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에서 유학 중인 무슬림 학생·연구원들이 2014년부터 기도처로 사용해 오던 대구 대현동의 한 단독주택이 있었다. 이들은 이 기도처를 사원으로 확장하기 위해 2020년 9월 대구광역시 북구청에 용도 변경 및 증축 신고를 내 허가를 받았고, 기존 건물을 헐어 12월부터 기초공사를 시작했다. 2021년 2월, 빔 골조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 인근 주민들이 사원 건축을 반대하기 시작했고, 북구청은 주민 민원을 이유로 2월 16일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민원이 접수되고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지는 과정은 일방적이고 신속하게 진행됐다. 공사가 중단된 현장에서 빔은 바깥에 노출된 채 녹슬어 갔고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무슬림 건축주들은 5월 14일이 되어서야 시공사를 통해 공사 중지 명령서를 직접 받아 볼 수 있었다. 이후 북구청의 중재로 건축주들과 인근 주민들이 대화에 나섰지만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결국 사법적인 방법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었다. 무슬림 건축주들은 공사 중지 행정명령 철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와 함께 신청한 공사 중지 행정명령 정지 가처분이 7월 19일 인용돼 공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1심 선고 후 30일까지 행정명령이 정지되었기에 그 기간 많은 공정이 진행될 수 있었지만, 주민들은 현장으로 들어가는 골목을 차량으로 막는 등 공사를 물리적으로 방해했다. 이에 건축주들은 9월 14일 공사 방해 금지 가처분까지 신청했고, 현재는 지속적으로 통행을 방해한 차량들을 업무방해죄로 고소까지 해 놓은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공사 장소가 주택가 골목 안에 있기 때문에 '평온한 주거권'을 침해당한다며 반발하는 주민들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갈등이 커져 가면서 공사 반대 입장이 점차 이슬람 혐오(Islamophobia)와 인종주의적 차별로 치닫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지나가는 무슬림 유학생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등 혐오 발언을 하기 일쑤였고, 노골적인 표현이 사용된 반대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내걸리기도 했다. 이 현수막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가 지자체에 시정 권고를 내릴 때까지 그대로 달려 있었고, 수많은 무슬림들이 도처에서 차별과 혐오에 직면해야 했다. 반면 종교의자유를 인정하고 인종주의적 차별을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들은 대부분 훼손되거나 철거를 요구받았다.

대구에 사는 한 주민은 9월 3일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에 반대하며 "대한민국을 지켜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 청원을 올렸다. 글 내용을 보면 "대현동이 무너지면 대구가 무너지고 대한민국이 이슬람화된다", "이슬람들 종교의자유 지켜 주려다 우리 국민들 언론·종교의자유가 말살되고 인권도 유린당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땅도 좁은데 한국인이 난민이 되어 떠나갈까 두렵다"는 등 근거 없는 두려움과 혐오로 일관하고 있다. 이 글을 과연 '약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봐야 하는지 의혹이 들 정도다.

주민들이 주거권 침해를 이유로 사원 건립을 반대하면서 갈등은 심화하고, 다섯 가구의 무슬림 유학생들은 임차한 집의 계약 연장을 거절당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이런 극단적인 대립 상황에서 기독교인들도 배타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차별과 혐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독교는 세계 보편 종교이지만, 단일민족적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는 한국 기독교는 다양한 국적·인종·지리·문화적 배경을 가진 무슬림들을 '극단적 이슬람'으로 일반화하고 타자화하는 경향이 있다.

1960년대 노동력 송출국이었던 한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노동력 유입국으로 전환됐다. 1994년 외국인 산업 연수생 제도가 생기고 2004년엔 고용 허가제가 실시되면서, 인도네시아·카자흐스탄·스리랑카·방글라데시·파키스탄 같은 이슬람 문화권 노동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주 노동자, 유학생, 결혼 이주 여성들의 유입으로 무슬림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이주자 정책의 기본 방향은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정주하는 것을 방지하고 순환 이주로 필요한 노동력만을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신앙의자유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 이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혹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무슬림들이 다수가 되어 한국을 지배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슬람 법은 무슬림 남성들이 기독교·유대교 여성들과 결혼하는 것은 허용하고 무슬림 여성들이 무슬림 아닌 남성들과 결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무슬림 남성들이 한국 여성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겠지만, 매년 줄어들고 있는 혼인률을 놓고 보면 그들이 한국에 정주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난민도 받아들이지 않고 이주민의 정주도 제한하고 혼인으로 인한 소수의 정주 가능한 한국의 상황에서 몇백만 명의 난민을 수용한 유럽의 이민 정책 실패가 우리 일이 될 것처럼 걱정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일부 이슬람 국가가 얼마나 배타적이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가 얼마나 잔혹한지를 이유로 들어 반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독교인 일부가 어떤 광신적인 행동을 했다고 기독교 전체를 비난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듯 반대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동해보복법은 기독교적 가르침과도 맞지 않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과 유사한 상황에서 일어난 모범적인 갈등 해결 사례를 하나 들어 보자. 2001년 9·11 테러를 경험한 미국은 10년 후 그라운드제로 근처에 있던 이슬람 사원을 개축하는 일을 놓고 심각한 논쟁을 벌였다.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3000명 이상 희생자를 낸 그라운드제로 근처에 이슬람 사원을 짓는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주장과, 종교의자유를 존중하고 관용을 통해 적대적 폭력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논란이 있었지만 뉴욕시는 결국 이슬람 사원 개축을 허가했고, 무슬림들은 종교적 색채를 최대한 없애고 지역과 어우러지기 위해 공연장·음식점·스포츠 시설 등을 포함한 이슬람 문화센터 '코르도바 하우스'를 세웠다.

듣기로는 현재 건축 중인 대현동 사원은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을 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하니 소음 피해 걱정도 없을 것이다. 주택가 특성을 고려해 사원의 특징이 되는 첨탑도 올리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데도 무슬림들이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웠던 낡은 단독주택 기도처를 벗어나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장소를 건립하는 일을 막아야만 할까? 뉴욕시의 전향적인 결정처럼 대구시와 주민들도 마음을 열고 갈등을 해소하길 바란다.

한국 기독교는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명령을 지키기 위해 이슬람 국가들에 수많은 선교사를 파송했고, 이들은 지금도 선교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무슬림들이 기독교 복음을 접할 가능성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한국에 이주민으로 들어온 무슬림들에게 복음을 접할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데 무슬림들이 예배하고 기도할 처소를 막고 그들에게 혐오 발언을 일삼으면서 어떻게 기독교 복음을 전한다는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는 선교 초기부터 극심한 박해를 받았고, 일제강점기·한국전쟁 등을 겪으면서도 신앙을 이유로 수많은 순교자를 냈다. 그런 기독교가 다수의 종교가 된 이후 소수의 무슬림 신앙인들에게 보이는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는 전혀 기독교적이지 않다. 무슬림 이주민들이 한국 땅에 잠시 머무는 동안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더 기독교적이고 선교적인 태도 아닐까.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과정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던져 보는 질문이다.

박성민 /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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