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갈등 전환(conflict transformation)'과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는 사회 각 영역에 스며들어 현실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학교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은 대안으로 자리 잡았고, 경찰도 2019년부터 '회복적 경찰 활동'을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무원들에게 갈등 전환을 배우게 하고, 지역 내 분쟁 사건을 갈등 전환 연구·활동가들에게 맡기는 사례도 많다.

이런 패러다임에 입각하면, 갈등 혹은 피해가 발생했을 때 단순히 가해자를 색출해 '처벌'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회복'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갈등 전환과 회복적 정의는 평화와 화해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기독교 정신과도 많이 연결돼 있다. 관련 활동가 중 기독교인이 많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교계에서는 갈등 전환이나 회복적 정의는 고사하고 평화나 화해에 대한 이야기도 주요 이슈가 되지 않는다. 교회에서 평화 자체를 강조하지 않고 그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지 않다 보니, 평화는 성경에 나오는 선언 정도로 그친다. 분단국가인 한국 사회 특성상 평화는 자주 '안보'와 연결되는데, 교회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갈등과 분쟁의 빈도나 그 처리 방식에 있어 교회 안팎이 그다지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독교갈등전환&화해센터 활동가들. 왼쪽부터 신유식 팀장, 박성용 대표, 한세리 팀장.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독교갈등전환&화해센터 활동가들. 왼쪽부터 신유식 팀장, 박성용 대표, 한세리 팀장. 뉴스앤조이 구권효

교단이나 개교회들에서 평화 담론이 미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목소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갈등전환&화해센터(갈등전환화해센터)'는 복음 실천의 핵심을 '평화 제자직 수행'으로 보고 평화의 제자들을 길러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다. 20년 가까이 평화운동을 해 온 '비폭력평화물결' 대표 박성용 목사와 활동가들이 기독교계에 초점을 맞춰 평화 사역을 전개하기 위해 2018년 만들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서울연회 소속 기관이기도 하다.

갈등전환화해센터는 올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가 주관하는 '한국교회 아카데미'에서 한 파트(기독교 화해 문화 아카데미)를 맡았다. 3월부터 6월까지 1학기 과정을 마치고 현재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하는 2학기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2학기 프로그램은 '갈등 전환과 화해를 이루는 기독교 현장 사역자 양성 과정'이다. 여기서는 대화 모델 중 하나인 '회복적 서클(RC)'을 배우게 된다. 12주 과정을 마치고 나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회복적 서클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다.

2학기 과정을 앞둔 갈등전환화해센터 대표 박성용 목사와 활동가 신유식 팀장을 8월 19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갈등전환화해센터를 세운 이유는 무엇인지, 현재 한국교회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기독교 화해 문화 아카데미 2학기 과정에서는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작고 느려 보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사역은 분명 교회가 핵심으로 삼아야 할 가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 기독교갈등전환&화해센터는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성용 / 비폭력평화물결은 주로 시민사회와 학교에서 평화 훈련을 해 왔는데요. 개인적으로 목회자이기도 해서 평화서클교회를 만들어 목회하며, 비폭력평화물결과 교회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해 왔습니다. 훈련 프로그램이나 아이디어들은 비폭력평화물결에서 다루고, 교회에서는 구체적인 실험을 해 보는 것이 좋겠다 싶었어요. 교회를 위한 사역을 좀 더 집중적으로 해 보자는 생각으로 센터를 만들게 됐습니다.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기독교 리더를 세우는 일이에요. 사람을 훈련시키는 거죠. 단순히 저희가 강의하는 것보다는, 대화 모델 같은 걸 훈련해서 자신의 현장을 지키고 주변에 영향력을 미치게 하는 거예요. 크게 세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갈등 전환'이에요. 갈등 전환은 '회복적 서클'이 밑바탕이 됩니다. 입문·심화 과정을 만들어 놨고요. 매뉴얼도 정리가 됐어요. 조만간 회복적 서클 가이드북이 출판될 예정입니다.

두 번째는 '트라우마 치유'예요. 트라우마 치유는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담이 높아요. 전문 아카데미를 이수한 후에야 할 수 있다는, 전문 상담가들이나 의료계 종사자들만 할 수 있다는 담이 있거든요. 저희는 서클과 내면 가족 체계(IFS·Internal Family System)라고 하는 트라우마 치유 영역에서 중요한 현대 모델을 사용해 4~5년간 자조 모임을 해 왔어요. 이것도 훈련 과정을 만들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화해'입니다. 화해는 평화 영성에 관한 것인데요. 초대교회에서 복음의 실천은 '평화 제자직' 수행으로 드러났어요. 복음과 화해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복음의 심장과 같은 부분을 확인하는 훈련입니다.

신유식 / 올해부터 교회협이 주관하는 한국교회 아카데미에서 한 파트를 맡게 됐어요. 지난 1학기는 다양한 비폭력 영성을 살펴보고, 이 비폭력 영성을 기반으로 사회를 구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들을 고민해 보는 과정이었어요. 기존 방식은 옳고 그름, 즉 정당성에 대한 생각이 강한, '저들이 잘못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비폭력 운동을 통해서 바꿔야 돼'라는 생각이 강했는데요. '우리 대 그들'이라는 프레임보다는 '우리 안의 진실'과 '저들 안에 있는 진실'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박성용 목사는 20년 가까이 비폭력평화물결에서 평화운동을 해 왔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박성용 목사는 20년 가까이 비폭력평화물결에서 평화운동을 해 왔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갈등과 분쟁은 교회 안이나 밖이나 마찬가지로 많습니다. 평화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교회도 교회 밖 세상과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비기독교인들보다 '평화 감수성'이 떨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요. 무엇이 원인이라고 보시나요.

신유식 / 일단 '평화'라는 담론 자체가 교회 안에 잘 없는 것 같아요. 신학이 형이상학이 될 때, 다시 말해 이 땅의 일상과 분리될 때 공허한 외침이 되는 것처럼, 평화라는 것도 그저 저 하늘에 떠다니는 가치가 된 거죠. '평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교회 다니는 사람들도 '잘 지내는 거' 정도로 답해요. 교회가 평화를 담지하는 곳은 맞는데, 우리 안에 평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던 거죠. 실제로 '잘 지낸다' 외에 다른 구체적인 것을 떠올릴 만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거예요.

'지금 여기서, 내가 몸을 부딪히고 사는 사람과 평화롭게 지낸다는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기독교인들도 긴장하고 불편해해요. 오히려 교회 안에서는 평화라는 말을 성경 이야기할 때 외에 꺼내면 공격을 받기도 해요. 큰 이유는 우리나라가 분단 상황이어서겠죠. 평화도 쉽게 진영 논리로 해석되고, 특히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평화는 잘 지내는 것이긴 한데, 그럼 북한하고도 잘 지내야 해?' 이런 식으로 가는 거예요.

또 한 가지는 교회라는 곳이 권위와 힘이 작동하는 공간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평화의 토대는 힘을 분배하고 나누는 것이거든요. 상충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일반 신자들이 평화를 원하고 배우고 싶어 해도, 그게 최종 결정권자에게 갔을 때 결국 거부되는 상황이 벌어져요. 왜냐하면 목회자들은 권위를 나누는 일을 곧 본인의 존재를 위협하는 것으로 느끼거든요.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해요. 교회학교 교사들이 아이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을 배우는 건 오케이. 하지만 거기에 목회자가 들어간다? 그럼 노(No). 이렇게 되는 거죠.

박성용 / 제자직의 핵심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평화가 제자직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해 보지 못한 거예요. 신적인 분이 이 세상에서 자기를 드러내는 존재 방식이 '평화'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하나의 추상적인 관념으로 이해하는 데 머물러 있는 거죠.

누가복음에 나오는 예수 탄생 이야기를 보면 천사들이 이야기합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영광이란 우리가 신의 자녀가 됐다는 고양된 그리스도 의식이라고 볼 수 있죠. 둘째는 이 땅에 손상과 해침이 없는, 기쁘고 평화로운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요. 이것이 제자들이 이해했던 복음의 핵심이라 할 수 있어요. 그걸 훈련했어야 했는데,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훈련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몰랐습니다. 평화에 대한 설교는 있었지만, 평화를 어떻게 트레이닝해야 하는지는 몰랐던 거죠.

이것은 결국 두 가지 문제로 나타나요.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문제예요. 커뮤니케이션은 우리가 타자를 이해하고 형제자매 됨으로 나아가는 도구인데, 이것을 그저 공격하고 방어하는 도구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하나는 신유식 선생이 말한 것처럼 권력 문제예요. 평화는 지배와 굴종이 아닌 파트너십 체제로서 힘의 공유거든요. 커뮤니케이션 부재와 권력 남용. 이 두 가지가 지금 교회 갈등의 핵심이에요. 평화에 대해 선포만 있고 훈련은 없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거죠.

- 교계에도 화해나 중재를 표방하는 단체가 있고, 화해중재위원회 같은 기구를 두는 교단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곳들은 평화나 갈등 전환, 회복적 정의 등의 가치가 아니라, 주로 법적 공방 전 합의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진정한 갈등 전환과 화해를 위해서는 어떤 것을 중점에 둬야 할까요.

박성용 /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인 것 같아요. 어떤 손상을 일으킨 행위 이전에 상대방을 어떤 존재로 볼 것이냐는 거죠. 기독교는 교단은 다 달라도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생각을 공유하잖아요. 실제 상대방을 그렇게 주목하면서 보는 거예요. 사람은 본래 참되고 선한 존재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있어야 해요.

자신이 느끼는 고통이나 선한 의도를 서로 들려주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지혜와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어떤 법률 전문가가 개입하는 것보다는, 당사자들과 공동체가 그 갈등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 훈련이 필요한 것이고요.

그 역량과 함께 실질적으로 따라 줘야 하는 것이, 갈등 전환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공간이에요. 회복적 서클 창시자 도미닉 바터(Dominic Barter)가 이런 말을 했어요. 요리할 수 있는 부엌이 있으면 고기를 잡으러 갈 때부터 '저기서 요리하면 되겠다'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죠. 고기를 더 열심히 잡게 되고요. 갈등이라는 고기를 다룰 수 있는 부엌이 필요한 거예요. '미워하지 말라', '서로 사랑하라'는 말은 갈등 전환이라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연습이 이뤄지는 공간이 없으면 금방 사라져 버리고 말아요. 교회에서 듣는 1시간 설교, 그 잠깐의 따뜻함은 두려움과 결핍의 세상에 나가면 그 추위에 금세 사라져요.

신유식 / 기독교인들도 '화해'라는 걸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것 아닌가 싶어요. 어렸을 때 배운 화해는 "너도 참고, 너도 참아. 자 손잡아. 됐어. 이제 너희 화해한 거야" 이 정도죠. 해결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수도 없는, 상대와의 관계는 물론 자기 내면과의 관계도 온전히 가져갈 수 없는 거예요. 근데 제가 성인이 되고 교회에서 들은 화해도 마찬가지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화해'라고 했을 때 '내가 손해 보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폭력적으로 지내게 된다"는 말처럼, 우리가 화해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요. 나는 해결이 안 되는데, 나는 지금 화해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화해하라고 하니까 거부감이 드는 거죠. 화해가 고귀한 가치라는 건 알겠는데,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식으로 혹은 반강제적으로 이뤄지니까 불편한 거예요. 이건 어렸을 적 경험한 화해가 그냥 제도적으로 안착된 것 정도라는 느낌이에요. 진정한 화해를 배우고 경험하는 장이 마련돼야 화해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신유식 팀장은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기독교갈등전환&화해센터에서 수련목 과정을 밟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신유식 팀장은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기독교갈등전환&화해센터에서 수련목 과정을 밟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이번 '기독교 화해 문화 아카데미'는 어떤 목적으로 시행하시나요.

박성용 / 갈등과 폭력에 어떻게 다가가서 그것을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 브라질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는 '회복적 서클'을 연습하고 진행자가 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화려한 옷을 입고 나타나는 폭력을 어떻게 의식할 것인지, 그리고 실제로 갈등과 폭력을 맞았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의식과 역량을 세워 주는 것이 이번 과정의 목표예요.

회복적 서클이라는 하나의 모델을 배우는 거지만, 거기에는 보편적인 삶의 가치가 있고 그 가치가 기독교 신앙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배우게 될 것입니다. 이 모델 안에서는 기본적으로 삶이란 성스럽다는 것을 전제하거든요. 그것이 예외적 상황일 때, 그러니까 상대방이 괴물처럼 나타날 때도 어떻게 일관성을 유지할 것인가, 그리고 실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갈등을 다룰 것인가를 배우고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회복적 서클은 민중의 기술, 적정 기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어느 정도 연습하고 숙달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방법이에요. 여러 대화 모델이 있는데 회복적 서클만 특별히 그래요. 오히려 어떤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깨야 해요.

신유식 / 이번 학기는 회복적 서클 입문 과정이고요. 심화 과정까지 이수하면 더 숙련되게 할 수 있겠지만, 입문 과정만 들어도 충분히 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100%를 알아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해 보면서 실패해 보기도 하고 경험이 쌓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 사역하던 교회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 사이에 왕따 사건이 있었어요. 학교에서 한 아이를 따돌린 것인데, 피해자도 가해자들도 다 우리 교회를 다녔던 거예요. 아이들 부모님도 교회를 다녀서 서로 다 알고 있고요. 부모님들이 교역자들을 찾아오셔서 어떻게 좀 해 달라고 간청하셨어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기도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상태로 1년 가까이 방치됐죠.

그런데 그 아이들이 저희가 회복적 서클 교육을 많이 나간 S중학교에 입학한 거예요. 거기서 서클을 경험하며 문제가 해결된 것 같더라고요. 당시 뭉텅이로 교회를 떠난 피해·가해 아이들이 모두 다시 교회로 돌아갔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실제 교회 안에 갈등을 다룰 수 있는 사람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담임목사님이 상담을 잘하시는 분이었는데,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박성용 / 과거에는 교회에 이런 일이 있으면 목사가 개별적으로 만나서 설득하며 에너지를 썼죠. 쉽지 않아요. 그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도 드물고요. 회복적 서클은 접근 방식이 달라요. 사람들을 초대해서 자기 안에 있는 지혜와 연결해 주면,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몇 가지 구조화한 질문을 던지면 됩니다. 그 질문에 답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당사자들끼리 연결되고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되면 목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사자들 스스로 갈등을 해결했다는 만족감이 더 커요.

목사의 권위나 카리스마가 필요하지 않아요. 많은 힘을 행사할 필요가 없어요. 아마 목회자들이 회복적 서클을 배우면 더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제단에서 밑을 향해 설교만 하던 사람들이, 당사자들과 힘을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자기 위치도 재정립되는 것이죠. 진정한 화해는 강력하게 이야기해서 상대방이 알아들을 때가 아니라, 여리고 연약한 이야기를 할 때 서로 연결이 일어나면서 가능해지거든요. 회복적 서클은 '힘'이 무엇인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모델이에요.

- 어떤 분들이 수강하면 좋을까요.

박성용 / 기독교 평화 사역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꼭 그렇지 않더라도, 기독교인으로서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좀 다른 방식을 배우고 싶은 분들이 오시면 좋은 공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유식 / 신학생·전도사님들, 그 정도 층이 너무 절실하고 간절한 것 같아요. 일단 현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좋은 조건이고요. 특히 두 가지에서 아직 방향이 안 잡힌 사람이 많아요. 첫째는 사역자로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내가 이런 힘을 행사해도 되는지,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지 않았어요. 근데 이런 고민의 시기가 지나가면, 선배 목사들에게 보고 배운 대로 힘을 행사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내면에는 혼란이 많아요.

또 한 가지는 현재 전도사들이 맡은 아이들은 이제 정말 옛날처럼 힘을 행사한다고 해서 따라오는 세대가 아닌 거예요. 사역자들도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데, 그럼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거예요. 저희가 가끔 신학교에 강의 가면, 너무 많은 사람이 '이런 게 필요했다'고 말하거든요. 근데 한 번의 강의로는 지속성이 없죠. 어디를 가서 계속해야 할지도 모르고요. 이번 기독교 화해 문화 아카데미는 12주 과정이니까 지속적으로 만나고 생각도 넓히고 훈련하는 장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독교 화해 문화 아카데미 신청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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