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지역에서 수십 년 목회한 S 목사는 올해 1월
춘천 지역에서 수십년 목회한 S 목사는 올해 1월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는 가해 사실을 전부 부인하며 피해자들을 신천지라고 음해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강원도 춘천에서 교회와 지역 아동 센터를 운영하며 소속 아동들을 상습 성추행한 죄로 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목사가,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자기 성기 모양을 물어보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해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춘천 D교회 S 목사의 항소심 공판이 6월 23일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에서 열렸다. S 목사 변호인들은 지난번 공판에 이어 이번에도 재판부에 '신체 감정'을 요청했다. S 목사 성기에 특이점이 있으니 피해자들에게 이를 물어보겠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정말 피해를 당했다면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와 피해자들의 변호인은 반발했다. 검사는 "그것이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만 하는 것 아닌가"라며, 재판부에 신체 감정 요청을 기각해 달라고 말했다. 피해자 변호인은 "사건이 일어난 지 13년이 지났고, 당시 피해자는 중학생이었다. 피고인의 신체를 얼마나 자세히 볼 수 있었겠는가. 불필요하고 유해한 절차"라고 말했다.

그러나 S 목사 변호인들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 변호인은 "신체 감정은 피해의 진위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피해자가 피해를 당했다고 전제하고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13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은 피해 상황을 세세하게 진술했다. 그것만 기억 못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S 목사 변호인들 주장에 방청석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피해자 변호인은 "진술 과정에서 밝혔듯이 피해자들은 해리 장애로 인한 기억의 분절을 경험했다. 대체 가해자의 신체 모양이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 자동차 모양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사고당한 게 아닌가"라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 신체 모양을 기억해야 하는 꼴이 될 것이다. 피해자들에게 그런 의무를 지우게 하는 요청에 대해서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재판부는 신체 감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사는 "피해가 13년 전 있었고 당시 피해자들은 성인도 아니었다. 또 피해자들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피해자들이 자진해서 이야기한다면 몰라도, 이런 것을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건 엄청난 2차 가해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 측이 재판부에만 그 특징을 언급했는데, 재판부 판단으로는 그 특징이라는 것도 오랜 기간 선명하게 기억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S 목사 측에, 이의가 있으면 의견서를 제출하라며 다음 기일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번 공판부터 강원여성연대가 피해자들과 연대하기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공판에 앞서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기독교반성폭력센터(노경신 사무국장)와 강원도 내 여성 단체 6개가 연대한 강원여성연대(강릉여성의전화·시소강릉시청청소년문화센터·동해시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속초여성인권센터·원주여성민우회·춘천여성민우회) 회원 10명이 춘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체 감정을 요청한 S 목사를 규탄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성폭력 피해 입증책임을 떠넘기고 S 목사의 신체 주요 부위 특이점을 서술하라는 것은 피해자들을 다시 고통으로 내모는 일"이라며 "S 목사는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나 반성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피해자를 음해하고 신체 감정 요구로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원들은 S 목사와 그의 변호인단을 규탄하며, S 목사를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는 아동들을 상습 성폭행한 목사를 엄중히 처벌하라!

지난 1월 28일 춘천지방법원은 S 목사에게 청소년 강제 추행, 위력 추행 등을 적용해 징역 7년형을 선고했습니다. 평소 S 목사는 교회의 담임목사이자 아동 센터장으로서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언론을 통해서 그의 파렴치한 범죄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무엇보다도 S 목사는 자신의 돌봄과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자신을 방어할 힘이 없는 아이들에게 성폭력 범죄를 상습적으로 다수에게 자행하였습니다. S 목사를 고소한 고소인 2인 이외에도 다수의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를 법정에서 증언하였으며 S 목사는 2017년 이미 미성년자 강제 추행으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사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S 목사는 항소심이 열리는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나 반성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향한 음해와 2차 가해적 요구로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1. 신체 감정 요구

지난 항소심 재판 중 S 목사의 변호인단은 신체 감정을 요구하며 S 목사의 신체 주요 부위에 특이한 점이 있으니 피해자의 서술을 통해 피해를 입증하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트라우마는 다른 어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보다 크고 오래갑니다. 혹자는 이를 전쟁터에서 군인이 겪는 트라우마와 유사하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성폭력으로 인한 심리 외상으로 장기간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최초 성폭력 피해 이후 용기 내어 이 자리에 오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랜 시간으로 인해서 몇몇 사건은 공소시효를 넘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피해자들에게 성폭력 피해의 입증책임을 떠넘기고 S 목사의 신체 주요 부위의 특이점을 서술하라는 것은 피해자들을 다시 고통으로 내모는 것입니다.

2. 피해자에 대한 음해 

S 목사는 피해자들이 자신을 고소한 것에 대하여 음해라고 주장하며 피해자들이 신천지 교인이라거나 피해자의 고소 의도를 왜곡하여 지역사회에 퍼트리고 있습니다. 신천지 교인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피해자들은 정통 교단에 소속된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과거의 고통과 마주하며 이 자리에 다시 선 이유도 가해자가 정당한 처벌을 받고, 더 이상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용기 낸 것입니다. 피해자가 안전하게 지역사회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S 목사는 피해자에 대한 음해적인 주장을 즉각 중단하십시오.

S 목사는 항소심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나 반성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피해자를 음해하고 신체 감정 요구로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S 목사는 피해자에 대한 음해를 즉각 중단하고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과하십시오.

하나. 우리는 신체 감정을 요구하는 S 목사 변호인단의 요청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신체 주요 부위를 서술하게 하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입증을 떠넘기는 것이며 피해자에게 또다시 고통을 주는 행위입니다.

하나.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는 S 목사의 보석 신청을 기각하고 미성년을 상습 성폭행한 S 목사를 엄중하게 처벌해 주십시오.

2021.6.23.
강원여성연대·기독교반성폭력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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