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원 교수(연세대 원주의과대학)가 광주안디옥교회에서, 자신이 만든 카드를 몸에만 지니고 있어도 코로나19 등 각종 질병 예방·억제 효과가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광주안디옥교회 유튜브 갈무리
김현원 교수(연세대 원주의과대학)가 광주안디옥교회에서, 자신이 만든 카드를 몸에만 지니고 있어도 코로나19 등 각종 질병 예방·억제 효과가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광주안디옥교회 유튜브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몸에 지니고만 있어도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해 준다는 '안티 코로나 바이러스 카드'를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에 제공해 논란을 야기한 김현원 교수(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가 광주안디옥교회(박영우 목사)에서 똑같은 카드를 배포하며 황당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 교수는 7월 3일 금요 예배 시간 "카드를 지닌 사람들이 효능을 봤다는 리포트가 하나둘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팬다임 과학' 이론이 과학적이라고 말했다.

김현원 교수는 물이 기억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를 '워터 메모리'라고 부르는데, 김 교수는 "내가 만든 물병에 암을 억제하는 파동을 담은 물을 마시면 암도 예방되고 암 환자가 치유되기도 한다. 혈당 억제 파동을 물에 담아서 물병에 담아서 마시면 당뇨가 치료된다. 모든 일에 '워터 메모리'를 이용하면, 양리 물질을 기억시켜서 물을 마심으로써 치유되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 워터 메모리 자체를 설명하는 기전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소수 의견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딸이 이 방법을 이용해 질병을 치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워터 메모리'를 디지털화하기로 마음먹었고, 여기서 나온 것 중 하나가 '코로나 바이러스 카드'라고 했다. 역시 방법은 똑같은데, 코로나19를 치료하는 파동을 디지털화한 다음, 이것을 카드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스티커만 물병에 붙여도, 이 스티커가 물질의 파동을 전달하는 것을 발견했다. 카드 형태도 가능하고 옷에 프린트할 수도 있고 어디든지 2차원 평면에 표현하면 물질의 파동이 표현될 수 있는 거다. 이 이론을 많은 사람에게 사용해 보고 그 사실을 알게 됐고, 카드를 만들게 됐다. 치료 물질 파동을 디지털화해서 컴퓨터에 저장한 다음에 그것을 2차원 평면에 표현한 거다. 제가 어떻게 만들었는가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이 사람이 그렇게 해서 만들었나 보다' 생각하시면 된다. 여러분이 만들어야 하는 과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교수가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에게 배부했던 카드. 이날 광주안디옥교회 교인들에게도 카드를 배부했다고 말했다.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 교수가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에게 배부했던 카드. 이날 광주안디옥교회 교인들에게도 카드를 배부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현원 교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수십만 장을 배포한 것은 이 카드의 효용성을 검증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교인들을 임상 실험 대상으로 이용했다는 말인데, 이영훈 목사가 성급하게 공개하는 바람에 매스컴의 뭇매를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당시 카드를 받은 사람 중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실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순복음교회에 몇십만 장을 기증했다. 순복음교회 목사님이 교인 전체에 나눠 줘서, 과학적인 결과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목사님이 너무 성급하게 강단에서 얘기하는 바람에 매스컴에 났고, 순복음교회에서 황당한 짓을 한다고 표현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어쨌든 순복음교회에서 그 카드를 받은 아이가 코로나19에 안 걸렸다. 그 집은 엄마도 코로나에 걸렸는데 중학생 아이는 안 걸렸다. 이런 예가 하나둘이 아니다."

김 교수는 3일 '안티 코로나 바이러스 카드'를 광주안디옥교회에도 제공했다. 그는 "돈이 없어서 정식 '컨트롤드 스터디(Controlled Study)'를 못 하니까 무료로 나눠 주고 결과를 받는 거다. 그렇게 따졌을 때, (카드를 나눠 준) 100만 명 중에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없다면 대단한 거 아닌가. 그래서, 정식 스터디는 아니지만 내 카드의 위력은 많이 증명됐다. 여러분에게도 예배 끝나고 배부할 것이다. 면역 기능을 강화시키는 물질의 파동도 들어 있고, 염증을 억제하고 폐와 심장을 강화하는 물질의 파동도 담았다. 많은 분들이 휴대폰의 열이 감소되는 것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파와 빛을 이용해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김 교수는 "마지막 테크놀로지는 전기다. 전자파가 해로운 건 여러분도 다 알 거다. 초등학생도 휴대폰을 다 들고 다닌다. 그런데 만약 휴대폰에 그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물질의 파동을 담을 수 있다면 휴대폰을 치유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휴대폰뿐 아니라 모든 전기기구, 이 공간에 있는 빛도 치유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빛을 쬐기만 하면 눈이 밝아지고 여러분들이 만약에 암 환자라면 암이 좋아질 수도 있는 거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과학을 '팬다임'이라고 표현했다. 패러다임을 뛰어넘는다는 뜻으로, 사탄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의 과학이 아니라 "하나님의 세계"를 백그라운드로 하는 과학이라는 것이다.

"만일 내가 TV에 나가서 물질적인 얘기를 하지 않고 갑자기 비과학적인 얘기, 예를 들어서 뭐 하나님 이야기를 한다든지 그러면 녹화방송이 바로 차단될 거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반드시 물질 얘기만 하고 영의 얘기는 교회 가서 하라고 할 거다. 그게 세상이다. 그래서 어둠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우리는 다 물질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물질이 아니라고 하면 비웃음을 받는다. 지난번에 창조과학회 멤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일이 있다. 왜냐하면 '저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이런 거다. 여러분들도 기억나실 거다. 이 세상은 그렇다. 철저하게 이 세상은 물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러분들의 의견은 극히 소수 의견이다. 여러분들의 자유는 교회 안에서의, 이 패러다임 안에서의 자유다. 이 세상 패러다임한테는 꼼짝도 못한다. 그만큼 이 세상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보여 주는 거다. 그때 사탄이 웃고 있는 거다."

김현원 교수의 이런 주장을 의학·과학계에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유사과학으로 여긴다. 실제로 김 교수는 '워터 메모리'에 기반해 물 사업을 펼치다 2010년 경찰에 적발됐다. 2010년 MBC 보도를 보면 김 교수는, 자신이 만든 '생명수' 등을 4년간 말기 암 환자 등 5000명 넘는 사람들에게 팔았다. 총 판매액은 자그마치 17억 원어치에 달했다. 2019년 뉴스타파는 김 교수가 이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벌금 2000만 원 형을 선고받았고, 그 이후에도 방송에 등장해 황당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김 교수를 초청한 광주안디옥교회도 사회적으로 수차례 물의를 일으킨 교회다. 박영우 목사는 WCC가 공산주의·동성애를 추종·조장한다며 2013년 부산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대면 예배 금지를 무시하고 강행해 지역사회의 규탄을 받았다. 당시 박 목사는 "코로나 걸리면 천국 가면 된다"며 대면 예배를 고집했다. 결국 올해 초 대전 IM선교회·광주TCS국제학교 관련 집단감염 여파로 박영우 목사를 비롯한 교인 140여 명이 집단 확진됐다. 그러나 박 목사는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되레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박영우 목사는 이번에도 유사과학인 '안티 코로나 카드'를 홍보하며 문제적인 행보를 이어 갔다. 그는 교인들에게 "식사하면서 얘기해 보니 (김현원 교수는) 너무 훌륭한 분이다. 그리고 카드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 방역이 된다. 외국에서는 엄청나게 많이 팔리고 7만 원씩 하는 건데, 하나님이 우리에게 놀랍게 은혜 주신 것에 감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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