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교회 목사가 교회 재정 유용 의혹으로 경찰에 고소됐다. 이 목사는 펀드에 투자해 거액의 손실을 보고, 교회 재정으로 부동산을 산 후 아내 이름으로 등기를 내는 등 불투명한 재정 집행으로 논란을 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교회 목사가 교회 재정 유용 의혹으로 경찰에 고소됐다. 이 목사는 펀드에 투자해 거액의 손실을 보고, 교회 재정으로 부동산을 산 후 아내 이름으로 등기를 내는 등 불투명한 재정 집행으로 논란을 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서울 성북구 ㅊ교회는 5000세대에 이르는 대단지 내 상가 한가운데 있다. 1989년 서 아무개 목사가 개척했는데 보통의 상가 교회와 달리 비교적 재정 상황이 좋다. 2개 층을 교회 명의로 보유 중인데 한 층은 세를 주고 있다. 가장 최근 공개 자료인 2013년 ㅊ교회 재정 보고서를 보면 예금통장 15억 원, 입출금 통장 1억 9000만 원, MMF(단기 금융 펀드) 통장 3000만 원, 저축성 보험 2억 원 등 현금성 자산만 총 22억 원에 달했다.

교회 재정은 풍족했지만, 이상하게도 교인은 갈수록 줄었다. 한때 ㅊ교회에는 200명이 출석했는데, 지금은 20여 명만 출석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2014년경 서 목사 부부의 재정 전횡 의혹이 일었고, 이 일로 많은 교인이 교회를 떠나갔다. 큰 사건을 겪은 후에도 교회 재정은 서 목사 부부가 계속 관리해 왔다. 교회 내 유일한 시무장로인 문 아무개 장로조차 예산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몰랐다.

그러던 올해 1월 초 2020년 결산 보고에서 신 아무개 협동장로가 교회 재정 관리 상황이 이상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서 목사는 교회 총자산 현황을 보고하는 대신 2020년 한 해 헌금 수입과 지출 내역만 담겨 있는 한 장짜리 종이를 주고 이를 읽게 했다. 수입 항목 7건, 지출 항목 10건이 기록된 간략한 표 하나가 재정 보고의 전부였다.

다른 교회를 다니다 정년 은퇴하고, 2017년부터 ㅊ교회에 출석해 온 신 장로는 재정 운용 방식이 이상하다고 항의했다. 자신이 ㅊ교회를 다닌 3년간 당회·공동의회를 하는 걸 본 적도 없고, 교회 재정 보고도 비상식적이라며 세부 내역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배 후 서 목사 부부는 신 장로와 문 장로를 따로 불렀다. 목사 부부는 교회 돈으로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장로님, 솔직히 말해서 우리 목사님이 펀드를 넣어서요." (서 목사 아내)
"그만해, 그런 얘기하지 마." (서 목사)
"인버스를 넣어가 다 박살 냈어요. 그거를 하면 안 되는 거야. 그런데 인버스를 넣은 거 나는 이번에 알았어요." (서 목사 아내)

인버스는 주가가 내려가야 돈을 버는 구조다. 주가가 상승할수록 돈을 잃는다. 속칭 '곱버스'라고 부르는 2배짜리 상품은, 수익도 손실도 인버스의 두 배가 된다.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다. 서 목사의 아내 안 아무개 씨는, 서 목사가 교회 돈으로 펀드에 투자를 했는데 큰 손실을 봤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곱버스도 아니고 "반까이(손실 회복)하려고 10배짜리를 넣었다"고 했다. 서 목사가 투자한 펀드 투자 원금은 3억 4000만 원이나 됐다. 잠시 뜸을 들이던 서 목사가 말했다.

"완전 잘못 넣어 가지고 개박살 나고 있다."

하지만 언제 투자를 했는지, 얼마를 잃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문 장로는 2014년쯤 서 목사가 교회 재정으로 펀드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문제 삼지 못했다고 한다. 얼마를 어떻게 투자했는지도 알려 주지 않았을 뿐더러, 설교 시간마다 목사에게 대적하면 저주받는다는 식의 설교를 들어서 위축됐다는 것이다.

문 장로가 마음을 바꿔 먹은 계기는 신 장로 때문이다. 신 장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토대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지켜본 문 장로도 용기를 내 교회 재정 투명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두 장로는 경위를 살피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서 목사 부부에게 교회 재정 통장을 오픈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다.

한때 200명까지 출석했다는 ㅊ교회는 담임목사 재정 유용 논란으로 수많은 교인이 떠났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수양관 건축 위해 산 땅
명의는 목사 아내와 처남으로
목사는 재정 공개 요구하는 장로들 저주
"하나님이 반드시 심판, 몰아서 때린다"

서 목사 부부가 재정을 불투명하게 사용한 정황은 펀드 투자 말고도 또 있다. ㅊ교회는 2006년 수양관 건축을 위해 대구 달성군 부지 2필지를 2억 5000만 원을 주고 매입했다. 그런데 등기부 등본을 보면 교회 명의가 아니라 서 목사의 아내와 처남 공동 명의로 표기돼 있다. 서 목사 아내가 75%를, 처남이 나머지 25%를 소유한 것이다.

장로들은 땅을 산 지 15년이나 지났는데도 교회 명의로 이전되지 않은 점과 해당 부지에 아직까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게다가 그사이 서 목사의 처남이 사망했고, 처남 소유의 25% 지분은 그의 아내와 자녀에게 절반씩 상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로들은 지금이라도 부지를 팔아 교회로 환원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서 목사 부부는 "안 팔리는 땅"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당시 매매계약서를 보여 달라는 요청에도 "없다"고만 했다.

장로들은 계속해서 교회 은행 통장들 내역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서 목사 부부는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멀쩡한 교회 재정 운용 상황을 의심한다며 장로들에게 면박을 줬다. 3월 초, 인터넷뱅킹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는 문 장로에게 서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장로님이 솔직히 지금 그거 관리하면 안 돼요. 역량이 안 돼요. 사람 죽여요. 초등학생도 계산할 수 있는 걸 장로님이 못하는데… (중략) 장로님 의심하는 거 이게 보통 마귀 역사가 아니에요. 그리고 장로님이 가방끈이 길면 절대 이런 일 없어요."

서 목사는 올해 3월 주일예배 설교에서 재정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장로들을 저주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하나님의 종을 모욕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아셔야 된다. 하나님이 반드시 심판한다. 몰아서 때린다. 사탄은 하나님나라가 확장되고 복음이 전파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제일 좋은 방법이 뭔지 아느냐. 하나님의 종을 공격하는 것이다. 권위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하나님이 어떻게 그걸 가만두겠느냐."

결국 두 장로는 파편적으로 남아 있는 교회 재정 장부와 입출금 기록 등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어렵게 2014~2015년 입출금 기록과 2017~2020년 입출금 기록, 2000~2013년 보험증권 목록 등을 입수했다. 이를 토대로 확인해 본 결과, 의심스러운 부분이 또 드러났다. 서 목사 부부 명의의 각종 보험료가 오랫동안 교회 통장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이들이 확인한 보험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총 15개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2014~2015년 기록을 보면, 매달 8곳에서 서 목사 부부 명의로 된 보험료가 빠져나갔다. 서 목사가 내는 국민 건강보험(12만 7000원)을 비롯해, S저축보험(99만 원), S생명(19만 8709원), D화재(50만 원), 우체국1(49만 9200원), 우체국2(139만 8800원) 등 6개 상품을 비롯해 서 목사 아내 안 씨 이름으로 매달 연금보험(500만 원)과 S생명보험(40만 원)이 가입돼 있었다. 건강보험료를 제외하고 매달 보험료로만 800만 원씩 교회 재정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ㅊ교회 장로들이 부분적으로 확인한 교회 통장 입출금 내역을 보더라도, 매달 거액의 보험료가 빠져나갔다. 장로들은 2014~2015년 통장 기록 외에도 각종 보험 가입 증권 등을 통해 확인한 상품이 총 15개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ㅊ교회 장로들이 부분적으로 확인한 교회 통장 입출금 내역을 보더라도, 매달 거액의 보험료가 빠져나갔다. 장로들은 2014~2015년 통장 기록 외에도 각종 보험 가입 증권 등을 통해 확인한 상품이 총 15개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서 목사 "무조건 투자하면 안 된다는 교훈 얻어,
나중에 사택 팔아 손실분 6억 원 책임지겠다"

<뉴스앤조이>는 교회 헌금을 펀드에 투자하는 등 재정 유용 의혹에 휩싸인 서 목사의 입장을 들어봤다. 서 목사는 5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임의로 재정을 유용한 적이 없고 크게 문제 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먼저 펀드 투자와 관련해 서 목사는 "교회 건축에 대한 꿈이 있어서" 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투자한) 원금은 3억 4000만 원이다. 은행 이자가 워낙 적어서 (투자)했다. MMF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기자가 "목사가 교회 재정을 마음대로 써도 되는가", "손실액은 얼마인가"라고 묻자, 서 목사는 "교훈을 얻었다"는 식의 뜬금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손실이 얼마인가보다 은행 이자보다 (수익률이) 나아야 할 말이 있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다. 펀드를 하면서 위험한 것(종목)에 무조건 투자하면 안 되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대구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서 목사는 "교회 이름으로 등기가 안 돼 어쩔 수 없이 아내와 처남 이름으로 등기했다"고 말했다. 또, 다량의 보험을 든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교회 재정을 보험에 넣어 두면 이익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했다. 근데 교회 이름으로 가입이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모 이름으로 (월 500만 원짜리 보험 상품을) 했다. 이거 갖고도 뭐라 그러는 교인이 있어서, 원금 손실이 안 나는 6년 차에 바로 해지했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대화를 할수록 희한한 논리를 펼쳤다. 임의로 투자한 펀드 3억 4000만 원과 부동산 2억 5000만 원은 사택을 팔아 갚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사택 시세를 알아보니 8억 원 정도 되더라. 손실분을 6억으로 잡으면 제 소유(사택)에서 두 개를 제하는 것이다. (중략) 아직 목회는 더 해야 하니까 지금 두 개(펀드 손실분과 부동산)를 사택 가격에서 제하고 나중에 은퇴할 때 정산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서 목사는 신 장로 외에 다른 교인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서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신 장로는) 교회 재정이 한 10억 없어졌다고 주장하는데, 내가 조사해 보니 한 7000만 원 줄어들었다. 지금은 교인 한 사람도 동요하지 않는다. 내가 혼자 모르게 했다면 큰 문제가 생기겠지만, 모든 재정 집행은 교인들의 동의를 얻어 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없다"고 했다.

장로들, 배임·횡령 등 혐의로 목사 고소
전 교인들 "목사 부부에게 재정 내려놓으라
권면했지만 응하지 않아"

서 목사는 교인들 동의를 구해 모든 재정을 집행했다고 했지만, ㅊ교회를 다니다가 떠난 교인들의 이야기는 정반대였다. 전 교인 20여 명은 올해 4월 △서 목사가 교회 재정으로 펀드를 투자하도록 승인한 적 없다 △목사 부부 이름으로 가입한 보험 15개의 보험료를 교회 재정으로 지출하도록 결의한 적 없다 △목사가 독단적으로 헌금을 관리하며 교인들의 신망을 잃었다 △재정을 내려놓으라는 권면에도 응하지 않아 떠났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확인서를 작성했다.

장로들은 자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서 목사를 3월 초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4월엔 전 교인들이 작성한 확인서도 제출했다. 신 장로는 "신성한 교회와 하나님께 바치는 헌금을 임의로 사용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교인들을 말할 수 없는 폭언으로 핍박하며 교회를 망치고 있는 목사를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 법에 호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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