 주제는 교단 간, 노회 간, 교회 간, 혹은 교우들 간의 갈등들이다. 그리스도를 닮은 삶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논의나 방안 모색은 찾아볼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총회 참관을 하면서 소감을 말하는 나에게 질문을 해 본다. 내가 혹시 총대가 된다면? 그 말도 나는 낯설다. 왜냐면 나도 전통적 교회 안에서 전통적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인지라 나의 역할에 대한 세세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짐한다. 총회 참관을 통해 느끼고 생각하고 지적했던 부분들이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삶으로 들어오기를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자, 그것이 바로 나를 낯설지 않게 살아가게 하는 방법일 것이기에.

정은숙 / 새맘교회 집사·2010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 참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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