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재개발 보상금 500억 원을 받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는 7월 17일 공동의회를 열고, 전광훈 목사와 아들 전에녹 전도사에게 교회의 모든 대외 사업을 위임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재개발 보상금 500억 원을 받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는 7월 17일 공동의회를 열고, 전광훈 목사와 아들 전에녹 전도사에게 교회의 모든 대외 사업을 위임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는 재개발 보상금 문제로 지난 2년간 장위10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법적·물리적 충돌을 빚어 왔다. 조합 측은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감정평가한 대로 사랑제일교회에 약 84억 원과 종교 부지를 보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랑제일교회는 563억 원을 요구하며 버텼고, 조합 측은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2·3심에서 모두 조합의 손을 들어 줬다.

법원 판결에도 사랑제일교회가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자, 조합은 6차례나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그럴 때마다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육탄 방어에 나섰고 강제집행은 번번이 실패했다. 일부 언론은 사랑제일교회가 거액의 보상금을 받기 위해 이른바 '알 박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자 조합 측은 올해 초 사랑제일교회 부지를 제외하고 재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조합 측이 사랑제일교회와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훈 목사는 7월 17일 주일예배 시간 보상금 500억 원을 받기로 조합 측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건축비와 인테리어 공사비, 임시 예배처 비용 등을 포함해 50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전 목사는 양측이 작성한 계약서를 교인들에게 보여 주기도 했다.

이날 전 목사는 "(예전에) 변호사들이 200억 원에 하자고 했는데 (내가) '안 돼' 했다. 사무엘처럼 하나님의 종이 말하면 하나님이 다 들어주신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아멘'을 외쳤다. 보상금 50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에 교회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보상금 논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강단에 오른 한 변호사는 "전광훈 목사님이 선포한 대로 됐다", "성령의 역사가 이뤄졌다"고 치켜올렸다.

전 목사는 결국 자신의 뜻대로 500억 원대 보상금을 받게 됐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교회 장로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장로들이 멍청해. (내가) 감방에 있을 때 장로들이 130억 원에 사인하라고 하더라. 감방에 있을 때 보니 누구도 믿을 수가 없다. 장로들이든 부목사들이든."

기자는 사랑제일교회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장 아무개 조합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장 조합장은 7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아직 (조합) 대의원 회의와 총회 절차가 남아 있다. 다음 주 정도에 큰 틀에서 협의가 될 텐데 그때 말씀드리겠다"고 짧게 말했다.

대외 선교 사업 등 전 목사 부자에게 '위임'
"세습은 대형 교회 무너뜨리려 북한이 만든 말,
자녀에게 승계하는 게 최선"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2년간 조합 측과 법적, 물리적 갈등을 빚어 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2년간 조합 측과 법적·물리적 갈등을 빚어 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광훈 목사는 보상금 50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과 함께, 아들 전에녹 전도사를 사랑제일교회 후임으로 세우겠다고도 했다. 사실상 교회 세습을 선언한 것이다. 전 목사는 "나도 영원히 사는 게 아니다. 우리 교회는 내가 죽으면 바로 해체다. 그래서 대책이 없다. 이따가 (공동의회에서 아들) 에녹이에게 모든 주권을 위임할 것이다. 이거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에녹이를 세워 놓고 변호사들이 옆에서 지키면 우리 교회는 주님 재림할 때까지 영원히 든든히 선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아멘'을 외치며 박수했다.

전 목사는 예배 뒤 이어진 공동의회에서, 교회가 하는 대외 선교 사업 등을 자신과 전에녹 전도사에게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만약 내가 죽으면 1년 안에 교회는 해체된다. 왜? 장로들이 나쁜 놈들이다.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아예 못을 박으려고 한다. 모든 걸 전광훈 목사와 전에녹에게 위임해 달라. 결의하기 원하면 두 손 들고 아멘"이라고 하자, 교인들은 이번에도 두 손을 들며 '아멘'을 외쳤다.

전 목사는 "내가 교회 재산 가지고 도망가도 되느냐"고 농담을 건네자, 교인들은 '아멘'을 외쳤다. 전 목사는 "그럴 일 없긴 한데, 이 양반들은 정신 나갔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사실상 교회 세습을 확정 지은 전광훈 목사는, 앞서 자녀에게 목회지 대물림을 진행한 교회들처럼 세습이 아니라 '자녀 승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 세습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전 목사는 23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세습이란 단어는 북한이 한국 대형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개발한 말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성경의 원리를 따라야 한다. 구약 시대에는 당연히 자녀가 승계했고, 예수님은 육신의 동생 야고보에게 (사역을) 맡겼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감옥에 있는 동안 장로들과 부목사들이 교회를 해체해 이권을 챙기려는 것을 보고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직 자녀에게 승계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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