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ㅈ 목사(58)는 19년 전 경기 군포시에 ㅎ교회를 개척했다. 서울에서 청년부 사역을 하던 ㅈ 목사는 청년부에서 함께 활동하던 청년들과 대학 선교 단체 회원들을 주축으로 ㅎ교회를 세우고 신앙생활을 했다. 청년들은 교회 근처로 이사해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는 등 교회에 헌신했다. '세대 통합 예배', '쉐마 교육' 등으로 다음 세대와 함께하는 교회를 표방한 ㅎ교회는 120명이 출석하는 알찬 교회로 성장했다.

조용하던 ㅎ교회는 ㅈ 목사가 교인 A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끄러워졌다. 지난해 12월 ㅎ교회에서 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발생했다. 교회 봉사 후 김밥을 함께 먹은 이들 중 한 명이 확진자라는 게 알려져 모두 검사를 받았고, 처음에는 최초 감염자와 가족, 함께 밥을 먹은 ㅈ 목사만 확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군포시민이던 한 교인이 군포시 확진자 현황을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봉사 활동이 있던 날 ㅈ 목사와 접촉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이가 또 있었는데, 알고 보니 교인 A였던 것이다. 이 일로 A가 다니는 직장까지 일시 폐쇄되기도 했지만, ㅈ 목사는 A의 감염 사실을 교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ㅈ 목사는 "ㅎ교회에는 네 명 외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교인들에게 공지했다. ㅈ 목사가 자신을 통해 감염된 이가 있다는 점을 숨기는 걸 수상하게 여긴 교인은 이 사실을 당회에 알렸다.

제보를 받은 당회와 일부 임직자는 ㅈ 목사가 미혼인 A 집에 수시로 드나든 것을 직접 확인했다. ㅈ 목사는 주로 A 집 근처에 차를 주차한 뒤 들어가 다음 날 오전 11시가 돼서야 나왔다. ㅈ 목사가 기도원에 간다는 명목으로 평일 예배 인도를 부목사에게 맡길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실제로는 A의 집에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ㅈ 목사는 교인들과 따로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람들이 상상하는 관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타 교회에 초청돼 설교하는 ㅈ 목사.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ㅈ 목사는 교인들과 따로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람들이 상상하는 관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타 교회에 초청돼 설교하는 ㅈ 목사.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관련 자료를 확보한 당회가 ㅈ 목사에게 사실관계를 추궁하고 나서자, ㅈ 목사는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ㅈ 목사는 사임을 발표하는 날까지 A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ㅈ 목사는 5월 2일 공동의회 직전 "내가 한 자매 집에 출입했다. 이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내가 책임을 지고 오늘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 교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여러분께 상처를 주어 사죄를 드린다. 그러나 불필요한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불미스러운 관계는 아니다. 이것이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사임 후 불거져 나온 또 다른 관계,
"뻔한 거짓말로 교인 속여 공론화 결심"

ㅈ 목사 사임으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ㅈ 목사가 또 다른 교인 B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ㅎ교회는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 B는 ㅈ 목사가 눈에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하며 교인들을 속였다고 했다.

한때 ㅎ교회에 출석했던 B는 7월 23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ㅈ 목사 사건 이야기를 듣자마자 공론화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ㅈ 목사와 2년 정도 만났다. 사람들 눈을 피해 서울 근교로 가서 1박 2일을 보내고는 했다.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다. 그런 선택을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ㅈ 목사 요청에 응했다. 나도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ㅈ 목사는 일회성이 아니고 반복적이고 상습적으로 (일탈을) 해 왔다. 이를 알리지 않으면 ㅈ 목사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계속 모를 것 아닌가. 일부 교인은 ㅈ 목사의 해명을 여전히 믿고 있다"고 했다.

앞서 B는 ㅈ 목사에게 자신과 관련한 문제를 교인들 앞에서 공개 사과하고, 앞으로 목회하지 않겠다고 공증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ㅈ 목사는 B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 ㅈ 목사는 5월 3일 "자매, 나 좀 한 번만 살려 달라. 나 좀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둬 달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ㅈ 목사는 관계를 감추기 위해 교인들에게 B를 험담·모함한 것, 애당초 두 사람의 만남을 자신이 먼저 제안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하기도 했다.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목회 중단과 관련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ㅈ 목사는 "당장은 목회 못 한다. 나도 내가 언제까지 (목회를) 못 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이제 스캔들이 난 목사이기 때문에 어디서도 받아 주는 데가 없다. 하지만 내가 평생 한 일이 목회다.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그거 하지 말라고 하면…(중략) 그것만은 내 손에 쥘 수 있도록 해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B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ㅎ교회 당회는 ㅈ 목사와 B가 동시에 교인들 앞에서 사과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ㅈ 목사는 공개 사과하기로 한 5월 9일이 되어서야 불참을 통보했다. 결국 불가피한 사정으로 참석할 수 없었던 B를 대신해 그의 가족들만 나와 공개 사과했다.

B는 이번 일로 얼마든지 지탄을 받을 걸 알지만,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ㅈ 목사는 매번 거짓말로 그 상황을 모면하고 덮고 넘어갔다. 과거 나와의 관계가 들통날 뻔했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걸 밝히는 것으로 나의 잘못도 고백해야 앞으로의 삶을 이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나 같은 사람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교인들은 ㅈ 목사가 그동안 해 온 설교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며,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인들은 ㅈ 목사가 그동안 해 온 설교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며,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반면, ㅈ 목사는 자신을 향한 문제 제기 중 사실이 아닌 이야기가 많다며 억울해했다. ㅈ 목사는 7월 2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내가 잘못한 부분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교회를 사임했다. 하지만 오가는 이야기 중 사실이 아닌 게 많아 억울하다. 그렇지만 이게 자칫 외부로 알려질 경우 교회나 나나 망신당할까 봐, 좀 억울해도 빨리 그만뒀다. 내가 버티고 안 나가면 교회 안에 분쟁이 생긴다. 그래서 요구한 대로 사임한 건데 결국 이렇게 알려졌다. 사실이 아닌 부분은 노회 조사에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이 목회하면 또 피해자 발생"

일부 ㅎ교회 교인은 7월 26일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신정호 총회장) ㅇ노회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ㅈ 목사가 △A의 집에 반복적으로 방문 및 숙박한 행위 △교회에 거짓 보고하고 공적 예배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은 행위 △B에 대한 위력에 의한 추행 및 간음 △코로나19 확진과 관련한 허위 사실 유포 행위를 했다며 이를 처벌해 달라고 했다.

한 교인은 이번 일로 ㅈ 목사가 그동안 자신이 설교해 온 것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게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ㅈ 목사는 평소 양심의 기준은 성경에 둬야 하고 삶의 우선 순위가 예배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의 행동 기준은 성경이 아니었다. 자신의 욕구를 위해 움직였고, 이런 일이 발생하자 안위를 위해 거짓말을 했다. 예배도 팽개치고 그 시간에 교인 집에 머물렀다. 존경했던 목사가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삶을 산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인 역시 ㅈ 목사의 이중성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내가 존경하며 사랑했던 목사였다. 평소 우리에게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며,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고 설파해 왔다. 하지만 정작 이런 일이 발생하자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시간이 지났다고 다시 목회하면서 말씀을 전하면 분명 우리 같은 피해자가 또 발생한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며 "앞으로 노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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