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추가: 2022년 5월 10일 10시 30분 현재

두 설교의 유사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 본문 중간에 '베드로'를 언급한 직접 인용 부분과 예화를 설명하는 일부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최근 <뉴스앤조이>가 기사화한 교차 세습 교회의 목사가 설교를 표절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대형 교회 출신이라서' 친구네 교회도 환영했다고 했는데, 정작 그렇게 부임한 아들 목사는 자신이 몸담았던 대형 교회 담임목사의 설교를 5주째 거의 반복하고 있었다.

대전 ㅅ교회는 지난 3월 20일 오후 A 담임목사 취임 예배를 열었다. A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에 소속된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부목사 출신이다. 교인들은 좋은 분이 왔다며 기대를 걸었다. 이날 예배에는 김병삼 목사도 직접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취임 예배가 열린 3월 20일 오전 예배부터, 강 목사는 '제자입니까'라는 주제로 시리즈 설교를 시작했다. 이날 주일예배 본문은 마태복음 1:21, 제목은 '예수+변화=혁명'이었다. 그런데 이 설교는 김병삼 목사가 2016년 했던 설교 시리즈와 똑같았다. 김 목사는 2016년 3월 '예수님을 아는 것은 혁명입니다'(마 1:21)라는 주제로 설교한 바 있다.

A 목사는 3월 20일부터 4월 24일까지 5주간 시리즈 설교를 이어 갔는데, <뉴스앤조이>가 A 목사와 김병삼 목사의 5주 치 설교를 비교해 본 결과, A 목사가 김병삼 목사의 설교를 표절한 정황이 상당 부분 발견됐다. 다음은 A 목사의 2022년 4월 10일 종려주일 설교 '가룟 유다: 사랑을 배신한 사람'(마 26:14-17)과 김병삼 목사의 2016년 3월 20일 종려주일 설교 '가룟 유다 - 사랑을 배신한 사람'(마 26:14-16, 47-50 등) 앞 부분을 비교한 것이다.

A 목사 / 사르트르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죽음은 다른 사람의 죽음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그 사람의 삶을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택하신 12명의 제자 중에 유일하게 비극적인 인생을 산 사람이 바로 오늘 말씀의 주인공 가룟 유다입니다.

김병삼 목사 / 유명한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죽음은 다른 사람의 죽음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 그 죽음 앞에서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그 죽음 앞에서 그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12명이었고요. 그중에 유일하게 비극적으로 인생을 맞이한 사람이 가룟 유다입니다.

<뉴스앤조이>가 확인한 설교 5편 중 어디에도 이 시리즈가 김병삼 목사 설교 시리즈라는 언급이 없다. 오히려 A 목사 본인이 묵상하며 준비했다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는 부분도 있다.

A 목사 / 베드로를 생각하면 여러분들은 어떤 것들이 가장 많이 생각나시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는 말씀을 묵상하고 읽으면서 베드로 하면 생각나는 것이 바로 실수라는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실수를 보면서 많은 위로가 돼요. 왜냐하면 아주 인간적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실수들은 인간적인 모습에서 나오는 것들이었습니다. 

김병삼 목사 / 베드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의 삶에 많았던 실수입니다. 실수하는 사람을 보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지만 참 인간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A 목사 / 그런데 계속해서 말씀을 묵상하고 야고보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까 그런 의문들이 제 안에서 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나님에게도 무의미한 존재일까. 사람들이 기억해야지만 하나님 앞에서도 기억되는 사람일까. 아마 사람들이 갖는 가장 큰 오류가 하나 있다면 사람들의 관점에서 누군가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김병삼 목사 / 그런데 이 말씀을 준비하다가 이 작은 야고보에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그가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아니하고 성경에 많은 분량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하나님에게도 무의미한 존재였을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가지는 많은 오류 가운데 하나는 우리들의 관점에서 사람을 판단하려고 한다는 것이죠. 

예화도 가져다 썼다. A 목사는 "몇 해 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 사이에 바둑으로 인해서 참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었다"고 설교했다. 이 예화는 김병삼 목사 설교에도 똑같이 등장하며, 등장하는 순서도 같다. 김 목사가 이 설교를 한 2016년 당시 알파고와 이세돌이 대국 중이었기 때문이다. 김병삼 목사가 "요즘 이세돌 9단하고 알파고와의 그런 바둑 때문에 우리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 것을 A 목사는 "몇 해 전"이라는 말만 넣어 이야기를 이어 나간 것이다. 

이 밖에도 A 목사는 김병삼 목사가 "내가 얼마 전 목사님들과의 나눈 대화 내용이다"라고 소개하는 예화를 "우스갯소리로 들은 이야기"라고 설명하거나, 신학 공부 중인 아들이 자신에게 고충을 토로했다는 김병삼 목사의 예화를 "언젠가 한 청년부 전도사가 담임목사님에게 설교가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셨다"고 설명하는 등 예화도 조금씩 바꾸어 사용했다. 한편 김병삼 목사가 대형 교회 목회자들과의 만남이나 교회 장로들에 관한 일화를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A 목사가 그것을 그대로 소개하기는 어려우므로 그 예화를 생략하기도 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교 5편 중 3편의 첫 7~10분 부분을 비교한 문서를 하단에 첨부했다. 설교 곳곳에서 유사 표현이 반복되고 전개도 똑같다. 

A 목사의 2022년 4월 17일 부활주일 설교 '베드로: 반석이 된 사람'(마 16:13-20)과 김병삼 목사의 2016년 3월 27일 부활주일 설교 '베드로 - 반석이 된 사람'(마 16:13-25)의 초반 10여 분 설교 전개는 이렇게 이어진다.

A 목사 / 베드로 삶의 패턴 → 베드로라는 이름의 뜻 → 미켈란젤로 모세상 예화 → 베드로의 투박함을 예수님이 다듬으심 → 베드로 하면 생각나는 단어 '실수' → 알파고 예화

김병삼 목사 / 베드로 삶의 패턴 → 베드로라는 이름의 뜻 → 미켈란젤로 모세상 예화 → 베드로를 예수님이 다듬으심 → 베드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실수' → 알파고 예화

A 목사 "교인들도 감사해한다
세상에 독창적인 설교가 얼마나 있겠나" 반문

A 목사는 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설교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김병삼 목사님 밑에서 부목사로 있지 않았나. 내가 은혜받은 내용을 같이 나누겠다고 교인들에게 말씀드렸다. 나는 나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교인들도 만나교회에서 받은 은혜를 함께 공유하는 것들에 대해 참 감사해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 설교를 시작하면서 목사님의 '제자입니까' 시리즈로 한다고 (교인들에게) 말씀을 드렸고, 내가 만나교회 부목사 출신이기 때문에 김 목사님께 은혜받은 부분을 같이 나눈다고도 말씀드렸다. 그게 문제가 될 게 있는지 모르겠다. 은혜받은 것을 나누는데 당연히 유사할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자입니까' 시리즈 첫 설교 영상에서, A 목사가 만나교회와 김병삼 목사를 언급하는 부분은 없었다.

김병삼 목사의 설교를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니라고 했다. "목사님이 설교하실 때마다 본문과 내용, 대지를 다 들으면서 기록했다. 예화 같은 건 여러 가지 자료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남의 설교문을 가져와서 허락이나 허가 없이 사용하는 걸 표절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김병삼 목사님은 부목사들이 나가서 (자기 설교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표절이다 아니다' 얘기하신 적도 없으며, 사용하지 말라고 하신 적도 없다"고 했다.

아무리 김 목사 설교가 좋아도 예화까지 똑같이 쓰는 건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나도 이 설교를 준비하면서 수정을 8~10시간씩 한다. 본문과 대지가 같으니 어쩔 수 없는 거다. 예화도 내가 직접 책에서 찾아서 집어넣는다. 유튜브에서 목사님 영상 틀어 놓고 그걸 언제 녹취하고 있겠나. 표절 시비가 붙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A 목사는 "세상에 수많은 설교가 있는데 독창적인 설교라는 게 얼마나 되겠나. 도대체 독창적인 설교가 의미하는 게 뭔가. 이 부분은 기사에 꼭 넣어 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A 목사와 김병삼 목사의 설교 3편의 첫 10분 정도를 서로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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