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ㅌ교회 ㄱ 목사가, 은퇴를 앞두고 교인들 몰래 예배당을 담보로 3억 원을 대출해 퇴직금으로 쓰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ㅌ교회가 다른 교회와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인들에게 알려졌다. ㅌ교회는 올해 2월 14일 주보에, 다음 주일 임시 당회(교인 총회)를 연다고 공지했다. 안건이 무엇인지는 공지하지 않았다. 21일 열린 임시 당회에서, ㄱ 목사는 갑자기 은퇴를 발표하고 인근 ㅇ교회와 통합하겠다는 안건을 상정했다. 대부분 고령층인 교인들은 ㄱ 목사의 말에 따라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후 ㅇ교회 ㅇ 목사와 교인들이 찾아와 함께 구역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교회 통합이라는 중요한 사안을 이런 식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임시 당회를 1주 전에, 그것도 안건 내용 없이 공지한 것은 위법이라고 했다. 감리회 교단법 '교리와장정'에 따르면, 임시 당회는 최소 2주 전 공지해야 한다. 또 교회 통합을 위한 당회는 재적 인원 ⅔ 이상 출석과 출석 인원 ⅔ 이상 찬성이 충족돼야 하는데, ㅌ교회는 임시 당회 시 출석 인원이 몇 명인지 세지도 않았다. 일부 교인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으나 ㄱ 목사는 통합을 강행했다. 3월부터는 ㅇ 목사가 ㅌ교회 담임이 된다고 공지했다.
교회 통합이 너무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의아했던 교인 A는 3월 4일, 교회 등기부 등본을 열람해 봤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ㄱ 목사가 몇 년 전부터 교회를 매매하겠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 이번 통합도 급하게 진행하는 것 같아 뭔가 문제가 있나 싶어 등기부 등본을 떼 봤다"고 말했다. 등기부 등본에는 2월 18일 자로 새로운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다. ㄱ 목사가 예배당을 담보로 3억 원을 대출한 것이었다.
A가 확인해 보니, ㄱ 목사는 이를 퇴직금 조로 가져갔다. 교인들은 ㄱ 목사의 퇴직금 액수나 지급 여부를 논의한 적이 없었다. 교회 회계 담당자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ㄱ 목사가 교회 대출을 조금 더 이자가 낮은 곳으로 갈아탄다고 해서 인감증명서를 받아다 줬다고만 했다. 예배당을 담보로 대출하려면 교인들 결의가 있는 회의록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근저당이 설정된 2월 18일은 아직 ㄱ 목사 은퇴나 교회 통합에 대한 어떠한 회의도 진행되지 않았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3월 7일이 됐다. 일부 교인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으므로 교회 통합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ㄱ 목사가 교인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본인 퇴직금으로 3억 원을 대출한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ㄱ 목사는 더 이상 ㅌ교회에 나타나지 않았고, ㅇ 목사는 이미 ㅌ교회 사택으로 이사까지 온 상태였다.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은 ㅇ 목사가 본당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까지 출동했다.
일부 교인이 ㅌ교회가 속한 중앙연회(최종호 감독)에까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국 교회 통합은 무산됐다. 최종호 감독은 7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점검해 보니 절차상 문제가 있어서 교회 통합은 무효로 했다. ㄱ 목사가 대출받은 3억 원도 원위치하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교인 A는 ㄱ 목사에게 통합 과정과 대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또 불투명한 재정 상태도 문제 삼았다. 그는 "10여 년 전 ㅌ교회 예배당이 있던 곳이 재개발돼 부지를 팔았는데, 이때 부지 매각 대금이 얼마인지, 어떻게 사용됐는지 교회에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A는 ㄱ 목사에게 공식 사과와 재정 장부 열람, 3억 원을 변제했다는 증거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하지만 ㄱ 목사는 응답하지 않았다. 결국 A는 7월 2일, ㄱ 목사를 업무상 배임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A는 연회에도 ㄱ 목사를 징계해 달라고 청원했으나, 연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종호 감독은 "교인들 결의 없이 예배당을 담보로 대출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세상 법적으로 하면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연회가 원위치하라고 했을 때 ㄱ 목사가 순순히 돌려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작은 교회이다 보니 절차가 미비한 상태에서 목사가 관행적으로 행동한 것이라 보고 따로 징계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ㅌ교회가 속한 지방회 감리사 곽민 목사도 ㄱ 목사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교회 통합과 대출은 모두 바로잡은 상태라고 했다. 그는 7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인들 의견을 받아들여 교회 통합은 없던 일이 됐고, ㄱ 목사가 대출해 간 3억 원도 돌려놓은 것을 확인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ㅌ교회 재산을 감리회 유지재단에 편입했다"고 말했다.
곽 목사는 "은퇴하고 교회를 통합한 후 시간이 지나면 퇴직금도 받게 될 텐데, 먼저 정산한 게 실수다. 본인이 개척하고 40년 가까이 담임한 교회라서 좀 쉽게 생각한 듯하다. 교인들과 소통이 부족했다. 사전에 소통이 잘됐다면 교인 A와도 이렇게까지 등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본인이 개척했더라도 법적으로는 제대로 해야 한다고 (ㄱ 목사에게) 권고했다"고 말했다.
A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인들에게 교리와장정을 가르쳐야 할 목사들이 오히려 이를 어기고 세상 법도 어기며 교인들을 기만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ㄱ 목사가 ㅌ교회를 개척하고 35년 이상 목회한 것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먼저 잘못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거다. 이런 것들을 투명하게 정리하지 않고 다음을 논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불법 교회 통합과 대출에 대한 ㄱ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취재를 거부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