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아내가 일으킨 항존직 '부정선거'의 책임을 부목사에게 뒤집어씌우려다 들통나 노회에서 정직 12개월을 선고받은 목사가, 교인들과의 합의를 무시하고도 교회에 복귀해 논란이 예상된다. 경북 ㅇ교회는 부정선거가 일어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ㅇ교회 조 아무개 담임목사는 2019년 6월, 항존직 선거에서 아내 이 아무개 씨가 투표용지에 손을 댄 사실을 인지하고 당시 부목사에게 500만 원을 제시하며 이 건을 뒤집어쓰라고 했다. 이 사실이 교인들에게 알려졌고 교회는 갈등에 휩싸였다. 장로·안수집사·권사 등 대부분 교인이 조 목사에게서 등을 돌렸다. 조 목사는 교인들과의 합의를 수차례 거부하다가, 결국 그해 11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소강석 총회장) ㄱ노회 재판국에서 정직 12개월 판결을 받았다. 투표 용지를 더 넣어 선거 결과를 조작한 아내 이 씨는 '제명' 처분됐다.

하지만 노회 재판국장이 판결 결과를 교회에 알리는 과정에서 '조 목사가 총회에 상소할 시 판결 효력을 정지한다(담임목사직을 유지한다)'는 교단법과 맞지 않는 해석을 내려 혼란이 가중됐다. 조 목사는 총회에 상소했고, 교회는 조 목사 지지 측과 교회 측으로 나뉘어 몇 개월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조 목사는 재판국장의 해석을 근거로 자신이 여전히 ㅇ교회 담임목사라며 '예배 방해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은 부목사를 상대로는 사택에서 나가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반대해 온 교인들에게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담임목사 부부의 항존직 부정선거 연루로 분쟁이 시작된 경북 ㅇ교회. 뉴스앤조이 이은혜
담임목사 부부의 항존직 부정선거 연루로 분쟁이 시작된 경북 ㅇ교회. 뉴스앤조이 이은혜

사건이 새 국면을 맞이한 건 총회 화해중재위원회(중재위)가 개입하면서부터다. 총회 임원회는 조 목사의 상소를 중재위로 보냈다. 104회기 총회 중재위(김상현 위원장)는 조 목사와 ㄱ노회, 교회를 대표하는 장로 측을 불러 조율 끝에 2020년 5월 29일 합의서를 작성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ㄱ노회 재판국 판결대로 조 목사 12개월 정직을 시행하나 기간은 합의서 작성 이후인 2020년 6월 1일부터 2021년 5월 31일까지 정직 △장로 4인도 권징조례 절차를 생략하고 2021년 5월 31일까지 시무장로직 정직 △조 목사는 정직 기간 당회장권·설교권·심방권·대표자권 등 일체의 권한 정지 △대리 당회장은 중재위가 선임 △양측이 제기한 모든 사회 법과 교회법 제소를 2020년 6월 15일까지 취하 △조 목사는 정년 3년 전 원로목사 추대에 대한 예우받고 조기 은퇴 등 총 17가지다.

합의서에는 분쟁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호 비방, 예배당 출입 저지를 위한 폭력 행사, 기도 방해 등을 적발할 경우 권징조례 절차를 생략하고 교인 권리를 3년간 자동 정지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실제로 조 목사 아내 이 씨는 추종자 몇몇과 함께 꽹과리·탬버린 등을 이용해 예배당에서 기도하는 교인들을 방해해 왔다. 더 이상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이미 제명 중에 있는 자가 해당(하는 행동을 할) 시는 출교를 명할 수 있다"는 내용도 첨가했다.

중재위는 "위의 내용을 위반하는 측은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문구도 넣었다. 조 목사가 계속해서 합의를 뒤집어 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합의서에 법률사무소의 공증까지 받았다.

중재위는 이 같은 사실을 작년 9월 예장합동 105회 총회에 보고했다. 위원회는 조 목사가 합의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판 절차 없이 면직하도록 했다고 보고했다. ㅇ교회 장로들에게는 이유 없이 조 목사의 복직을 반대하면 안 된다고 했다. 총회는 이를 통과시켰고, ㅇ교회 분쟁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합의서 서명에 공증까지 했는데…
조 목사, 법정서 "합의 무효, 이미 효력 해제"

하지만 조 목사는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 합의에 따르면, 양측은 작년 6월 15일까지 모든 고소를 취하해야 했다. 조 목사는 책임을 전가하려 했던 부목사와 몇몇 교인을 상대로 진행한 소송을 취하하지도 않았고, 자신에게 유리했던 판결이 뒤집히자 항소와 상고를 이어 갔다.

중재위 합의 전 사회 법원 1심 재판부는 조 목사가 신청한 예배 방해 금지 가처분을 인용한 바 있다. 교단법에 반하는 노회 재판국장의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교인들은 이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중재위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소송은 조 목사가 건 것이기 때문에 그가 취하해야 했지만, 조 목사는 이의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오히려 중재위의 합의가 무효이며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 조 목사는 "나를 반대하는 노회 목사들과 교인들 서명이 누락됐다. 합의는 무효다"라고 했다.

법원은 2020년 7월, 교인들의 이의를 받아들여 예배 방해 금지 가처분 결정을 '취소'했다. 그러자 조 목사는 곧바로 항소했고, 며칠 후에는 대구고등법원에 '가처분 취소 결정 효력 정지'를 따로 신청했다. 소송 취하는커녕 새로운 소송을 시작한 것이다. 대구고등법원은 그해 8월 효력 정지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올해 1월 예배 방해 금지 가처분 항소 역시 기각했다. 조 목사는 대법원에까지 상고했으나 이 역시도 올해 4월 기각됐다.

조 목사가 합의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부분은 더 있다. 합의서에 따르면, 그는 올해 5월 31일까지 당회장권·대표권·설교권·심방권이 정지돼 있었다. 하지만 5월 중 한 은퇴 권사의 장례 예배를 집례했다. 그뿐 아니라 조 목사와 아내 이 씨는 합의서를 쓴 이후에도 일부 교인과 함께 각종 타악기를 치는 방식으로 반대 측 교인들의 기도 시간을 지속적으로 방해했다.

총회 중재위는 양측에 합의서를 이행하라는 공문을 수차례 보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양측이 제기한 모든 소송을 2021년 3월 31일까지 취하하기 바란다. 이를 어길 시 총회 임원회에 보고하여 처리키로 했으니 양지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소강석 총회장과 화해중재위원장 김성천 목사 명의로 보냈다. 그러나 조 목사는 소를 취하하기는커녕, 반대 측 교인들을 계속해서 방해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105회 총회 보고서. 화해중재위원회 보고 내용대로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조 목사는 면직 대상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105회 총회 보고서. 화해중재위원회 보고 내용대로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조 목사는 면직 대상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합의 내용 불이행했지만 복직 날짜 도래
중재위는 예정대로 복귀 결정
교인들 "민형사상 소송 준비 중"

조 목사는 합의 사항을 지키지도 않고 법원에다가는 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했으면서도, 합의서에 따른 직무 정지 기간이 끝나자 교회에 복귀하려 했다. 교인들은 총회 중재위에 조 목사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조 목사가 합의를 깨뜨린 것이 명백한데도, 중재위는 오히려 조 목사 복귀를 인정했다.

중재위는 5월 24일 'ㅇ교회 회복을 위한 위원회 결의서'를 작성했다고 양측에 알렸다. △완벽한 이행이 부족해도 법적 공증이 돼 있기 때문에 ㅇ교회 목사와 장로 정직은 5월 31일까지다 △6월 1일부터 양측은 복직하되 1) 당회 월 1회 개최한다 2) 당회 결의대로 목회와 행정 제반 사항 처리한다 3) 5월 30일 주일예배는 부목사가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예배 방해를 삼가고 추후에도 예배 방해가 계속될 경우 제재를 계속할 수 있으며 ㅇ교회는 9월 총회까지 중재위 지도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교인들은 합의서상 정직이 풀리는 5월 31일, 조 목사가 중재위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105회 총회에서 결의한 대로 치리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해 총회 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임원회는 응답이 없었고, 결국 조 목사는 6월 첫째 주 ㅇ교회에 복귀했다. 그는 주일예배를 인도하고, 반대하는 교인들의 교회 출입을 막는 등 담임목사로서 권한을 행사 중이다.

사건 발생 후부터 조 목사의 말을 믿었다가 여러 번 뒤통수를 맞은 교인들은 총회의 안일한 태도에 분노했다. 특히 중재위 결의서 중 "본 위원회는 위 사항에 대해 최종적 판단을 총회 임원회에 맡기고 양측이 불만족하는 것이 있으면 일반 사법부나 교회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에 혀를 내둘렀다.

한 교인은 기자에게 "뻔뻔한 조 목사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끌려다녔는데, 결국 다시 사회 법으로 가라는 얘기 아니냐. 우리가 좀 손해 보는 거 있어도 교회 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합의에 응했던 건데 이제 와서 사회 법으로 가라는 건 너무한 것 같다. 그동안 합의서 내용에 따라 사회 법정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려 한 것뿐, 각종 증거는 차고 넘친다. (조 목사가)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 다 싶을 정도로 반대 측 교인들에게 저주 섞인 막말을 퍼붓고 기도를 방해해 왔다"며 민형사 소송을 예고했다.

중재위원장 김성천 목사는 6월 1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공증까지 마친 합의서는 지방법원 판결문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 일단 합의서에 명시한 대로 6월 1일 복직하지만, 조건부로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9월까지 중재위 지도를 받는다는 내용이 그래서 들어가 있다. 조 목사가 결의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조 목사의 입장을 들어 보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자는 조 목사에게 △왜 법원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계속 이어 가면서 합의 내용을 어겼는지 △중재위 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해 놓고 예정대로 6월 1일 복귀한 이유가 무엇인지 △조 목사 부부 때문에 시작된 분쟁으로 교회가 2년 넘게 어지러운데 목사로서 책임질 생각은 없는지 문자메시지로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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